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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4대강 찬성 측 경찰과 반대 측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4대강 찬성 측 경찰과 반대 측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홍현진

이포보에서 또다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폭행으로 8일 이포보 농성현장에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여주군민, 취재기자 그리고 촛불시민이 피해자였다. 이날 찬성 측 주민 30여 명은 농성 상황실을 방문한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을 향해 물병을 던지는가 하면, "농성 상황실을 쓸어버리겠다"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농성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측은 신변보호를 위해 여주경찰서에 병력을 요청했다. 이포보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25일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괴한에게 각목으로 폭행당한 후 두 번째다.

"고공농성 대신하고 싶다"던 여주군민 차 유리 '박살'  

 여주군민 윤아무개씨는 "4대강 찬성 측 주민이 차 유리를 부수면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여주군민 윤아무개씨는 "4대강 찬성 측 주민이 차 유리를 부수면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 홍현진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치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인이 고공 농성에 돌입한 지 18일째,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농성 상황실 일대에는 오전부터 악취가 진동했다. 전날, 4대강 사업 찬성 주민들이 뿌리고 떠난 거름 때문이었다. 한숙영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잡초밖에 없는 땅에 거름을 뿌리고 갔다"며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날 활동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상황실을 방문한 시민들은 코를 쥐어 싸야 했다.

하지만 악취는 시작에 불과했다.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쇄신연대 의원들과 촛불시민 80여 명이 상황실을 찾자 4대강 사업 찬성 측 주민들은 확성기가 달린 방송차를 타고 상황실을 배회하며 "외지인은 물러나라"고 외치는가 하면, 사이렌을 울리며 '소음'을 만들어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활동가들은 시민들에게 "찬성 측 주민들이 시비를 걸어도 대응하거나 휘둘리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대규모 집회가 열리거나 국회의원들이 방문하는 날은 찬성 측 주민들의 패악질이 더 심해진다"고 전했다.

급기야 오후 2시경 첫 번째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여주군민 윤아무개(48)씨가 피해자였다. 윤씨는 이날 오전 상황실을 방문해 "활동가들을 대신해 고공농성을 하고 싶다"는 지원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에 가려고 주차장에 갔어요. 그런데 제가 '강은 흘러야 한다'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까 (찬성 측) 사람들 수십 명이 달려들어서 저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욕을 하고 제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를 빼앗아서 집어 던졌어요. 재빨리 차에 들어가 앉았는데 (찬성 측 주민들이) 손으로 차 유리를 부숴서 파편이 저한테 다 튀었어요. 유리창이 박살나니까 그 사람들이 차 안으로 손을 넣어서 저를 폭행하려고 했어요."

윤씨의 티셔츠와 바지에는 유리 파편이 튀면서 생긴 핏자국이 선명했다. 손에도 유리 파편이 박혀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윤씨는 "옆에 경찰 2명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며 "공권력이 있으면 뭐하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윤씨의 차에는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핸들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윤씨가 탄 차. 차 유리가 깨지면서 생긴 파편이 보인다.
윤씨가 탄 차. 차 유리가 깨지면서 생긴 파편이 보인다. ⓒ 홍현진

취재기자·촛불시민도 폭행당해... "경찰 있으면 뭐하나"

국회의원들도 안전하지 않았다. 천 의원 등이 고공농성 중인 활동가들에게 책을 전달하기 위해 상황실 앞 도로로 나오자, 바로 맞은편에 천막을 친 주민들은 물병을 던지며 "천정배 물러나라"를 외쳤다. 경찰들이 방패를 들어 물병을 막아보려 했지만, 물병은 시민들의 머리 위를 향해 날아들었다. 각각 파란 옷과 검은 옷을 입은 경찰들은 찬성 측에 100여 명, 반성 측에 100여 명이 하나의 도로를 두고 마주보고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기자도 다쳤다. 1인 생중계 방송을 하고 있는 '안단테 사랑'은 "천정배 의원 등 쇄신연대 의원들을 따라가면서 방송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찬성 측 주민들)이 욕설을 하면서 손으로 카메라를 치고 발로 복부를 찼다"고 말했다. 복부를 가격 당하면서 안단테 사랑은 넘어졌고 무릎에 상처가 났다. 방송 장비도 파손됐다. 

촛불시민 '행동2'가 찬성 측 주민들 3~4명에게 다리, 얼굴, 가슴 등을 맞은 것도 이 즈음이다. 행동2는 "트랙터를 탄 찬성 측 주민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하면서 물병을 던지고 지나가는 어린아이와 아이엄마에게 물을 쏟아 붓는 걸 보고 '너 뭐하는 짓이야'라고 했더니 (찬성 측 주민) 여러 명이 달려들어서 때렸다"고 전했다. 주민들에게 폭행 당하면서 안경이 깨지기도 했다. '1500년 만에 찾아온 지역발전의 기회, 외지인은 참견마라'라는 현수막을 내건 트랙터는 방송차와 함께 농성 상황실 주위를 배회했다.   

윤씨와 마찬가지로 안단테 사랑과 행동2 역시 경찰의 미온적인 태도를 탓했다. 행동2는 "옆에 경찰이 있었지만 '이러지 마세요'라고 할 뿐 강력하게 말리지 않았다"며 "(4대강 사업이) 대통령이 하는 사업이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흥분했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조직국장은 "이렇게 많은 경찰이 왔는데도 병력 배치가 효율적으로 되지 않았고 늑장대응을 해 경찰이 폭행을 방관한 것을 넘어 방조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폭행을 당한 세 명은 곧바로 여주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포보#고공농성#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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