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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청년실업대책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청년실업대책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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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1년 앞둔 대학교 4학년생 황희남(26)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대학 졸업하고 지방 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한 뒤 (대기업) 입사 지원 자격을 줘야 한다"라고 한 말을 듣고 난 후 첫 반응이었다. '설마' 싶었던 것이다.

"이 내정자의 말을 들었을 땐 개그를 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내 상식으로는 연륜 있는 정치인이 할 법한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은 진심이었다. 황씨는 "이후에 '일자리 문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이 내정자의 해명을 들으니 앞서 한 말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며 "청년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소수 대기업, 소수 정치권력만을 위하는 이 내정자의 눈높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뿔난 청년들 "재수한 이재오는 장관하지 말라"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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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국회의원은 장관 못하게, 이재오를 6개월 인턴장관으로"

'중소기업 취직' 말고도 문제가 된 발언은 또 있다. '재수생 발언'이다. 이 내정자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청년실업 대책으로 '중소기업 취직' 발언을 한 것과 더불어 "대학 떨어진 애들 재수, 삼수하는데 우선 1~2년 일하고 일한 성적 갖고 대학 가야 한다, 어떻게든 놀고먹는 애들은 없어야 한다"는 '재수생 발언'도 했다. 8.8 개각으로 특임장관에 임명되기 하루 전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 보도돼 "이 내정자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청년실업자 1인에 포함될지 모르는 대학생들의 성토가 거세다. 전성원 인하대 부총학생회장은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정부를 보며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분석만 제대로 못하는 줄 알았는데 청년 실업 문제를 바라보는 눈 자체가 어둡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며 "누가 놀고먹냐, 20대 청년들이 하나같이 도서관에서 '스펙'만 키우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10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 막말 무개념, 이재오 특임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청년실업해결네트워크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 부총학생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전 부총학생회장은 지난 4일부터 청년실업해결 전국도보순례단을 이끌며 '청년 고용문제를 해결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국을 돌던 차였다. 그러던 중 이재오 내정자의 발언을 접한 후 급히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전 부회장과 함께 도보순례를 하던 40여 명의 학생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연두색 삽을 한 손에 들고 '청년에게 일자리를, 삽보다 잡(job)'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들 앞에는 '재수 국회의원은 장관 못하게, 이재오를 6개월 인턴장관으로'라는 플래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단기 아르바이트의 서러움을 알도록 이재오 내정자를 6개월 장관으로 임명하자는 외침이다.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임명 반대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임명 반대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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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대학생들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대학생을 두 번 죽여"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수림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 역시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밀려 빚쟁이로 몰리고 있고, 취업 선택권은 빼앗겼다"며 "국회의원이란 작자가 대학생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 내정자가 대학생이 돼서 취업해보라, 대학생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자랑하고 있지만 취업이 안 되는데도 정부에는 청년실업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카랑카랑한 두 대학생의 목소리에는 막막한 취업난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 잘못된 의식으로 전국의 구직자에게 상처를 준 이 내정자에 대한 울분이 섞여 있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가세했다. 박희진 청년실업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작 놀고먹는 이들은 국민에 의해 정치를 위임받았으면서도 국민의 20%나 되는 청년실업 현실에 대해 모르는 정치인"이라며 "이 내정자는 중소기업 월급이 160만원이라는데 그게 어딘지 소개 좀 달라, 야근·특근에 주말까지 반납해야 100만원 남짓 벌 수 있는 게 중소기업 현실"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재오 논리대로라면, 한 번 낙선한 사람은 국회의원 못하게 해야"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이재오 장관의 막말에 응수하자면, 한 번 낙선한 사람은 국회의원을 못하게 하는 게 맞다"며 "다시 나와서 또 돈을 들여서 국회의원이 되면 돈 낭비다, 사회에 건강한 일자리 많은데 굳이 국회의원 할 필요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퍼포먼스였다. 자격증 10개, 토익 900점이라는 '스펙'을 몸에 붙인 대학생은 취업이 되지 않아 고개를 숙이며 걸었다. 그의 허리도 휘어 있는데 이는 대학생 1인당 평균 부채액인 1125만원이 짐처럼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곁으로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공장과 농촌으로 가라'는 이재오 내정자가 웃으며 다가와 이들을 손가락질한다.

무릎을 꿇은 대학생들 뒤로 "꿈 깨라 너는 대기업에 갈 수 없다"고 말하는 이재오 내정자의 모습이 담긴 플래카드와 "120만 청년실업 우리는 아웃오브안중(out of 안중)?"이라는 청년들의 외침이 적힌 플래카드가 함께 보였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끝냈다.

"4대강 삽질이 아닌 일자리 300만 개 공약을 이행하라!"
"청년실업 무개념 이재오 특임장관 임명을 반대한다!"
"청년들이여 일어나라, 청년들의 힘으로 청년 실업 해결하자!"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4대강 '삽질 정책'을 비판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4대강 '삽질 정책'을 비판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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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오 , #8.8 내각, #청년실업, #재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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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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