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데, 괜찮을까?"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니, 두려운 마음도 커진다. 지은 죄가 없는지 돌아다보게 된다. 선생님은 내리는 비를 보고 걱정하셨다. 그러나 이내 그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선생님의 걱정에 장담하였다. 물론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오면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감이었다. 환경을 보존하는 일은 직감이 아닌 과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몸에 배였다. 과학보다는 직감이 앞선다. 그래서 낭패를 보곤 한다. 환경을 지키는 일도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0년 8월 15일 10:30분. 광복절 기념식을 화면을 통해서 보고 출발하였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통일세를 논의하자는 대통령의 말씀이 가슴에 박힌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과업인 것은 분명하다. 하나 되어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여도 어려운 일이다. 통일세가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통일을 위해서라도 삼천리금수강산을 아름답게 보존하는 일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환경을 보존하는 일은 일부 소수의 사람만이 실천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실천해야 한다.
다행히 하늘이 개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쏟아 붓던 비가 거짓말처럼 개었다. 자연의 오묘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쏟아지는 비며 번개 그리고 천둥을 사람의 힘으로 하고 싶다고 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파란 하늘이 드러난 지리산을 바라보면서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제 잘났다고 아무리 교만해져도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지리산은 숲으로 무성하다. 그럼에도 흘러가는 내의 물은 흙탕물이다. 산이 헐벗어 있을 때에는 황토가 씻겨 내려가서 물이 황토물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산에 나무가 무성함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물이 황토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산에 나무를 심고 산을 잘 가꾸었으니, 흘러가는 물도 맑아야 정상이다. 그래도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 보존에 대해서 우리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어리석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만수천의 해탈교를 건넜다. 비가 내리지 않았을 때에는 흐르는 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비가 내려서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 실상사는 공사 중이어서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다른 곳과는 비교가 되는 일이다. 귀농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친 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실상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어서 뭔가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탈교를 건너니, 반겨주는 것은 석장승들이다. 민속자료 제 15호로 지정되어 있는 3기의 석장승은 원래 4기였다고 한다. 하나는 떠내려갔다고 한다.
지리산 실상사.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하고 있는 산사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증광대사(홍척)가 창건한 9산 산문 중의 하나로서 천년 고찰이다. 역사와 함께 지내오면서 많은 굴곡이 있었다. 전란으로 소실되기도 하고, 다시 중창하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깊은 산속에 있는 것이 보통인데, 실상사는 들판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서 특이하다. 원래는 심산유곡이었는데, 개간이 됨으로써서 자연스럽게 들판이 되었다고 한다. 실상사는 환경을 보존하는데 앞장서고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도법 스님의 행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귀농학교를 운영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친환경 농사를 강조하고 있는 실상사 농장을 통해 직접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음을 실천하고 있다. 실상사 농장은 친환경 농법의 모범이 되고 있다. 자연을 보존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직접 실천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당장은 큰 효과가 없지만, 시나브로 전국적으로 확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상사화. 빨갛게 피어나는 꽃무릇과는 다르다. 연분홍 색깔로 피어나 있는 상사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뜻한다. 물론 꽃무릇(석산)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뜻하지만, 개화하는 시가가 다르다. 꽃무릇보다도 한 달 정도 빨리 피어나는 꽃이 상사화다. 실상사의 한 구석에 얌전히 피어나 있는 꽃을 보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나이 첫사랑을 떠 올렸기 때문이다. 실상사의 친환경 농법도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처럼 숭고한 정신이 있다는 생각이 더해져 가슴이 뭉클해진다.
실상사는 공사 중이었다. 철제 약사여래(보물 제 41호)가 모셔져 있는 약사전을 비롯하여 삼층석탑 2기(보물 제 37호) 등이 공사 중이었다. 실상사는 천년 고찰답게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직영 암자인 백장암에 있는 백장암 삼충석탑(국보 제 10호)을 비롯하여 수철화상 능가보설탑과 탑비(보물 제 33, 34호), 부도(보물 제 36호), 증각대사 응료탑과 탑비(보물 2- 39, 39호) 등이 있다. 산사 전체가 국보와 보물로 꽉 차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간지럼을 타는 나무인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간지럼을 타는 나무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지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친환경 농사법을 실천하는 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고 우리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지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의 미래는 자연을 보존할 때 밝아질 수 있다. 환경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나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로 살아가야 한다. 남의 허물을 눈감아주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바로 자연을 보존하는 일이다.
실상사에서 바라보면 천황봉이 눈앞이다. 지리산의 정기가 실상사에 모아진다. 전설에 의하면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는 쇄락하고 일본이 망하면 실상사가 번성한다고 하였다. 물론 사람들의 염원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게 된다면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기도의 힘이다. 실상사의 친환경 농사법이 씨앗이 되어서 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작은 실천이 모아지면 엄청난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실상사를 나오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였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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