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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지출이 많았습니다. 노친께서 병상생활을 1년 가까이 하셔서 그에 따른 지출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병원비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 나름대로 대체의학을 활용하자니 그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요.
웅담, 흑마늘 환과 엑기스, 알칼리수/육각수를 만들어주는 기공수기, 온열치료기, 안마기 등을 구입했지요. 기계류는 한 번 구입으로 그치지만, 흑마늘 제품은 지속적으로 구입하여 복용을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올해 차를 바꾸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사용했던 12인승 프레지오 승합차를 처분하고, 지난 7월초 7인승 소렌토 승용차를 구입했습니다. 이번에도(도합 네 번째) 승합차를 선택할 생각이었는데, 나이도 먹어가고 건강도 좋지 않고 하니 이제는 '봉사'를 그만 생각하고 좀 편케 살자는 가족들의 일치된 권유에 따라 마지막 순간에 승용차로 바꾸었습니다.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털고 적금 치르던 것을 깨고 해서 새 차 값을 겨우 해결했습니다.
원래는 내년 쯤 차를 바꿀 계획이었습니다. 10년을 넘겼지만 승합차가 아직 쓸 만하고, 내년에는 적금 탈 것도 있고 해서 그렇게 계획을 세웠는데, 노친의 요양병원 퇴원과 함께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노친의 퇴원에 맞추어 새 기분을 갖고자 하는 뜻이었지요.
그런데 내 통장과 마누라 통장 모두 거의 마른 상태에서 최근 세 가지 뜻 있는 지출이 있었습니다. 10만원씩, 30만원의 지출이었지요. 적은 금액이지만, 마누라 통장의 잔돈을 모두 내 통장으로 옮기니 30만원이 만들어져서 세 곳으로 10만원씩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 곳은 '한국문학평화포럼'이고, 다른 한 곳은 '평화3000'이었습니다. 또 한 곳은 천주교 대전교구 성거산성지. 한국문학평화포럼은 회원 문인들에게 'SOS'를 보낸 경우라서 외면할 수 없었고, 평화3000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콩우유'를 공급해 오던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어 역시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여서 마찬가지로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거산성지 건은 땅을 구입하는 일에 참여하여 두 평 값을 봉헌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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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평화포럼은 2004년 10월 17일 '임진강 문학축전'을 시작한 이래 지난 6년 동안 국내외의 여러 현장을 찾아 지금까지 50여 차례의 문학축전 행사와 출판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희망‧평화‧상생을 위한 2009 문학축전' 행사를 안성, 양주, 여주, 안산, 부천, 해남, 오산, 정선 등지에서 열었습니다.
또 이주 노동자들과 새터민들을 위한 열 번의 문학축전 행사 개최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를 출간하고, <한국평화문학> 발간 사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문단 안팎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지요.
그런데 지난 6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받아온 '문예진흥기금'이 올해 2010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알차게 전개해왔고 언론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아온 사업들이 특별한 사유도 없이 올해부터 일체 지원이 끊긴 것은 아무래도 '좌파성향의 문인단체'라는 잣대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올해 기획된 '2010 문학축전' 사업의 중단 위기와 함께 <한국평화문학> 발간 등 출판 사업 등을 도저히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간 법인 단체가 아니라서 회원들의 회비도 받지 않았던 관계로 살림살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사무실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였고, 사무총장에 대한 활동비 지급도 중단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상황이 계속 어렵다 보니 '후원계좌'를 개설한 다음 전체 회원들과 관심 있는 문인들께 그 모든 사정을 알리고 '십시일반'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원인 나로서는 집행부의 호소를 접하고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10만원을 보내기로 마음먹으면서, 원래 계획대로 새 자동차를 내년에 구입할 걸 하는 후회도 했습니다. 나는 만원 한 장 지출도 꼭 마누라와 상의하고 가족에게도 알리고 하는데, 선뜻 찬동해주는 마누라가 다시 한 번 고마웠습니다.
돈을 계좌이체로 보내면서 금액이 적어 미안함 가운데서도 적이 억울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지금 세상에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괜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 모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문예진흥기금'은 국가에서 마련한 국가의 자산입니다. 정부는 일정 기간 그 돈의 관리와 운용을 맡았을 뿐이지 그 돈의 임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그 돈도 자기들 호주머니 돈인 줄로 아는 것 같습니다. 주인은 따로 있는데 그 돈을 잠시 맡아 가지고 있는 쪽에서 자기 잣대로 판별해서 멋대로 돈을 사용한다면, 그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요. 꼭 중학생 정도 아이들에게서나 생겨날 수 있는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너무 유치해서 꼭 철없는 아이들이 하는 짓 같습니다. 천박하고 경박하고 명박스럽습니다. 정말이지 저 '아이들' 하는 짓은, 자기들 관습과 잣대가 천년만년 유지될 줄로 아는 것 같습니다. 무릇 세상일이란 온당하고 규범적일 때 생명력을 갖는 법입니다. 생명력이 빤한 일을 자행하면서 정당한 일인 양 착각을 하니, 그 착시 현상이 참 재미있기도 합니다. 사실은 속이 오종종한 불쌍한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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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직자‧수도자‧평신도들로 구성된 대북지원단체 '평화3000'이 시행하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콩우유' 지원 사업에 '자문위원' 중의 한 사람으로서 10만원의 후원금을 보내는 일도 두 가지 '심고'를 안아야 했습니다. 너무 적은 금액이어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정도를 지나 죄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우선 일차로 보내는 후원금이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안했지요. 또 하나는 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파탄 나버린 것에 대한 뼈아픔이었습니다.
얼마 전 '평화3000'의 신명자 상임대표로부터 가슴 아픈 메일을 받았습니다. '평화3000'의 상임대표를 얼마 전까지 인천교구 호인수 신부님이 맡았었는데, 지금은 고(故) 제정구 선생의 부인이신 신명자 여사가 맡아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신명자 상임대표의 메일 내용을 소개해 봅니다.
지난 7월 6일 정부는 쌀 재고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쌀을 연간 36만 톤씩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쌀 재고량은 적정재고량 72만 톤의 두 배에 가까운 140만 톤에 이르고 있고, 창고비용으로 연간 4,200억 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쌀을 개ㆍ돼지의 사료로 처분하면서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들을 외면한다는 것이 심히 가슴 아픕니다. 우리는 1990년대 중후반 남한의 무관심으로 수많은 북한 동포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들 중에서 가장 고통 받았던 이들이 바로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저희 단체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2006년 평양시 장충동에 콩우유공장을 건립하여 하루에 1,000L씩, 5,000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콩우유를 지원하여 왔습니다. 천안함 사건 발표 이후 정부와 사회의 분위기상 대북 인도적 지원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종교, 이념과 인종을 떠나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인간애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부의 정치적 논리나 입장에 의해 흔들릴 수 없으며, 우리 민족의 미래인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난 5월 8일 북측은 평양을 방문한 (사)평화3000 대표단에게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을 간곡히 요청하였습니다. 자존심 강한 북한에서 식량지원을 요청한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쌀이 남아돌아 개ㆍ돼지의 사료로 사용하면서 북한 어린이들의 굶주림을 외면하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수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민간단체라도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콩우유 보내기 캠페인>을 펼치고자 합니다. 북한의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한 콩우유 지원 사업에 관심과 동참을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고, '평화3000'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황을 좀 더 살펴본 다음 나는 홈페이지 '캠페인' 면 '평화의 댓글 달기' 난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깊이 동감하며 적극 동참하고자 합니다. 농협 계좌로 오늘(8/3) 10만원 입금합니다. 적은 금액이어서 죄송합니다. 또 매월 후원금 3,000원을 5,000원으로 올립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평화3000'회원, 소설가 지요하 적음.
농협에 가서 후원금 10만원을 계좌이체로 입금하면서 나는 성호를 그었습니다. 이런 일 역시 나에게는 귀중한 '신앙행위'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였습니다. 나는 1990년대 초부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적은 금액이나마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일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색안경을 쓴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고, '김정일을 도와주는 일일 뿐'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런 비난은 인간들의 시각이요, 잣대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결코 김정일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었고, 그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인간들의 편협한 시각과 잣대란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는 한갓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인간들의 시각이야 어떠하든 내가 신앙하는 하느님께서는 내 행위를 기꺼워하실 것이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을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오로지 하느님께 기쁨을 드리고자 할 뿐이지요.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들으며 소름끼치는 느낌도 맛보았습니다. 역시 '명박스럽다'는 느낌이었지요. '통일세'라는 말에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바라고 확신하는 것 같은 느낌이 우선 들었는데, 설령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 다음의 대혼란이 상상되어 공포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어떤 대화 노력도 시도하지 않으면서 불쑥 '통일세'라는 말을 꺼낸다는 것이 과연 온당하고 사리에 맞는가? 너무도 뜬금없고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더운 가운데서도 어느덧 8월 중순이 지나고 있습니다. 금세 가을 기운이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면 또 한 번 인생무상을 체감하는 기회도 올 테고…. 넉넉지 못한 형편이나마 이리저리 나누는 삶을 살면서, 그리고 내 인생에 더욱 가속이 붙은 듯싶은 세월의 덧없음 속에서도, 요즘은 세월을 재촉하는 심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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