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동안 부산 영도 경제 발전과 함께해온 향토기업인 한진중공업의 축소, 폐쇄는 비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내하청업체의 폐업, 조선기자재 부품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영도의 경제뿐만 아니라 부산의 경제까지 흔드는 중대한 문제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구조조정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갈등을 빚다가 지난 2월 26일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 중단'과 '회사 생존을 위한 수주 경쟁력 확보와 생산성 향상 노력' 등에 합의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수주 제로(0)'에다 '인력감축' 등이 단행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 지회는 지난 2년간 한진중공업 하청 노동자 3000여 명이 이미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지난 5월 핵심부서인 설계본부를 외주화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13일 부산광역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한 데 이어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조 지회는 17일부터 9월 7일까지 매일(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제외) 80명씩 1박2일로 상경 투쟁을 벌인다. 한진중공업 서울 본사와 조남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와 1인시위를 벌인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살리기 주민문화제'도 열린다. 노조 지회와 영도민주단체협의회는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남항내교 옆 수변공원 특설무대에서 문화제를 연다.
노조 지회는 "주민문화제는 영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문화제로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행사이다"며 "지역 주민과 한진중공업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한 자리로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노조 지회는 지난 11~13일 동안 한진중공업 본사 앞 등지에서 '확대간부 상경투쟁'을 벌였고, 11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생활관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 노조 지회는 12일과 13일 4시간 파업, 서명운동, 선전전 등을 벌였다.
노측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물량 몰아주기"
노조 지회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지난 7월 30일 퇴근 투쟁 후 선각공장 조합원 32명의 휴업명령이 노동조합에 통보되었다"면서 "이는 노측과 사전 합의도 없었으며, 개인 당사자와 협의도 없는 일방적인 강제휴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노조 지회는 "2002년과 2003년 구조조정 당시 노사합의로 조합원 교육을 실시한 상황과 비슷하고, 그 후 인력감축을 강요하는 탄압이 시작되었던 것"이라며 "노측은 사측에 '일방적인 강제휴직을 철회하라'고 항의를 했으며, 부당휴직구제신청과 법적 대응, 부당휴직 철회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지회는 사측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수주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지회는 "회사는 현금 자산 1조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0년간 4277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낸 흑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인원감축과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조 지회는 "회사는 수빅조선소에 모든 수주 물량을 넘겨주고 영도조선소는 수주 제로다"며 "회사는 인건비 증가로 수주를 해도 수익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수빅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수주 물량을 몰아주고 그동안 희생을 감내해온 영도조선소는 이제 축소폐쇄 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다"고 밝혔다.
노조 지회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2006년 이후 무리한 수빅조선소 시설투자로 인해 발생한 재무구조 악화가 원인"이라며 "수익성 악화는 인천·울산공장 폐쇄와 인원감축, 임금삭감 등으로 이어져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사측 "영도조선소 폐쇄? 절대 아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영도조선소의 폐쇄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사측은 "세계 금융 위기 속에 선박수주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영도조선소(8만평 정도) 규모가 작고 노동자 임금이 높고 단가가 높아 수주에 어려움이 많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한진중공업 사측은 "수빅조선소는 별도 법인"이라며 "임금과 규모 등에 있어 영도조선소보다 조건이 좋아 자체적으로 수주를 하고 있는 것이지 영도조선소의 수주 물량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설계부문 외주화에 대해, 사측은 "설계부문이 다른 회사 물량도 받아서 경쟁력 있게 가는 게 맞다. 1990년대 말에도 검토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수주와 관련해 사측은 "영업사원이 선주를 만나 금액을 제시하면 다른 조선소에 비해 20%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인데 경영진의 책임만은 아니다"면서 "영도조선소는 규모가 작다보니 이전부터 조선 불황이 오면 힘들어진다고 했다. 조선업은 대형화, 최첨단화로 가야 하는데 영도조선소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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