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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엘의 스토리
ⓒ 송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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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여행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다른 아이들은 같이 어울리기를 원했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제 방으로 가서 저만의 시간을 가졌죠. 다음날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긴장되고 떨렸어요. 침대에 누워서 어머니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죠.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제 생각은 하셨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그냥 평범한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사실 제가 가장 알고 싶은 건 그동안 행복하셨는지예요. 그게 제겐 가장 중요하거든요."

17년 전 미국에 사는 판햄 부부에게로 입양되었던 대니엘 판햄은 생모를 만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대니엘은 양부모님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지난 7월 초 미국에서 온 '세종 고국 방문단'과 함께 10박 11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 입양아들과 그의 가족, 교포 2세 그리고 미국 교육자들로 구성된 방문단은 한국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한국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 중 판햄 가족에게 이번 한국 방문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여행을 떠나오기 며칠전에 대니엘의 친모를 찾았다는 연락을 입양기관으로부터 받았고, 이번 여행 도중 부산에서 대니엘의 생모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방문단이 부산에 도착했을 때, 판햄 가족은 잠시 일행과 떨어져 홀트 아동복지회로 가는 밴에 옮겨탔다. 대니엘의 양부모님은 물론이고 역시 한국 입양아인 여동생까지 들뜬 모습이었다.

"대니엘이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몰라요. 생모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우리는 항상 이날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 이렇게 한국에 와서 대니엘의 생모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대니뿐만 아니라 저희에게도 큰 축복입니다."

대니의 양어머니 린다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온다. 대니엘은 말 없이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들어 먼산을 처다본다. 무척 긴장이 되나 보다. 

대니엘과 그의 가족이 약속장소인 홀트 아동복지회에 도착했을 때 생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날 대니엘의 생모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니엘은 생모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다시 방문단 일행과 합류해야 하는 시간이 돼서야 겨우 일어섰다. 그리고는 실망감에 고개를 떨군 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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