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로부터 'MBC 좌파척결의 특명'을 부여받고 임기 중에 있는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은 8월17일 오후 자신이 주재한 문화방송 이사회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방영분에 대해 방영금지 사전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고 결국 이날 PD수첩은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편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방영이 통째로 거부당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PD수첩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 전체를 통틀어 본사 사장이나 윗선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시사프로그램의 방영이 금지된 것 자체 역시 2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날 4대강 사업의 주체인 국토해양부는 PD수첩 방송을 두고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오후 6시께 기각당하여 PD수첩 방영분은 11시15분에 정상 방영될 준비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문제가 되었던 판결에서 서울남부지법은 "국토부는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며 방송 금지를 요구하나, 기록만으로는 위 프로그램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거나 명백히 진실이 아니라는 데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결국 위 프로그램의 진실성은 최종적으로 시청자들(국민)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보아 국토해양부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청와대 큰집의 인사들로부터 '조인트도 까이고 매도 맞으며' MBC內 좌파척결을 요구받았다던 김재철 사장은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 기각결정이 내려진 후 방영 불과 2시간 전에 경영진을 통해 제작진에게 PD수첩의 '방영보류 명령'을 전달하는 무리수를 던졌고, 결국 이날 11시15분에는 '4대강 수심 6m 의 비밀' 편이 담긴 PD수첩 대신 <VJ 비하인드 스토리>가 방영되었다.
나는 오늘 오후 헌법을 전공하신 법대 교수님 두 분과 장시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 사건에 관한 자세한 헌법적 문제점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결국 오늘 <PD수첩> 방영금지 사태는 민주주의를 국가의 본질적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체 대한민국 헌법은 방송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해 뭐라고 규정하고 있을까?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런 <PD수첩> 사태와 같은 사건이 발발했을 경우 어떤 이야기를 할까?
대한민국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 언론출판의 자유는 특히 민주체제를 고집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절대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사회 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 없이 사회 구석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 질 때에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개인적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도 부여받는다. 즉,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요컨대, 헌법 제21조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 p.459. 정회철 변호사.)
이렇듯 언론출판의 자유는 곧바로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언론출판의 자유는 단순한 소극적 방어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객관적 가치질서로의 성격도 가지게 된다. 그 중 방송의 자유는 자유로운 의견형성이나 여론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을 행하는 객관적 규범질서로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헌재결 2003.12.18. 2002헌바49)
그러므로 방송의 자유에 대한 보호는 단지 국가의 간섭을 배제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송프로그램에 의한 국민들간의 의견 및 정보교환, 전파하는 주관적인 자유권 영역, 그리고 그 실현과 행사를 위해 실체적, 조직적, 절차적 형성 및 구체화를 필요로 하는 영역까지 모두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1989년 출범 이래 이와 같은 언론출판의 자유가 대한민국이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 불가결한 요소라 상정하고, 각종 주요 판결에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매우 강하게 보호하는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일례로, 상업적 광고물(헌재결 2002.12.18. 2000헌마764), 상징적 표현(symbolic expression), 그리고 심지어 음란물(헌재결 2002.4.25. 2001헌가27)까지도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과 민의의 바람직한 형성을 위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포섭하여 이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위와 같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는 근저에는 과거 오랫동안 권위주의적 지배와 이에 편승한 관료주의적 밀실행정에 젖어 국민이 국정의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오고, 이로 인해 국민의 국정참여가 배제되고 정치권은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되어 국민으로부터 온갖 의혹과 불신을 갖게 한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담겨있다.
더욱이 21세기 정보화사회의 도래와 함께 국가와 소수 기관에 의한 정보의 독점은 언론에 의한 정보의 왜곡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사상의 자유시장'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위와 같이 권위주의적 지배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언론출판에 대한 강력한 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재판소의 방향성은 지금껏 모든 헌법학자들로부터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오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방송의 자유에 있어서 방송이란 다양한 정보와 견해의 교환을 단시간내에 가능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언론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크게 보장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방송매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논하는 데 있어서는 방송사업자의 자유와 권리뿐만 아니라 수신자(시청자)의 이익과 권리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헌재결2003.12.18, 2002헌바49)
미국의 경우에는 심지어 우리나라보다도 언론출판의 자유를 더욱 강하게 보호하고 있어서, New York Times vs. Sullivan, 1964 사건에서부터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연방대법원은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 언론출판의 자유를 우선시 하는 경향을 나타내오고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언론출판에 대한 보호는 특히 사전제한 (검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우리 헌법은 제21조 제2항에서 사전제한금지의 원칙을 명문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1) 표현의자유는 바로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이며, 2)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제한의 경우에는 사상과 관념이 처음부터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대중들에게 의한 평가와 선택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고, 특기 국가권력은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고, 3) 사전제한의 경우에는 절차의 신속성을 위하여 절차의 적정성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고, 4) 사전제한이 추후에 부당한 것으로 판정되더라도 뒤에 발표된 표현은 시의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20년간 영화사전심의제(1996.10.4. 98헌가13), 비디오물 사전심의제(1999.9.16. 99헌가1), TV광고 사전심의제(2008.6.26. 2005헌마506), 영화등급분류보류제(2007.10.4), 제한상영가제도(2008.7.31), 외국비디오물의 수입추천제(2005.2.3. 2004헌가8), 외국음반의 국내제작 추천제(2006.10.26.2005헌가14) 등 방송과 관련된 사전검열에 있어서는 대부분 위헌판결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번 PD수첩 불방사건을 바라보며 나는 대한민국이 과연 자유 민주주의를 상정하고 있는 국가인지, 대한민국에서 언론의자유는 어떤 위치에 놓여있으며 어떤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지 다시금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광우병 쇠고기 파동 이후 MB정부의 뒤를 성가시게 하는 데에는 언제나 PD수첩이 선봉에 서 있었으며 가뜩이나 PD수첩의 스폰서 검사 폭로와 영포회의 민간인 사찰 문제로 인해 눈이 거슬릴 인사들이 많았을 터인데, 과연 이들이 김재철 사장에게 어떤 압력을 행사했으며 김재철 사장은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MB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불과 3년이 지났을 뿐인데 지금껏 MB정부는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 출판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뼈대를 지탱하고 있는 이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기했는지 실로 궁금하다. 지금껏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의 언론특보였던 김인규, 김재철, 구본홍 사장이 KBS, MBC, YTN 방송의 사장에 낙하산으로 떨어지며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얼마나 퇴보했는지는 이제 삼척동자도 알 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법리해설은 정회철 변호사의 개정 3판 저서를, 헌법재판소 판결은 원문을 그대로를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