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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퇴근길, 일산 킨텍스 옆을 지나다가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일산 서구청에서 걸어놓은 것이었습니다.

 

킨텍스 건물 옆 도로변을 따라 코스모스 꽃길을 만들기 위해 그 씨를 뿌려놓았다는 겁니다. '하늘하늘 코스모스 꽃길 만들기'사업이라는 예쁜 이름도 붙였네요. 이런 현수막이 길가를 따라 서너 개 쯤 연달아 걸려 있습니다. 퇴근할 때마다 보아왔던 것으로 꽤 오랫동안 여기 걸려 있었지요.

 

그런데… 현수막 위쪽에 써진 작은 글씨가 저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습니다.

 

 일산 서구청에서 킨텍스 옆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위에 작은 글씨로 '코스모스 꽃씨를 뿌려둔 이곳을 제발 짓밟아주시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고 있다.
일산 서구청에서 킨텍스 옆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위에 작은 글씨로 '코스모스 꽃씨를 뿌려둔 이곳을 제발 짓밟아주시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고 있다. ⓒ 김동욱

'이곳에 코스모스 꽃씨를 파종하였으니 무단경작 등 훼손을 삼가 부탁드립니다.'

 

어떤 뜻인가요?

 

군데군데 한자어가 있어 읽기가 불편하지만 적힌 글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이렇습니다.

 

'여기(도로변)에 코스모스 꽃씨를 뿌렸으니 부디 허락없이 농작물을 가꾸거나 헐어 깨뜨려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참 어이가 없는 문구죠? 일산서구청에서는 아마 '코스모스 꽃길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씨를 뿌려놨으니 함부로 경작하거나 짓밟지 마시라'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요.

 

그런데, '삼가다'를 '삼가'로 잘못 쓰면서 정작 현수막의 문구는 그 반대의 뜻이 돼버렸네요. 쓸데없이 한자어를 남발하다가 어이 없는 뜻으로 마무리 된 경우지요.

 

일산구청에서는 그냥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적어두었어야 했습니다.

 

'이 길가에 코스모스 씨를 뿌렸으니 농작물을 일구거나 짓밟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자어남발#행정의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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