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한 풀 꺾이고 이젠 가을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출판계에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수많은 책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다. 하지만 책의 폭포수 속에서 어떤 책을 선택해 읽어야 할지 언제나 고민이다. 무턱대고 샀던 책을 막상 읽어보니 원하던 책이 아니어서 던져 둔 적도 많을 것이다. 독서가라 자청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토마스 홉스는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그들처럼 멍청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혹시 책만 무턱대고 읽어대는 바보는 아니었을까. 좋은 책을 잘 이해하고 내 지적 성숙에 영향을 주는 방법은 없을까.
책을 선택하는 방법, 체계적으로 읽는 법을 돕다<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모티머J.애들러.찰스 반 도렌 공저)은 효과적인 독서법을 가르쳐준다. 이 책은 원래 1940년 초에 최초로 출판된 것으로 국내에선 1987년도에 <독서의 기술>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저자는 30년이 지나 수정보강해 펴낼 필요성을 느꼈고 개정판으로 나온 것이 바로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모티머J.애들러/찰스 반 도렌 공저)이다.
대략적으로 구성은 크게 제1부에서 제4부까지 총 21장으로 되었다. 제1부 독서의 단계, 제2부,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 제3부 분야별로 다르게 읽는 법, 제4부 책읽기의 궁극적 목적으로 크게 나눈다. 그리고 1장부터 21장까지 더 잘게 세분화하여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설명하여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초보적인 독서법인 독서의 제1수준(기초적인 읽기), 제2수준(살펴보기)는 제1부에서 다루고, 제2부에서는 독서의 제3수준인 분석하며 읽기를 상세하게 다룬다. 제3부에서는 문학, 실용서적, 철학 등 분야별로 책을 어떻게 읽을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4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책읽기인 통합적인 읽기에 대해 다룬다.
독서의 목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하 읽기와 이해를 위한 읽기가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는 단순히 사실만 알면 되지만 깨달음은 저자가 말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가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독서의 기술'을 강조한다. 또한 '책을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저자는 책을 적극적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잘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독서의 수준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독서의 제1수준은 기초적인 읽기라 한다. 초보읽기, 기초읽기이다. 이 수준에서는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말한다. 독서의 제2수준은 살펴보기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살펴보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살펴보기를 통해 선택하거나 버린다. '살펴보기'는 중요하다.
모티머는 살펴보기의 목적은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파악하는데 있다'고 한다. 대강 읽어보기, 미리 읽기라고도 하는데 '체계적으로 훑어보는 기술이다. 제1수준에서 알고 싶은 것이 '그 글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라면 제2수준에서는 '이 책은 무엇에 관해 쓴 것인가?'를 알고 싶은 것이고 더 구체적으로 '이 책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또는 이 책은 어떤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살펴보기를 할 때, 속표지나 서문, 목차, 색인, 표지광고문 등을 재빨리 훑어보고 논점의 중심이 될 만한 장을 찾아서 읽어본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의 2, 3페이지는 적어도 꼭 읽어 보아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몇 분, 적어도 한 시간 안에는 그 책을 살펴보고 그 책에 대해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펴보기에는 정신집중이 요구된다.
독서의 제3수준인 분석하며 읽기는 더 중요하다. 저자는 분석하며 읽기와 통합적 읽기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통합적으로 읽기는 독서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 거기까지 다 생각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분석적 읽기에 대해 잘 알아놓는 것만으로도 독서수준 향상에 좋으리라 생각된다. 분석하며 읽기는 철저하게 읽기, 완벽하게 읽기, 잘 읽기다. 다시 말해 할 수 있는 한 가장 잘 읽는 것이다. '살펴보기가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완벽하게 잘 읽는 것이라면 분석하며 읽기는 시간제한 없이 가장 완벽하게 잘 읽는 것'(p31)이다.
물론, 분석하며 읽기를 모든 책에 다 적용할 필요는 없다. '분야별 책읽기'에서 상세하게 나와 있다. 소설을 읽는데 실용서를 읽듯 분석하며 읽을 순 없는 일이다. 분석적으로 읽기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이 수준에서는 책을 붙잡고 그 책이 자신의 것이 될 때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말했다. '어떤 책은 맛보기 위한 것이고, 어떤 책은 삼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소수의 책들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 책을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그 책을 씹어 소화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분석적으로 책을 읽을 것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4부에서는 독서의 가장 높은 수준인 통합적 읽기에 대해 설명한다. 통합적 읽기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두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법에 대한 것이다. 통합적 읽기의 5단계는 관련문단 찾기, 저자로 하여금 단어의 의미에 맞추도록 하기, 질문을 명확하게 하기, 쟁점을 규정하기,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분석하기 등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살펴보기'방법을 터득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책을 선택할지 도움을 줄 것이다. '분석적 읽기'는 책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부쩍 정신을 자라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통합적 읽기까지 습득하고 활용한다면 금상첨화다. 효과적인 책읽기를 위한 나침반 같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읽기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 책에는 책을 더 잘 읽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들인 독서 습관 기르는 법, 중심문장 찾는 법, 줄거리와 통일된 흐름 찾는 법, 요점 정리기술, 비평 방법, 책을 읽으며 저자에게 질문하는 법, 분야별로 다양하고 재미있게 읽는 법, 한 가지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는 최고의 독서법 등 필요한 것들이 실려 있어 유익하다. 이 책을 몇 번이고 읽어 내것으로 만들어 좋은 책 읽기에 도움 되기를.
능력 밖에 있는 책, 당신의 머리를 넘어서는 책을 읽으라저자는 우리에게 성장을 주는 책은 우리 능력밖에 있는 책, 나의 머리를 넘어서는 책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정신을 확장시킬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책을 잘 읽는 것 뿐 아니라 책을 읽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책을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헨리 소로우도 그의 책 <월든>에서 독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발돋움하고 서있듯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p150)라고 말이다. 18세기의 페르시아의 시인 미르 가마르 웃딘 마스트'의 말대로 독서는 '가만히 앉아서도 정신세계를 떠돌아다닐 수 있는' 여행이다.
이 책은 독서라는 여행에 필요한 나침반 같은 것이다. 시나브로 가을이다. 곧 처서, 가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섰다. 이 가을엔 무턱대로 책을 읽는 것에서 벗어나 '좋은 책'을 제대로 잘 읽어서 우리의 정신이 더 높이 자라게 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가 말한 대로 '좋은 책은 열심히 읽으면 그 대가가 있다. 가장 좋은 책이 가장 좋은 것을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저자: 모티머J.애들러.찰스 반 도렌
가격: 15,000원
출판: 200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