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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간고사가 끝이 날 때 쯤 갑자기 엄마께서 나를 부르셨다. "재영아, 이번에 성당여름캠프가 있는데, 꽃동네에서 봉사를 하는 캠프라고 하더구나.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나는 처음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 나는 곧바로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서 꽃동네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검색된 내용을 보니 이번 성당캠프를 가는 것이 꺼려졌다. 꽃동네에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장애우분들과 노인 분들께서 거주하고 계시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꽃동네에 대한 기억이 점점 사라질 즈음에 학교숙제를 위해 인터넷 뉴스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의 봉사활동 실태에 관한 칼럼을 봤는데 내가 그동안 해왔던 봉사활동을 떠올려 보게 됐다.

나는 혼란에 빠지게 됐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의미의 봉사활동을 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꽃동네 사랑체험 캠프에 참가하기로 결심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 지난 8월 5일, 캠프에 가는 당일 날이 됐다. 캠프에 가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우쳐서 오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3시간 정도를 달려 충북 음성에 위치한 꽃동네에 도착했다.

꽃동네에 도착한 나와 성당 친구들은 입구에서부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규모가 정말 거대했기 때문이다. 꽃동네 입구에서 다시 버스로 5분 정도를 가자 꽃동네 연수원이 나왔고 우리들은 거기에서 내렸다. 그 곳에는 이미 전국적으로 많은 성당의 학생들이 와있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은 각 동네별로 나뉘어졌고, 각자의 동네에 맞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처음 프로그램으로 입소식 시간을 가졌다. 입소식 때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님의 특별한 만남과 꽃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문장을 볼 수 있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다가 올 수 있는 문장이었다. 처음 이 글귀를 읽었을 때,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든지 얻어먹을 수 있는 힘은 있기 마련인데 왜 그게 굳이 주님의 은총이라고까지 하는 걸까?'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원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신 분이 있나요? 이곳 꽃동네에는 몸이 너무 불편해서 얻어먹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너무 많아요. 이제 이해 하신 분이 있을 것 같네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나처럼 몸에 큰 이상도 없고 문제도 없는 일반인들이 몸이 불편한 꽃동네 가족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봉사를 더 열심히 해서 조금이나마 꽃동네 가족 분들과 그러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입소식을 마친 뒤 꽃동네 소개 영상과 각 동네별 담당 선생님과 함께 가벼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와 4명의 친구들은 '밥풀꽃'이라는 급식 봉사자에 지원을 했다. 이곳 봉사캠프에 와서 될수록 많은 봉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와 친구들은 만남의 시간을 짧게 가진 뒤 식당으로 가서 급식 봉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역할을 배정한 뒤 급식봉사를 했다. 나는 배식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배식을 할 때에는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배식을 하는 꽃동네 급식만의 특징도 있었다.

급식시간이 지나서는 원장신부님의 우리나라 가족 구조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지금 내 가정의 구조는 어떤 구조인지, 또 내가 미래에 갖게 될 가정의 구조는 어떤 구조가 가장 좋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강의가 끝난 뒤 장애인 체험을 하게 되었다. 우리 조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와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하체 마비라는 장애를 체험하였다. 대 강당에서 이루어졌는데 정말 힘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어둠이라는 것이 매우 무섭게 다가왔고 두려웠다.

우리는 1시간을 체험하는 것이지만 장애인들은 이런 채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너무 불쌍했고, 지금 건강한 내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각 방의 점호를 마친 뒤 우리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들은 아침기도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봉사활동을 할 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교육 받았다. 그렇게 기대되는 한편 걱정이 앞서는 봉사활동을 노인 전문 요양원에서 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몸을 가누기도 힘든 가족 분들이 계시는 곳이었다. 난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해 하면서 교육받은 주의사항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있었다.

그런데 곧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남학생들이 모두 식사보조 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난 직접 가족 분들을 뵙고 봉사 하고 싶었는데 주방에서 식사보조를 맡게 되니 왠지 모르게 허탈감도 들었다. 하지만 주방 영양사 선생님께서 가족 분들이 드시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봉사라며 열심히 해보자고 하셨다. 처음으로 하게 된 일은 가족 분들이 아침 식사 때 드셨던 식기들을 씻고 주방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일은 마늘과 부추를 다듬는 것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조금은 서툴렀지만 영양사 선생님 말씀을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주방 보조 일을 4시간 정도 한 뒤 쉬는 시간을 갖고 있던 우리들에게 영양사 선생님께서 위층에 올라가서 꽃동네 가족 분들께 가벼운 인사라도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고 우리들은 곧바로 위층으로 향했다. 길게 늘어선 복도에는 많은 가족 분들이 돌아다니고 계셨고 우리들은 각 방에 모두 들러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고 짧은 대화도 나누었다.

처음에는 가족 분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점점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귀에 쏙쏙 박혔다. 여러 가족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와 같은 동네에 거주하셨던 분도 만날 수 있었고 다른 지방에서 오신 분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느낀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꽃동네 가족 분들은 그저 웃는 표정으로  인사를 해드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셨다. 가까이 가서 안마를 해드릴 때도 일반인들에게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꽃동네 가족들만의 행복함이 보였다. 봉사를 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가질 수 없었을 텐데…. 꽃동네 가족들의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저 행복한 표정이 정말 부러웠다. 비록 매우 짧은 5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보람찬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봉사를 끝내고 연수원으로 돌아 온 우리들은 봉사후기를 간단하게 적고 레크레이션 시간을 가졌다. 매우 신났던 레크레이션 시간이 끝나고 우리들은 봉사활동으로 피곤했던 몸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 날 아침이 되고 아침식사를 끝내자 '밥풀꽃' 친구들은 최귀동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 양말을 선물 받았다. 봉사도 하고 선물도 받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 후 아쉬운 퇴소식과 함께 우리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2박3일이라는 짧고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알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기에 이번 꽃동네 봉사캠프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고, 평생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방학이 되고 시간이 나면 다시 한 번 꽃동네 가족 분들을 찾아 가야겠다. 꽃동네 가족 분들 사랑합니다.


#꽃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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