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경남도지사 시절이던 2006년 8월 말, 4일 일정으로 박연차 전 회장의 태광실업 외국법인이 있던 베트남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가 베트남을 방문한 시기는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동료 의원들과 베트남을 방문해 태광측으로부터 여행 경비 명목으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때와 불과 2주 차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같은 해 6월 경상남도의 공식 행사차 베트남을 방문한 바 있어 두 달 만의 사적인 베트남행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은 베트남 방문 사실을 인정하면서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김태호 "박연차 만난 적 없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두 달 만에 다시 베트남에 갔지만 방문 목적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며 "무슨 목적으로 갔느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휴가를 내서 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가 박 의원이 "휴가차 간 곳은 필리핀"이라고 지적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인해 보겠다"고 물러섰다. 그는 "베트남에서 박연차 전 회장을 만난 적은 없다"며 "방문 목적을 그렇게(불법 자금 수수와) 연결 시키는데 그런 일은 추호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의혹을 부풀릴 생각은 없다"며 "그러나 명확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청문회 이튿날인 25일 추가 해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집중 제기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있다면 당장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4월 뉴욕을 방문했을 때 한인식당 '강서회관'의 여종업원으로붙터 박연차 전 회장의 돈 수만 달러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추궁에 "소문만 무성했던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그는 "처음 간 식당에서 처음 보는 여직원한테 돈을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덧붙였다.
이광재·서갑원은 항소, 김태호는 무혐의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검찰이 김태호 후보자를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내사기록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강서회관을 방문해 박연차 전 회장의 돈 수만달러를 받은 똑같은 혐의로 민주당의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서갑원 의원은 기소했으면서 김 후보자는 무혐의 처리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영선 의원은 "검찰은 이광재 지사와 서갑원 의원이 1심 재판에서 강서회관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자 즉각 항소했으면서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 후보자는 무혐의로 내사를 종결했다"며 "왜 같은 사안에 대해 검찰이 다른 잣대를 적용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인사청무특위 차원의 내사기록 검증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했다. 김 후보자에게도 자진해서 검찰에 내사기록 공개를 요구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며 거부했다.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도 "국회가 검증을 결의해도 검찰이 내사기록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며 "안되는 것을 자꾸 하자는 것은 김 후보자를 흠집 내기 위한 정치공세"라고 감쌌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떳떳하다면 적극적으로 내사기록 공개를 요구해서 의혹을 풀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돈을 받지 않았다면 김 후보자가 직접 내사기록 열람을 신청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김태호 후보자의 말 바꾸기도 도마에
이날 청문회에서는 특히 내사 종결 사실을 통보받은 경위에 대한 김 후보자의 말바꾸기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오전에는 내사종결을 "검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가 오후 들어 "아는 지인이 무혐의로 끝날 것 같다고 전화로 알려줬다"고 말을 바꿨다.
박영선 의원이 "김준규 검찰총장이 직접 연락을 줬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추궁에 나서자 김 후보자는 머뭇거리다 "양해해 달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다가 김 후보자는 "그런 일이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는 등 말을 수차례 바꿨다.
내사 종결 사실을 알려줬다는 지인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거듭된 추궁에도 "밝힐 수 없다"고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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