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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100인의 책마을>
책겉그림<100인의 책마을> ⓒ 리더스가이드

인터넷 서점과 인터넷 카페에서 리뷰어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그곳 주인장들은 다양한 리뷰어들을 불러 모은다. 리뷰어들이 책을 읽고 쓴 글들을 통해 다양한 소통 양식을 찾으려는 이유다. 당연히 종이책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과 그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것이 갖는 한계가 있다. 단순한 책 홍보 수준에 그치는 게 그것이다. 그 때문에 책에 대해 칭찬일변도로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바로 그것을 고민하고 극복하고자 시도한 책이 나왔다. 도서포털 사이트 리더스가이드(readersguide.co.kr)가 기획하고 김보일·김용찬 외 여러 아마추어 책벌레들이 쓴 <100인의 책마을>이다.

 

이 책은 틀에 박힌 서평을 뛰어넘는다. 책에 대한 지식과 자기 삶에 관한 에세이로서 '책세이'(Book-essay)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책에 대한 100자평의 촌철살인도 들어가 있다. 이른바 '책수다'(Book-talk)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기존의 리뷰가 주는 식상함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웹 2.0의 형태에 어울리는 책 소개라 할 수 있을까?

 

특히 '책수다'는 어느 리뷰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리더스가이드가 오랫동안 누적한 도서 콘텐츠만의 결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서평 속에 흐르는 소통의 고리를 하나의 주제로 연결한 것이다. 결국 여러 사람이 하나의 소통 창구로 모여들어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셈이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많은 책을 언급해 놓고 있는 게 다치바나 다카시의 <지의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 410권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100인의 책마을>에서는 그보다 20권 이상 더 많이 등장한다. 그 모두가 국내에서 출판된 책이라고 하니,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을 것이다. '100'이라는 숫자가 나름대로 상징성을 갖는다면 이 책은 100인 100색의 토크(talk)라 할 수 있다.

 

"'책을 말하되 책만을 말하지 않는다. 잘나지 않은 평범한 나도 책을 소개할 수 있다. 내가 빠져든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을 말한다. 독서는 곧 생활이므로, 내 삶과 독서 경험을 잘 버무린다.' 이런 원칙들을 바탕으로 이 책은 만들어졌다. 어쩌면 위의 원칙을 모두 충족시키는 글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마추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이 돼서 덤비는 것이 아니라 즐거워서 덤비는 것이다.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것이 진정한 아마추어리즘이다."(책머리에)

 

<나는 상식이 불편하다>와 <14살 인생멘토>를 쓴 배문고등학교 김보일 선생은 한 때 친척의 빚보증으로 인해 황폐해졌다고 한다. 살도 찌고, 스타일도 구겨지고, 체력도 고갈될 때로 고갈되었다고 한다. 그때 인생의 탈출구로 삼았던 게 바로 마라톤이었다 한다.

 

그토록 힘든 시절을 통과한 그에게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와 요쉬카 피셔의<나는 달린다>는 어떤 책으로 다가왔을까? 단순히 체력 증진서였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들은 김보일 선생에게 고통을 이겨내도록 힘을 북돋아준 인생동반자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책세이가 끝나는 지점을 잇고 있는 책수다의 주제도 '고통을 이겨 낸 삶의 에세이'로 잡고 있는 것이다.

 

"<운명이다>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사후 자서전'이란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노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자서전을 쓸 요량으로 조금씩 썼던 것을, 사후에 엮어 낸 것이다. 그 분은 이 책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자서전'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한 나라의 국가 원수를 지낸 분의 '성공하지 못한'이라는 표현이 그다지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즉 국가 원수든, 농부든, 환경미화원이든 그 사람이 성공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 들려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서전을 쓸 수 있으냐 없느냐를 결정한다."(87쪽)

 

이는 '삶이 어떻게 책이 되는가'에 나오는 한 대목 글이다. 리더스가이드에서 'stella09'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장부가 쓴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기장을 쓰고 있다는 그녀는, 나를 비롯한 세상 여러 독자들에게, 자기만의 가치 있는 스토리를 쓸 것을 부추긴다.

 

그것이 <운명이다>를 읽고서 그녀 스스로 '눈물로 읽은 자서전'이었다고 밝힌 이유였을까? 그리고 그것을 안대회의 <정조의 비밀편지>에 견주고 있는 것일까? 아마추어 책벌레인 그녀가 한 시대를 책임졌던 분들의 일기와 편지를 비교하여 자기 생각을 곧추 세운 이유가 뭘까? 자기 삶을 가치 있게 건져 올린 자만이 이유 있는 자서전을 쓸 수 있다는 까닭일 것이다.

 

아무쪼록 여러 책에 대한 비평과 함께 자기 자신의 삶과 가치판단을 함께 농축시키고 있는 <100인의 책마을>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함께 호흡하고 함께 소통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이 책의 각 꼭지마다 이야기하고 있듯이, 책이 삶을 변주하고, 책이 세상과 관계 맺고, 책이 아름다운 문화와 과학과 대화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들을 추적해 봤으면 좋겠다. 웹 2.0의 형태의 책세이와 책수다는 거기에서부터 기초를 다지게 될 것이다.


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리더스가이드(2010)


#김보일#김용찬#리더스가이드#웹 2.0 시대의 책소개#100인 100색의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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