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빈대떡 요리, 아내는 홀 서빙. 50대 중년 부부가 택한 생계유지책이다.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안 됐으니, 안성시장 빈대떡 업계의 신출내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김용수 사장의 비책이 성공한 것일까. 이제 안성 재래시장 통에 가면 '새마을 빈대떡' 집 모르는 사람 별로 없다. 한마디로 빈대떡 하나로 시장 통에서 '떴다'.
빈대떡 외에 닭발도 팔긴 하지만, 이 집의 주 메뉴는 역시 빈대떡이다. 빈대떡을 바로 그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고, 집으로 사가기도 한다. 때론 빈대떡 반죽을 가정집이나 민속주점 등에서 사가기도 한다.
빈대떡을 고집하는 이유, 물론 있다. 가게가 위치한 곳이 시장 통이라, 옛 장터의 향수를 살릴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이 빈대떡이라는 것에 착안한 것.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메뉴에 승부를 걸자는 전략에서다.
식당 이름도 '새마을 빈대떡'. '새마을'이란 이름에 60~70년대 향수가 서려 있음을 감안해서다. 옛정서가 살아있는 재래시장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시장 사람들과 호흡 맞추는 게 전략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시장 사람들의 장사 시작 시각, 문 닫는 시각과 비슷하다.
5일 마다 열리는 안성 장날이면 직원을 한두 명 더 두기도 한다. 장날엔 정신없이 바쁘다. 가게 크기로 봐서는 부부가 하거나 혼자 해도 될 만하지만, 장날 때문에 어림도 없다. 시장 사람들과 시장에 온 사람들 상대로 식당을 하는 것이니 시장 사람들의 생활 주기에 맞출 수밖에.
나름 장사비결이 뭐냐고 김 사장에게 물으니, 당장 "가격은 싸고 맛은 있다"고 대답한다. 가격을 차마 비싸게 못 받는 이유는 시장 사람들이 땀 흘려 번 쌈짓돈을 기억해서다. 녹두 원가가 30%나 오르는 바람에 빈대떡 가격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가 요즘 김 사장의 숙제다.
그렇다고 20~30대 젊은 층이 외면하느냐. 천만에 말씀. 대학생부터 안성공단직원, 가정주부까지 고객층은 다양하다. 고소한 빈대떡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이제 이곳은 안성시장 사람들의 약속장소이기도 하다. "아, 박 영감. 몇 시 쯤 '빈대떡'서 만나자고"라고 하면 통한다.
거기다가 금상첨화의 소식 하나 더. 김 사장의 부인이 빈대떡 장사하면서 빈대떡 재료인 녹두를 매일같이 먹었더니 당 수치가 떨어졌다고. 돈도 벌고 건강도 좋아지고.
김 사장의 꿈은 '안성의 빈대떡'하면 자신의 빈대떡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안성명물로 자리 잡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은 빈대떡 하나로 생애 불꽃을 다시 한 번 피우고 있다.
요즘 사실 식당 개업해서 문 닫는 데가 더 많다. 다들 식당 잘 안 된다고 한다. 서민들의 자영업 업계가 기가 죽어있다. 이때 김 사장 부부가 일궈가는 세상은 또 하나의 미담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4일 새마을 빈대떡 가게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