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었다. 40대 총리 후보 김태호부터 왕의 귀환으로 일컬어지던 이재오 후보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문회가 끝나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은 야당 퇴장 속에 여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넘어서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총리 후보자, 장관 후보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서너 가지 정도의 탈법, 위법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한 듯 하고, 그에 대한 해명은 기껏해야 '기억하지 못했다' 혹은 '죄송하다'가 전부기 때문이다.
도대체 인사 검증은 제대로 한 것인지, 정말로 지금의 결격 후보자들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어쩌면 이렇게까지 우리 주변에 공직을 맡을 만한 사람이 없는가 하는데 생각이 미치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아무리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있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울러 어쩌면 하나같이 그렇게들 후안무치인지 모르겠다. 그렇게들 불법, 탈법을 했으면서도 공직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도 우습고, 우선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다가 결정적 증거가 있으면 잘못했다 사과하는 비겁함까지도 고루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로지 내 한 몸 장관이 되고 싶어 사랑하는 세 딸마저 너무도 쉽게 왕따로 만드는 데 이르면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쯤되면 위장전입을 했다 처벌받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례나 제1,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채를 쓰다가 높은 이자를 감당 못해 파산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은 사람들 쯤은 안중에도 없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당연히 조금만 확인해보면 탄로 날 거짓말을 너무도 태연히 하는 뻔뻔함에 '나라 살림을 맡겨도 괜찮을까' 의구심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저지른 불법, 탈법은 모두 잊고
한번 믿고 맡겨 준다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 해보시겠단다.
물론 애들이 다 컸으니 이제 더이상 위장 전입을 하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근무지가 경남도청이 아니니 경남도 공무원을 내 집에서 부리거나 경남도 관용차를 부인에게 내어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잘못이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게 아니라 증거 앞에 마지못해 인정한 것이기에 솔직히 믿기 어렵다. 서민의 아픔이나 못 가진 자의 힘겨움 같은 건 애시당초 모르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나 여당에서는 '결정적 의혹'이 없단다. 그래서 웬만하면 모두를 임명하겠다며 국민 여론을 떠보고 있다. 아울러 여당 단독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총리 후보자의 경우 다수당의 힘으로 표결처리하고자 한다.
정말 궁금하다. 아니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청와대에서 말하는 '결정적 의혹'이란 게 도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불법, 탈법을 저질러야 '결정적 의혹'을 가진 잘못된 인사로 철회가 된단 말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결격이 있는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개인 욕심이 과해서 도저히 사퇴할 수 없다면 청와대에서 인사를 철회해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지금 나온 잘못도 모자라 '더 결정적 의혹' 운운하는 건 말이 안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잘못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곳은 정부가 아니라 교도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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