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가 매입 포기를 선언했던 만안구 안양6동 소재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하 검역원) 부지를 다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최대호 시장이 7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 재정 여건상 매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1개월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배찬주 안양시 도시국장은 1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양시의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만안구와 동안구 동서간 불균형 해소와 안양시의 미래 발전을 위해 안양6동 소재 수의과학검역원 부지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대호 안양시장도 이날 안양시의회 의원들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검역원 부지를 다시 매입키로 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결정 번복에 따른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도시국장은 검역원 부지 매입이 번복된 배경을 "시가 검역원 매입 포기 의사를 밝힌(7월30일) 이후 시 재정부담이 경감되는 방안을 국토해양부, 수의과학검역원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결과 매입조건이 완화되어 검역원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 국장은 "검역원 부지 매입비 1,292억3천만 원 중에서 초기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대폭 줄어들고, 중.장기(최대 10년) 분활 상환으로 당초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가 이뤄져 빠르면 다음주 계약금을 지불하고 매매계약을 이행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안양시는 당초 지난 5월31일 매매계약을 통해 2010년도에 계약보증금 129억 원, 2011년도에 300억 원(지방채 200+시비 100), 2010년도에 300억 원(지방체 200+시비 100), 2013년도에 563억 원(지방채 400+시비 163) 등 1292억3천만 원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검역원과 재협의를 통해 올해 129억 원을 납부하고 2011년도에 200억 원(지방채), 2012년도에 200억 원(지방채)을 납부하고, 2013년도에 시 재정사정으로 납부하지 못할 경우 별도 협의할 수 있도록 논의돼 건전재정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당초 소유권이 부지매입 대금이 완납될 경우 이전토록 되어 있었으나, 검역원 지방이전이 완료(2013년도 예상)되면 소유권을 안양시에 넘겨 부지의 토지이용 활용방안 수립이 가능하도록 협상이 이루어졌다.
1964년 세워진 검역원 57년만에 시민의 품으로오락가락 행정으로 안양시 신뢰도 추락 |
1964년에 안양에 자리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5만6,309㎡(건물 27개동 2만8천612㎡) 규모로 이미 10년 전부터 이전을 할 경우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시민사회에서 거론되어 왔다.
특히 이곳은 안양 도심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규모 공간으로 잔디밭, 수목원, 운동장 등이 자리해 평촌중앙공원에 버금가는 만안중앙공원으로 조성뿐 아니라 활용 방안에 따라 만안구청을 이전하는 등 행정타운 조성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정부가 2008년 공공기관 이전 발표를 통해 검역원을 2012년 경북 김천으로 이전키로 하고 매각을 추진하자 안양시는 1300억대의 막대한 매입비용에도 불구하고 시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매입을 추진하여 왔다.
안양시는 2008년 12월 안양시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의결로 승인을 받았으며 행정안전부 중앙 투·융자 심사 승인을 거쳐 2009년 9월 국토부로부터 5년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부지 매각 확정 통보를 받아내 2010년 5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신임 최대호 시장은 7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양시의 어려운 재정과 시민들께 약속한 새로운 사업과 당면한 사업우선순위 등을 감안해 매입하기 어렵다"며 검역원 매입 포기를 발표했다.
이에 시의회에서는 의회 의결도 없이 발표한 행정절차 번복에 반발하고, 주민들의 매입 촉구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계약 취소에 따른 법정 소송도 우려되는 등 파장이 점차 커지자 안양시는 결국 검역원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부지 매입은 최대호 시장이 6.2지방선거에 출마하며 선거공보물을 통해 '정부 공공기관 이전부지를 안양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던 선거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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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오는 2012년 검역원 부지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와 만안구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대다수 시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쁘고 환영합니다. 어려움이 있었으나 시민의 원하는 바를 뒤늦게 알고 결단을 내린 시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 협조해준 주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검역원 매입 촉구 서명을 전개했던 국립수의과학검역원매입 비상대책위원회 조의선(여.52) 대변인은 "꽉 막힌 담장부터 헐었으면 좋겠다. 안양 도심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 공간을 잘 활용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아무개(53)씨는 "만안구의 균형 발전과 도시계획 측면 등 안양시의 미래를 위해서도 당연한 결정이다. 최 시장의 고민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과연 무엇이 안양시 발전을 위한 것인지 또다시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시 재정을 이유로 매입을 포기했던 안양시와 최대호 시장이 돌연 한달만에 갑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하고, 매입포기를 공식 발표했음에도 뒤로는 협상을 진행했다는 자체에 대한 비난과 오락가락 행정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않다.
이날 설명을 듣던 기자들은 "우리도 갑작스런 매입 번복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시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시민들은 과연 어떻겠느냐"며 "용비어천가식 자화자찬을 하지말고 좀 더 솔직하라"고 꼬집었다.
안양시가 검역원 부지 매입 포기를 번복한 것은 시의회들의 반발, 위약금 및 손해배상소송, 주민들의 감사원 감사 청구 10만인 서명운동과 주민소환 목소리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