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의 권고에도 무리하게 도입을 감행했던 공항 알몸 투시기가 도입 첫날인 9월 1일부터 말썽을 빚었다.
김해공항이 공항 알몸 투시기 검색 요원으로 성범죄 전력이 있는 자를 3명이나 배치한 것으로 밝혀진 것. 이를 계기로 유야무야 조용하게 지나갈 뻔했던 공항 알몸 투시기와 외국인 지문 확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알몸 투시기는 이를 도입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테러 예방 효과가 높다는 근거 역시 미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다 신체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며 투과 정도에 따라 성형보형물과 보철물 등도 나타나 사생활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명백하다는 것과 개인 정보 유출 등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해공항 알몸 투시기 검색 요원 3명은 성매매 알선혐의와 음란물 유포혐의, 성희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이들의 성범죄 전력이 들통 나지 않았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성범죄자를 알몸 투시기 검색 요원으로 앉힌 것은 정부가 G20 개최를 빌미로 알몸 투시기 운영을 무리하게 도입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네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쓰는 인니어도 모르면서
알몸 투시기와 같은 날 시작된 입국 외국인에 대한 지문 확인도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은 출입국법 개정을 통해 9월 1일부터 입국 외국인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재일동포의 지문 날인에 대해 일본을 그토록 비난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입국 외국인에 대해 지문확인을 한다는 이중성 외에도 법 시행에서 임의성이 강하게 작용해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출입국이 밝힌 지문 확인자 예시를 보면 그러한 논란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출입국은 '여권에 표기된 국적국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거나 국적국의 사정에 어두운 자'를 지문 확인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구스(36)씨는 "이 규정에 의하면 대한민국 출입국 모든 직원은 전 세계 모든 언어에 능통해야 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 현황에 대해 다 아는 것 같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어는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제가 지난달 16일 새벽에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으로 한국에 왔어요. 공항에 도착해서 출입국 심사를 하러 나오는데, 기분이 아주 나빴어요. 환영 인사말이 인도네시아어로 돼 있었는데, 그 간단한 인사말이 엉터리였어요."
아구스에 의하면, 자신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출입국 심사대 앞의 전광판에는 인도네시아어로 'Selamat datang ke Korea'라는 문구가 흐르고 있었다. "공항 측은 '웰컴 투 코리아'라는 뜻으로 썼겠지만, 여기에서 'ke'는 어디 어디로 갈 때 쓰는 단어이지, 도착했을 때 쓰는 단어가 아니다. 때문에 나 보고 한국을 떠나가라는 말인지, 잘 왔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언어도 모르면서 '여권에 표기된 국적국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거나 국적국의 사정에 어두운 자'를 대상으로 지문 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크게 사기치는 사업가들은 통과, 힘없는 노동자만
한편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입국 외국인 지문 확인 절차는 검색 요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국적과 피부색, 비자 종류에 따른 차별 논란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사업차 오는 사람들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만만한 고용허가제나 개도국 출신 관광객들에게는 지문 날인을 강요하겠지요. 그런데 사기를 쳐도 크게 치고, 민폐를 끼쳐도 크게 끼치는 사람들이 누굽니까? 돈 많은 기업가들 아닌가요? 그런 사람들에겐 한 없는 편의는 제공하면서, 힘 없는 노동자들만 닦달하겠다는 이 심보는 뭡니까? 이런 식의 운영에서 자신들이 입만 열면 떠벌리는 외국인과 공존하는 열린 사회가 어떻게 구현되겠습니까?"
알몸 투시기 운영과 입국 외국인 지문확인 제도가 G20을 앞두고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했다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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