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장풀, 여름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꽃이다.
이제 날씨는 더워도 가을이 오니 내년을 기약하고 떠난 이들이 많아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보니, 풀섭 근처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흐른다.
그들을 담기 위해 몸을 쪼그리고, 때론 땅바닥에 엎드리는 일은 미치지 않고는 못할 일이다. 한때 미쳤을 때에는 마다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제정신(?)으로 돌아오니 풀섶에 서기만 해도 풀기운에 사우나에 들어선 듯 땀이 흐른다.
그리하여도 담고 싶은 것이 있어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닭의장풀 꽃술을 바라보았다.
꽃술의 세계만 해도 신비스럽다. 일부분을 극대화하여 이미지화하면 대상에 대한 왜곡도 가져오지만, 눈으로 보지 못하던 또 다른 세계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바랭이, 꽃술이 만발하다.
벼과의 식물들에게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지만 그들이 있어 그 작은 알곡들이 하나 둘 열매맺는 것이니 감사할 수밖에.
바랭이의 꽃술,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바랭이가 꽃이 핀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땅빈대'라는 식물이다.
땅바닥에 이파리와 줄기를 쫙 붙이고 퍼지는 이른바 '잡초'에 해당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예외없이 꽃이 있다. 중대가리의 노란꽃과 거의 비슷하니 육안으로는 거의 확인이 되지 않는다.
나도 지난 주에 땅빈대 꽃이 피었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했지만, 너무 작아 그 존재만 인식하고 오늘에서야 마이크로렌즈의 힘을 빌어 확인하고 담았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인데 그 꽃을 제대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땅빈대도 꽃을 피우고고, 바랭이도 꽃술 만발, 중대가리에 노란꽃....
가을꽃 중 하나인 이삭여뀌, 이삭여뀌에 진딧물이 하나 붙어있다.
사진을 담는다고 여간 귀찮게 구는 것이 아닌데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중에 사진을 보고야 알았다.
이삭여뀌의 작은 꽃에서 지금 수액을 빨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주둥이를 그 작은 꽃에 빨대 꼽듯이 꽂아놓고 식사중인 것이다.
마이크로로 바라보는 들꽃세상,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렇게 깊이 바라보면 더 신비한 것이 들꽃 세상이다. 깊이 알면 추해지는 사람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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