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하중동에 있는 관곡지는 밤마다 몸살을 앓는다. 밤에만 핀다는 빅토리아연꽃을 찍기 위해 모여드는 사진가들 때문이다. 빅토리아 연꽃은 2박 3일에 걸쳐 피는 꽃이다. 시흥시가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개의 연못에 나누어 빅토리아연꽃을 심었는데, 올해는 한 곳으로 모아 빅토리아연꽃을 심어 사진가들이 모이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
빅토리아연꽃은 첫날은 하얀색으로 피고, 다음날 낮에는 오므렸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분홍색으로 핀다. 다음날 다시 오므렸다가 밤이 되면 다시 피기 시작하는데 장시간에 걸쳐 화려한 왕관을 만든다.
새벽녘까지 기다려 멋진 왕관을 보여주면 다행이지만 꽃을 피우다가 물 속으로 잠기면 헛걸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름째 찾아왔다는 사람, 한 달째 찾아왔다는 사람…. 모이는 사람마다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인사를 나눈다.
"여긴 모인 사람들 대부분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거의 매일 밤마다 출근할 수 있는지 나부터 미쳤다니까. 이젠 집에서 아내가 짐 싸서 관곡지로 이사 가라고 한다니깐."이제는 자기 집 안방인양 돗자리를 깔고 주안상을 차려 놓고 자리를 잡는 사람들도 생겼다. 극성스런 모기도 이제는 한 가족이 된양 아랑곳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 여지없이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간다. 사진 찍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며 작품을 담는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다.
밤새 화려한 왕관을 담고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잠깐 잠을 잔 뒤 다음날 아침 다시 관곡지를 찾았다. 어젯밤 관곡지를 떠나기 전 속살을 드러내며 다시 왕관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인 빅토리아연꽃이 궁금해서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은 뭔가를 담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또 다른 볼거리인 보호종인 금개구리를 찍고 있었다.
금개구리는 등은 전반적으로 밝은 녹색, 배는 노란색, 체형 유선형. 크기 4~6cm 몸의 크기나 전체적인 모양이 참개구리와 비슷하나 등 옆선을 이루는 두 줄의 융기가 금색으로 현저하게 돌출되어 있어서 구분이 된다. 암수 모두가 울음 주머니가 없는데 목으로 작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근교 안산에서 살기에 관곡지를 자주 찾아온다는 박창순(54)씨는 조류사진 전문가다. 빅토리아연꽃과 금개구리를 찍기 위해 왔다고 한다.
"관곡지는 연꽃이 다양하여 연꽃을 찍는 사람들이 많죠. 요즈음은 밤에만 핀다는 빅토리아 연꽃 때문에 밤잠을 설칩니다. 새벽까지 왕관을 찍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 장비를 철수하기 전 할 일이 하나 더 있어요. 저기 금개구리 보이죠? 녀석이 연꽃위에 있는 벌이나 곤충들이 꽃에 앉으면 재빨리 낚아 채 먹거든요. 만족한 빅토리아 왕관을 담지 못하는 날에는 금개구리를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중에 저도 한 사람입니다. 번개처럼 먹이를 먹는 녀석을 담기위해 기다리고 있죠. 먹이를 먹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한답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많이 봐왔던 개구리인데, 자연환경 파괴로 생태가 변하고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요. 금개구리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포획하거나 해쳐서도 안 됩니다. 자연생태가 살아야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
빅토리아연꽃은 8월~10월까지 피는 꽃이다. 잎 표면은 광택이 있는 녹색이고 뒷면은 짙은 붉은 색이며 가시 같은 털이 있다. 꽃의 지름은 25∼40cm이고 꽃잎이 많으며 향기가 있다고 하지만 멀리 서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향기를 맡아본 적은 없다. 오늘밤도 그곳에 가면 어두운 곳에 옹기종기모여 신비롭고 화려한 빅토리아 왕관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