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울산시교육청이 설립을 강행, 공사가 진행중인 울산 북구 중산동 울산외국어고등학교 옹벽이 8일 새벽 무너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울산외고는 올해 3월 개교했지만 이 학교 건물이 준공되지 않아 학생들은 현재 거리가 먼 울주군 울산과학기술대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고 있고, 조만간 신축이 완료되면 수업을 할 예정이었다.
울산외고 신축 현장 옹벽 토사가 무너져 내린 것은 8일 오전 6시 50분. 높이 12m, 길이 100여m 규모의 옹벽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학교건물의 기초 말뚝이 토사에 휩쓸려 일부 뽑히거나 손상된 상태로 건물 자체가 붕괴 위험이 있어 현재 접근이 금지됐다.
울산시교육청은 붕괴원인으로 최근 태풍이 잇따른 점에 초점을 뒀지만 이번 태풍이 울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실공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조합원들이 학교 공사에 참여한 울산건설기계지부(건설노조)가 불법하도급에 따른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울산건설노조에 따르면 학교 현장 하도급업체인 ㅈ건설 대표이사는 최근 울산공영주차장부지 인허가 거액 뇌물 사건에서 26억 원을 받아 구속된 전아무개씨의 동생으로 건설노조가 불법하도급 의혹을 제기한 회사다.
(울산 아파트 인허가,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비화하나)건설노조는 지난달 공영주차장 인허가 로비사건이 터지자 "구속된 전씨는 관계에 영향력이 있고, 전씨의 동생 3명이 각종 관급 공사에 수년간 참여해 불법하도급을 해왔다"며 검찰의 확대수사를 주장했었다.
건설노조는 9일 "확인결과 울산외고 부지조성 공사를 맡은 ㅈ건설에서 굴착기, 덤프 건설기계노동자들과 직접계약관계, 직접임대료지급이 돼야 함에도 자회사격인 건설기계임대알선업체 ㅅ산업개발을 통해 임대료가 지급되었다"며 불법하도급 의혹을 제기했다.
건설노조는 "이는 공사비 부풀리기 비리의 전형인 이중청구를 용이하게 하는 구조"라면서 "만약 이중청구로 공사비빼돌리기가 있었다면 이는 당연 부실공사의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풍피해가 아니다. 많은 양이 아닌 비에도 무너져내리는 날림부실공사의 피해"라면서 "아찔한 붕괴사고에 인명피해라도 있었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현장 덮는데 급급해 하지 말고 검찰이 정밀검증하면 낱낱이 규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8일 새벽 사고 직후 현장에서 20여년간 건설기계운전 경력이 있는 동료들로부터 여러 가지 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즉, 흙을 돋우어 쌓는 성토작업은 주로 30cm안팎의 흙을 쌓고 불도저 등 건설기계장비를 통해 다짐을 해야 하지만 이 현장은 그 이상의 흙다짐높이로 날림성토작업을 했다는 것. 이런 부실이 붕괴의 원인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것,
건설노조는 또한 "옹벽공사시 보강토다짐을 할 때는 주로 벽돌 3장 높이에서 흙다짐을 하고 옹벽벽돌과 다짐흙을 묶어주는 자재 등을 사용하여야 하지만 붕괴된 흙에 자재등이 노출된 것이 없는 것으로 봐서 이 제보들에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노조는 "옹벽 흙다짐을 할 때 가장 밑바닥층부터 일정 단계별로 방수를 위해 흙다짐 중간중간에 자갈 등 골재를 깔아서 배수기능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관급공사에서 공사비를 빼먹기 위해 모래, 석분, 골재 등을 덜 사용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고 있어 더욱 부실공사 의혹이 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에서는 최근 신축중인 남구 무거동 옥산초등학교에서도 붕괴사고가 있었다. 건설노조는 건설업자들이 "학교공사는 재미없는 공사며 그래도 실적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한다"는 말을 했다며 잇따른 학교 붕괴가 저가공사와 날림부실공사의 합작품인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장현수 사무국장은 "공교롭게도 붕괴 현장공사의 토목과 보강토 옹벽공사를 맡은 회사 대표이사가 뇌물수수의혹으로 구속된 전 아무개씨의 동생이다"며 "최근 두사건을 지켜보면서 울산의 건설비리사건과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사고가 울산외고의 아슬아슬한 모습과 겹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