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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13일 서울 중국 적십자사 본부에서 대북 수해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13일 서울 중국 적십자사 본부에서 대북 수해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 황방열

유종하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 총재는 13일 "수해 지원을 요청해온 북한에 쌀 5천톤과 40㎏ 시멘트 25만 포, 컵라면 300만개 등  구호물자 100억원 어치를 전달하겠다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적십자사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해지역인 신의주에 이 물품을 보낼 계획"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운송비까지 포함해 금액으로는 1천만달러(110억원 상당) 규모이며, 자금의 90% 이상은 정부 자금인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된다.

 

쌀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사실상 정부 차원의 식량지원이 성사되는 셈이다. 정부는 2008년에 옥수수 5만톤 지원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거부했고, 2009년에 옥수수 1만톤 지원을 제안해 북한도 수용했으나 "옥수수를 구하기 힘들다"며 지체하다가 천안함 사건으로 흐지부지 됐다.

 

유 총재는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대해 "오는 17일 개성에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적은 이 같은 제안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오늘 북측에 보낼 예정이다. 그는 이산가족 상봉 시점에 대해서는 "추석은 지나고 10월 중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해지원 신의주로 국한... 굴착기 등 중장비는 군사 전용가능성 우려 배제

 

그는 지원 지역에서 개성이 빠진 이유에 대해 "개성지역 수해에 대해서는 별다른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지원은 신의주에 국한된다"고 밝혀, 이후 개성지역 지원 가능성을 열어놨다.

 

쌀 지원 규모를 5천톤으로 한 것에 대해서는 "신의주 지역 이재민이 8만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5천톤(80억원)은 10만명의 100일치 식량이 되고, 20만명에게는 50일분"이라고 말했다.  한적은 2007년도 국내산 쌀을 구입해 북측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총재는 북한이 지원을 요청한 항목 중 굴착기 등 중장비를 배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쌀은 식량이고, 시멘트도 수해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굴착기 등 중장비는 규모도 크고, 다른 문제점도 고민해야하기 때문에 적십자사가 아니라 정부가 고민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군사용으로의 전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적이 지난달 26일 수해지원 의사를 북측에 전달하고, 이어 31일에 다시 100억원 규모의 세부지원 계획을 담은 통지문을 보내자, 북한은 지난 4일 "기왕 보낼 것이라면 수해지원에 필요한 쌀, 시멘트, 중장비 등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한적 앞세우고 뒤로 빠진 정부..."5·24조치 유효" 입장

 

한편, 이번 대북 수해지원 과정에서 정부는 뒤로 빠지고 대신 한적을 앞세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인택 통일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대북 수해지원과 관련해 "한적은 정부가 아니며 한적 차원의 긴급구호 성격"이라면서 "한적이 수해지원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지난 4일 "쌀, 시멘트, 중장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해 온 사실을 7일 언론보도가 나올 때까지 한적에 알리지도 않았었다. 결국 모든 판단은 정부가 하고 있으면서도, 수해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주의' 사안을 강조해 한적을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천안함 사건의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할 경우 나올 수 있는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순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일체의 방북을 금지한 5·24조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적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협의에 응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5·24조치의 수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 적십자#유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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