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재임 4년 동안 부채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민선 4기가 끝나는 지난 6월 30일에는 서울시 예금 잔액이 51억 원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 예금 평균잔액이 보통 2조 원, 3조 원정도였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의 말이다. 정 부소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후빌딩에서 열린 '서울시 재정 긴급진단 토론회'에서 서울시 재정악화의 원인을 토목·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방만한 재정운용에서 찾았다. 정 부소장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 취임 이전인 2005년 9조 원이었던 서울시 부채는 2010년 6월 말 현재 23조 6365억 원으로 증가했다.
121번 회의해 전문가·시민의견 수렴한다더니...정 부소장은 토목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들었다.
2009년 말 현재 한강르네상스 33개 사업에 총 5141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 가운데 완료된 사업은 모두 21건. 정 부소장은 "최근 4년간의 한강르네상스사업 예산 불용액 현황을 보면, 연간 2백억 원 정도가 불용되고 있다"며 "그만큼 사업이 줄기차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부소장은 이러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먼저, 그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추진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2007년 서울시 행정사무감사 조치결과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폭넓은 자문과 계획조정,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평가, 고품격 디자인 개념 도입, 각 사업간 조정을 진행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한강르네상스 총괄자문가팀'은 총 121회, '한강르네상스 시민위원회'는 총 18회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운영계획을 세웠다. 정 부소장은 "그러나 자문위원회의 2009년 운영실적을 보면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관련해 2월, 6월, 9월 단 3차례의 회의만 진행되었을 뿐"이라며 "4대강 사업처럼 한강르네상스 사업도 회의 열 겨를도 없이 굉장히 급하게 추진된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가든파이브·디자인서울, 재정난 야기한 토목사업한강르네상스의 세부사업들이 대부분 당초예산에 비해 최종예산이 증가한 것도 문제다. 정 부소장은 그 예로 반포대교에 설치된 반포분수를 들었다.
2006년 계획 당시 96억 원이었던 반포 분수의 설치 예산은 2007년에는 440억 원으로 늘어났고, 2008년 11월에는 690억 원으로 늘어났다. 당초 계획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33개의 세부사업 전반에 대해 반복적인 투자심사·예산증액 현황을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정창수 부소장은 가든파이브, 디자인서울, 뉴타운 사업 등을 서울시 재정난을 야기한 대표적인 '토목 사업'으로 규정했다.
한편, '대규모 개발사업, 서울시 재정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김정태 서울시의원(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박사 그리고 손종필 용산연대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