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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점에서 많이 쓰는 세일즈 기법 중에 1+1 마케팅이 있다. 하나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덤으로 한 줌을 더 집어주는 것이나, 자잘한 생활용품을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것과는 달리, 1+1은 조삼모사식 함정이 있다.

 

살 때는 하나를 거저 얻은 것 같지만, 사실은 저렴한 물건을 충동적으로 두 개 구입한 것에 불과하다. 반 값에 하나만 사는 것은 안되기 때문이다. 파는 입장에서는 가격을 내리는 대신 두 개를 팔아치운 셈이 된다. 사 놓고 나서 보면, 덤이나 사은품과는 달리, 어느 것이 원래 사려고 했던 것이고 어느 것이 딸려온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9일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예비경선에서 이인영, 백원우, 최재성 후보가 각각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9일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예비경선에서 이인영, 백원우, 최재성 후보가 각각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9월 9일, 17명의 예비후보 중 9명을 뽑는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이른바 '486'후보 백원우·최재성·이인영 등 3명이 모두 컷오프를 통과해 화제가 됐다. 후보 등록 전 3자간에 단일화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단 단일화에 실패하고 모두 등록하였다. 지금까지는 단일화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대중적 지명도가 더 높은 추미애, 김효석 의원이 탈락하고 이들 3명이 모두 통과하게 된 데는 '선출직 중앙위원 1인 3표제'라는 컷오프 룰이 큰 역할을 했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다. 1인1표일 경우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한 사람을 선택하게 되지만, 1인 3표제는 특정후보에 대한 배제투표나 패키지 투표 등을 통해 조직력과 세력이 강한 집단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룰에 관한 한 상당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개별적으로는 매출이 떨어지는 제품을 패키지로 묶어 파는 것과 비슷한 이치).

 

그런데 1인3표제도 문제지만, 중앙위원회에서 그것도 선출직 중앙위원만으로 1인3표제로 9명의 후보로 압축한다는 룰은 그 자체로 별다른 근거거 없어 보인다. 왜 중앙위원회에서 컷오프를 결정하는가? 직책당비는 꼬박꼬박 내는데 왜 지명직 중앙위원은 투표권을 주지 않는가. 왜 12명이나 15명이 아니고 9명으로 압축하는가? 등등 어느 것도 명확한 근거(당헌, 당규상)가 제시되거나 타당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조배숙 의원은 유일한 여성 후보로 컷오프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최고위원이 확정되었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중앙위원회(일부)가 최고위원을 선출한 것이다. 또 약속대로 3명의 486 의원들이 단일화를 했고, 조배숙 의원이 여성최고위원으로서 배려를 한다면,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순위투표만 하게되는 셈이다. 중앙위원회(일부)가 전당대회 대의원들의 선거권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번 컷오프 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매 선거마다 공천과 경선의 규칙들이, 명확한 당헌당규상의 근거도 부족한 채로, 그때그때 다르게 결정된다. 룰이 타당한 지 검증할 여유도 없게끔, 후보 등록 직전까지 미루다가 밀실에서 슬쩍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내부의 룰에 관한 한 '공정한 사회'는 커녕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들 간에는 치열한 합종연횡이 시도되고 있다. 속된 말로 하자면 짝짓기다. 전당대회 대의원에게 주어지는 1인 2표제 때문이다. 빅3이라 불리는 후보들 간에는 누가 1등을 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동반 당선시킬 것인가로, 최고위원 입성을 목표로 하는 후보들 간에는 6위 안에 들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인 2표제때문에 '선거공학적 머리쓰기에' 신경

 

왜 1인 2표제인가? 대의원이 1만 명도 넘는데, 왜 1인 2표여야 하는가? 당원대표성의 문제라면, 최고위원 6인을 확정한 후, 1·2위간 결선투표로 대표를 정하면 될 것 아닌가? 1인1표제라면 각자 자기 선거만 열심히 하면 될 텐데, 그래서 자기자신에 더 집중하고, 자신의 정견을 가다듬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텐데, 1인 2표제가 되다 보니 '선거공학적 머리쓰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국민과 당원을 상대로 하는 정치지도자를 훈련시키기 보다 짝짓기와 당파정치에 더 신경쓰는 선거기술자로 유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486 후보 단일화는 물건너 갈 공산이 커졌다. 백원우 의원이 사퇴하고 두 명만 남은 상황에서 굳이 후보단일화를 주장할 필요도 없어졌다. 꼭 대표가 되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잘하면 두 후보 모두 최고위원이 될 수도 있는데, 굳이 단일화해서 한 명만 들어갈 일도 아니게 되었다. 선거공학상으로 상황은 그렇게 된 것이다.

 

1인 2표제는 사실은 덤이거나 사은품인 물건을 1+1처럼 보이게 만들어준다. 내용적으로는 대표로서 지지하는 한 사람과 최고위원으로 지지하는 한 사람을 뽑는 것인데, 1인2표제에서 2표는 똑같은 1+1으로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1인 2표제라고 하더라도, 여론조사 기법에서 사용하는 선호투표 방식, 즉 1차 지지후보와 2차 지지후보를 구분해서 가중치를 다르게 준다면, 그 차이는 명확해 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구는 자기 지지표로 당선된 최고위원이고 누구는 '덤'으로 당선된 최고위원인지 구별될 것이다. 1인 2표제는 이 차이를 없애고 똑같은 한 표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당선만 되면 표시나지 않고, 덤으로라도 당선되려면 짝짓기 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40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대중, 김영삼, 이철승 후보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을 때, 그것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계파정치와 원로정치에 안주하던 민주당을 혁신하겠다는 시대정신으로 당당하게 맞서는 진검승부였다.

 

지금 486 정치인들은 그만한 무게를 느끼며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는가? 처음 386으로 불리며 등장한 이후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숫자(486) 외에는 자신들의 집단적 정체성을 나타낼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는가? 386이 시간이 지나서 486이 된 것이라면, 그건 세대교체가 아니라 '늙는 것'일 뿐이다.

 

사실 지금의 이합집산은 당사자에게는 치열하고 구경꾼에게는 흥미로울 지 모르지만, 한 걸음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좌판에서 주사위 들어있는 밥주발 돌리는 야바위랑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감동은 없고 흥미만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흥행을 시키겠다는 것이라면, 2년 뒤 집권을 말하는 정당이 국민을 상대로하는 정치라고 보기 어렵다.

 

486정치인들마저 그런 정치에 연연하고, 그런 표 계산을 통해 덤으로 최고위원하는데 안주하지 않길 바란다. 후보단일화하고, 당당한 진검승부로 당대표에 도전해서 승리하라. 그래서 하청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보여주시라.              


#민주당#전당대회#컷오프#1인2표제#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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