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통치이념으로 제시한 '공정 사회' 실현을 위해 보수진영 대표 이론가와 여당 의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권력자들부터 공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정사회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이혜훈 의원은 지난달 국무총리·장관·대법관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위법사실이 드러나 낙마사례가 있었지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이도 있었고 더욱이 위법에 대한 처벌은 전혀 없었던 일을 거론했다.
이 의원은 "거짓으로 주민등록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과실치사는 징역 2년인데, 법적으로는 사람을 실수로 죽인 것보다 위장전입이 더 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라며 "이런 것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인생의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하고 넘어가는 게 현실이고,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법 처리하지 않는 상태가 그대로 간다면 누가 공정사회라고 믿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2006년 위장전입한 것이 밝혀져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이인복 대법관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특히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원직 사퇴서를 냈지만 국회가 이를 처리하지 않고 있는 문제도 불공정 사례로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03년 민주당 소속이던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냈지만 민주당이 처리를 미뤘고, 한나라당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력히 비난해 결국 사퇴서를 처리했던 일을 거론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임 실장의 사퇴서를 처리하지 않으면) 그때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비판한 것이 국민들로부터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사회라는 화두를 꺼낸 여당인 만큼 이 문제는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160여 개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 가운데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한 17개 법안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포함됐던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집시법이 공정사회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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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훈 "검찰이 위장전입 후보 기소도 안하는데 무슨 공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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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3인방 "사찰 윗선 빠진 게 공정?... 실세 없는 정부 돼야"사찰 피해 3인방으로 불리는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두언 의원은 "외교부장관 딸 특채 문제에서 인사권이 있는 윗선의 책임은 어디 갔느냐"며 "정치인에 대한 사찰을 했는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실무자만 구속시키고 실질적인 책임자는 없는, 공정하지 않은 일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환율과 정부의 투자 촉진 정책으로 막대한 이익이 대기업으로 가고 있는데, 일부 대기업과 소득이 많은 층에 감세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경제분야의 '불공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남경필 의원은 "공정사회는 법치주의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법치주의는 권력기관과 기득권자부터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를 하는 것"이라고 원론을 강조했다. 권력자들부터 법치주의를 준수해야 공정한 사회가 된다는 것.
정태근 의원은 "사찰의 배후를 찾아야 하는데 그 배후자가 유령이 됐다, 권한이 불공정하다면 찾아내야 하는데 누가 했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를 성토했다.
정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을 겨냥, "차관이면 차관이지, '왕차관'이 있을 수 없는데 '왕차관', '실세장관'이란 말이 나온다"며 "공정사회로 가려면 실세가 없는 정부, '유령'이 없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효종 교수 "권력층, '나는 공정한가?' 자문해야"이날 발제를 맡은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공정사회는 권력층이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보며 '내가 행사하고 있는 권력은 공정한가'라는 반성형 자문을 함으로써 역동성을 얻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권력층의 자기 채찍질과 솔선수범"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정사회는 권력이 자니치게 집중되는 정치제도보다는 절제된 권력체를 가져야 한다"며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을 언급하면서도 "현 제도 하에서라도 가능하고 적절한 분권의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나라당 구상찬·김용태·김효재·권영세·나성린·남경필·심재철·전여옥·정두언·정몽준·정태근 의원이 공동주최했고,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정장선 민주당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