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당수 학교의 교실 에어컨은 올 여름 40여 년만의 폭염 속 찜통 교실에서도 낮잠만 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등 7개 시도 초중고의 13.2%에 해당하는 학교들이 올 여름(6월 1일~8월 31일) 동안 30일 미만으로 에어콘을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내 온도를 28도 이하'로 하도록 규정한 학교보건법 시행규칙(별표2-환기·채광·조명·온습도의조절기준)을 어긴 것을 뒷받침해주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경기 등 7개 시도교육청이 최근 국회 안민석 의원(교육과학기술 상임위)에게 건넨 '초중고 에어컨 가동 현황' 자료를 16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28도 이하' 학교보건법 있는데도, 38개교는 10일 미만만 가동7개 시도의 초중고 5093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 자료를 보면 6~8월 세 달 동안 에어컨 가동일이 30일 미만인 학교가 전체 학교의 13.2%인 671개교(10일 미만 38개교, 10일 이상 20일 미만 156개교, 20일 이상 30일 미만 477개교)였다.
여름방학이 포함된 이 기간 동안 초중고 학생이 등교한 학교별 기준 일수(방학 중 학생 등교일 포함)의 평균은 65일. 여름철에 절반 이하로 에어컨을 가동한 학교가 상당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다.
하지만 이 수치는 교무실, 교장실, 보건실, 숙직실 가운데 어느 하나만 에어컨을 켠 경우도 에어컨 가동일로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찜통 교실 수준은 더 심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올 여름 6월~8월(92일) 동안 서울지역 평균 최고기온은 6월 28.2도, 7월 29.3도, 8월 30.0도였으며, 대전은 같은 기간 28.6도/29.8도/30.8도, 대구 30.5도/31.3도/33.6도, 광주 29.3도/30.5도/32.2도 등이었다. 에어컨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의 교실 실온은 실외온도보다 더 높았을 것이다. 올 여름(6~8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9.4도로, 1973년 이래 두번째로 높았다.
학교가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전기요금 부담 때문이다. 학교 전기요금은 가정용보다는 저렴하지만 산업용보다 비싸 학교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논란이 되자 올해 6월 중순쯤 폐기하기는 했지만 교과부가 올 초 각 학교에 '에너지 10% 절약' 지침을 보내 냉방일수를 42일 이내로 묶어둘 것을 지시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오마이뉴스> 6월 14일치 "에어컨 42일 이상 틀지 마" 지침에 교실은 '찜통')올해 에어컨 가동일이 10여 일인 한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은 "에어컨이 오래되어 작동을 해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아 많이 켜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가동일을 보인 또 다른 초교 교장은 "학교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선 전기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안민석 의원은 "교실 안 무더위 때문에 학습에 손을 놓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국가적인 손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지난 8월 가정용 전기료를 2.0% 올리고 교육용 전기료는 더 나아가 5.9%나 인상하는 방안을 허가한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