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별별 희한한 것들을 기념하는 '날'이 많다. 3월 3일은 3이 두 번 겹친다고 삼겹살을 먹는다는 날인 '삼겹살 데이', 자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 '빼빼로데이' 등 상술적, 기념적인 이유 또는 사회적인 캠페인의 일환으로 갖가지 '날'들을 만들어 그날에 맞는 이벤트를 행사하기도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서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을 '두발로데이'로 지정해 '저탄소 녹색성장' 운동의 일환으로 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행사는 의왕시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하거나 또는 같은 이름을 달고 행사를 하고 있다.
의왕시의 '두발로데이'는 정부기관주도의 행사가 아닌 민간참여형의 행사로 매월 두 번째 주 '놀토'를 이용해 시민참여를 유도했고, 매회 행사를 맡은 각 민간단체의 '환경운동'을 홍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점은 각 행사 때마다 잘 알려진 의왕시의 명소를 걷거나 새로운 산책길을 만들어 소개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우리 동네'의 작은 산책길이나 옛길들로 이루어진 '생태회랑'을 살리는 데 주력해 자연환경을 통한 의왕시민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환경과 관련된 수많은 일회성 행사들을 많이 겪어왔다. 물론 그것이 일반 시민에 의한 행사이건 아니면 정부 주도하에 행해지는 것이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사 자체의 내용이나 의미도 그러하지만, 그 행사들이 과연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의미에 맞는 행사를 치르는 것이며, 그것의 실현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단어라든지, '환경보호', '에코'라는 단어들과 관련된 무수한 결과물이 쏟아지듯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을 출시하거나 광고를 하더라도 '환경친화적'이라는 라벨을 붙이지 않으면 판매경쟁에서 뒤처지는 꼴이 된다. 우습게도 이것이 한 시대의 '주류(主流)'가 돼버린 것이다.
마치 억지 춘향 격으로 끼워 맞춘 듯 시중에 나온 모든 상품이나 심지어 문화예술계에서조차도 이러한 '에코(eco)의 바람'은 예외가 될 수 없다. 때문에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우리와 같은 일반 시민들이다. 이렇듯 극진한 '환경 사랑의 시대'에 나온 제품들이야말로 건강에 좋고 몸에 좋은 것이며 환경을 살리는 것이라면, 이전에 생산됐던 물건들은 버려야 한단 말인가?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생태계를 살리고 건강한 시민들의 하천변 여가활동을 권장한다는 미명하에 멀쩡한 하천들이 공원화되고, 작은 옛길들은 없애버리는 대신 새로운 길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그것뿐이랴, 도시하천에 깨끗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류에서 상류로 물을 펌핑해서 끌어올린다. 당연하지만 물을 끌어올리는 데는 전기와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의 기본은 에너지 절약인데 에너지를 낭비해 깨끗한 하천을 만든들 그게 무슨 소용이랴. 결국, 그런 하천들은 '커다란 어항'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로를 흐르는 빗물이나 생활용수를 정화해 하천으로 유입되게 하거나 지하수나 주변지역의 산에서 흐르는 물을 유입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물고기와 수생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생태하천을 유지하는 데에 반드시 1급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천 주변이나 멀쩡한 길들을 다시 파헤치고 아스팔트를 깔아 자전거 도로를 만들거나 산책로를 만든다. 기존의 자연식생을 제거하고 인공식재를 심는다. 콘크리트 구조물도 한몫 더한다. 기존에 있던 오래된 옛길을 살리기보다는 어쩌면 멋진 일일지도 모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 맛이라는 말인가? 하지만 길이라는 것은 접근성과 보행자의 안전문제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차라리 자연 그대로의 옛길을 깨끗이 정비하거나 안전등 하나를 더 다는 것이 낫지 않을까? 우리가 실현해야 하는 진정한 녹색성장은 우리가 가진 자연자원을 후세를 위해 남겨둘 수 있는 '지속가능' 한 것이어야 하지, 환경을 파괴해서 새롭게 얻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경쟁하듯 만들어 놓은 똑같이 생긴 생태 꽃길을 보라. 서울의 생태꽃길이나 부산, 제주의 그것이 판에 박은 듯 똑같다면 그 지역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이야기를 돌려, 우리가 진정한 녹색성장 운동을 하기 위해선 우리가 이루어내야 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해 확고하게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녹색 그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
이런 것들은 구체적으로 재정적인 문제와 제도적인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을 때 문제가 생긴다. 재정적인 문제는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필요하며, 이는 각 지방자치 단체와 시민들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조가 없이는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도적인 문제는 법적인 행정체계와 관련된 것이니만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녹색성장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서 같은 옷을 맞춰 입은 듯 이뤄져서는 안 된다. 우리에겐 우리만의 녹색성장의 길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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