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황식(62) 감사원장이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되었다.
이미 대법관과 감사원장까지 지낸 분이니 사회통념적인 잣대로 능력은 검증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크게 볼 멘 소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선 인사청문회를 해 봐야 알겠지만 무사히 '내정자' 혹은 '후보' 의 딱지는 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08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으니 이미 한 번 맞아본 매여서 큰 잡음이 없겠다는 판단에 김태호 총리 내정자의 낙마로 시린 속을 달랠 적격자로 쉽게 낙점됐을 수도 있겠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인선 발표에서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법관과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무엇보다 흠잡을 데 없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공정한 사회'에 부합하는 훌륭한 분이라고 판단, 직접 김 후보자를 설득해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현 정부에서 강조하고 사회에서 일정한 흐름으로 자리하는 '공정한 사회'에 매우 적확한 분이시라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 꼼꼼히 한 번 되짚어 보자. 감사원장 청문회 당시 논란이 되었던 병역 면제 사유를 안고 가겠다는 것이다. 모의 청문회까지 치르면서도 별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현 정부의 인사담당자들은 병역 면제 쯤은 결격 사유로 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미 감사원장으로 재직 중이셨기에 새로이 현 정부 고위직 병역 면제자 명단에 이름이 추가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 그리고 전 국무총리 정운찬에 이어 다시 김황식 국무총리 내정자까지 병역면제자라는 것은 원세훈 국정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등의 장·차관 명단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반 국민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국방의 의무를 4대 의무로 인식하며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철이 들고 어른이 된다"고 믿어온 평범한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유권면제(有權免除) 무권현역(無權現役)이 아닌가!
현 시점서 병역 면제자는 걸렀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기한 '공정한 사회'의 잉크가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았고,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결격 사유로 낙마한 후임 인사라면 더욱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으로 인물을 선정했어야 했다. 과거에는 어땠을 지 몰라도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병역 면제자는 걸러야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현재 국민의 정서이고 민심이다.
최근 경찰의 조사를 받고 불구속 입건되어 네티즌의 온갖 비난을 받으며 사실상 방송에서 하차한 연예인 'MC몽'의 경우를 돌이켜 보더라도 너무 국민의 정서에 무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평범한 연예인보다도 못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한단 말인가?
물론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 등의 핑계를 대며 병역을 연기한 MC몽의 경우는 고의성이 짙어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본인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여론 재판(?)에 의해 방송에서 하차했다. 연예인의 병역 비리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용서할 수 없어 방송에서 퇴출을 요구하는 것, 법의 공식적인 심판을 받기도 전에 방송퇴출을 강제해 낸 국민 정서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가.
병역 면제 사유의 고의성 유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라 살림을 하면서 국가를 이끌어 가는 고위 공직자의 다수가 병역 면제자라는 현실이 서글프고,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 다시 총리 후보자를 병역 면제자로 내정하는 인사 담당자들의 그 철면피함에 분노가 솟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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