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언론의 비판과 보수 언론의 조소에도 불구하고 10월 3일 개최될 민주당 전당대회의 의미는 작지 않다. 국정의 대안세력인 제 1야당이 갖는 무게 때문도 아니고, 집권을 향한 야심찬 출발을 다지는 정치적 축제의 장이기 때문도 아니다. 썩 흥미도 흥분도 줄 것 같지 않던 민주당 전당대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오랫동안 지속된 부인할 수 없는 민주당의 "위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가장 허약한 야당이라는 오명이 그리 억울해 보이지 않는 정치적 무기력, 한치 앞의 정치 상황도 내다보지 못하고 소탐대실하는 소아병적 자기기만, 단 한 사람의 가능성 있는 대선주자도 키우지 못하는 조직적 미성숙, 우왕좌왕하며 집토끼도 산토끼도 다 놓치는 전략적 우유부단, 중산층과 서민을 외치면서 진보라는 말 자체도 쓰지 못하던 나약한 자기부정이 바로 오늘날 민주당의 위기를 구성하고 있다. 그런 민주당이 통합과 연대의 정치를 구현할 정치적 중심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바로 이번 전당대회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도덕하고 치졸한 온갖 종류의 권력사유화는 민주주의, 민생, 그리고 평화 등 우리가 이루어온 모든 성과를 심각한 위기에 빠트렸다. 이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난맥상을 거부하고 새로운 선택을 할 분명한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그것은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되었다.
7·28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추태와 배신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재탄생에 버금가는 자기 변화를 추동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복원, 인간적 복지의 강화,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의 통합과 연대를 요구하는 국민들로부터 곧바로 버림받을 것이다. 정녕 수권 정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또한 진보진영은 지름길을 멀리 돌아가야 하는 고통스런 행로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국민의 절실한 요구와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첫째, 민주주의, 복지, 평화의 진보적 노선을 민주당의 기본 노선으로 채택하고, 진보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통해 진보적 노선을 실현할 것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 둘째, 당의 전면적이며 진보적인 혁신을 추동할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이루어내야 한다. 셋째, 세대교체와 노선혁신을 책임져야 할 민주당의 진보세대는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정치적 결단과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제는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 진보세대의 승리로부터 시작되어야한다.
현재 민주당은 '빅 쓰리'로 일컬어지는 세 명의 '올드보이'들이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빅 쓰리'가 말 그대로 민주당을 떠받치는 세 개의 크고 든든한 기둥이라면 좋겠지만, 실상은 작은 파이를 나눠 먹으려는 세력들을 대변하는 '작은 정치인'들에 불과하다.
그들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당을 관료조직처럼 화석화시켰고, 정치적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작은 이익에 급급해 국민들의 고통과 절망을 대변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개혁되어야 할 민주당의 현재의 모습 자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의 확실한 환골탈태를 원한다. 민주당은 진보적 세대교체를 통해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복지, 더 많은 평화를 가져오는 거대한 진보의 흐름을 선도해야 한다. 진보적 세대교체를 통해 다시 태어날 때에만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전체 진보세력의 연대를 위한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복지·평화라는 진보의 3대 축은 분열을 거듭해 온 진보개혁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성취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명백하게 확인했다. 그러나 7·28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추태와 배신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회생과 진보개혁진영의 분열만을 가져왔다. 이는 소탐대실에 눈 먼 노쇠한 민주당 리더십의 오래된 미래였다.
지난 선거에서 우리는 민주당의 선도적 양보를 통한 진보개혁진영의 연합정치와 승리를 주문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2012년 진보개혁진영의 강한 연대와 통합에 기초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진보적이며 젊은 리더십을 창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민주당 486 진보세력
세대교체와 진보혁신이 민주당의 당면 과제라면, 과연 민주당에 이러한 혁신을 담을 그릇이 존재하는가? 이런 점에서 우리는 최근 민주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6월항쟁의 주역들인 민주세대의 반란에 주목한다.
민주세대는 1987년 민주항쟁이라는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적 이행에 상당한 공로가 있다. 이제 그들은 민주세대를 뛰어넘어 과감히 진보세대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진보세대라는 정치적 위상으로 민주당의 진보혁신과 나아가 진보개혁진영의 통합에 헌신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의 민주세대는 민주주의의 역진을 막고 한 걸음 더 민주주의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줄서기와 '하청정치'등 부끄러운 과거를 거부하며, 당내·외 진보세력의 연대와 통합을 주창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주의·복지·평화라는 진보의 3대 가치를 중심으로 국가경영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을 486과 같은 물리적 작명법으로 구분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진보적 가치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이들은 그저 나이만 40대인 낡은 486일 뿐 진보세대가 아니다. 이제 새로운 정치주체로 나서는 그들의 반란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분명 반갑고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아니, 민주당에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비난과 야유가 곳곳에서 들린다. 후보단일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경선 최다득표자를 단일후보로 내세우고 공동선대위를 꾸리겠다는 합의는 유감스럽게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단일화의 대상이 처음부터 제대로 정해졌는지, 삼수회의 정치적 판단이 적절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식적인 발표는 없어도 예비경선의 결과와 그 정치적 의미는 이미 모두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이다.
현재 누가 민주당에서 이 새로운 진보세력을 대표할 것인가는 민주당의 대의원과 당원들, 그리고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백원우 의원의 현명한 판단도 그런 흐름을 읽은 결과라 할 것이다. 이제 최종 경선을 앞두고 파당적 판단 하에 진보의 시대적 요구와 새로운 세대의 숙명을 거부하는 행동은 40대이건, 누구의 계파이건 상관없이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외면하며, 민주당의 진정한 거듭남을 가로막는 배신행위임을 밝히는 바이다. 진보의 가치를 실현할 강한 민주당으로 다시금 세상을 바꾸길 원하는 민주당의 모든 이들은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정책대안 및 국가전략을 연구해온 우리 코리아연구원은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와 진보혁신이 제대로 결합될 때에만 민주당에게 미래가 있음을 밝힌다. 당연히 민주당 내에 있는 '젊은 정치인'들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진보세대로 다시 태어나려고 하는 민주당의 민주·진보세대에게 거듭 요구한다.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개혁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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