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노조도 있고 군인노조도 있다는 유럽처럼 노동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건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알아보니 계룡대 노동조합은 3군의 본부가 있는 계룡대에서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이었다. 그런데 계룡대 노동조합은 지금 계룡대 제2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150일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계룡대에 노동조합이 있다는 이야기도 의아스러웠는데, 천막농성까지 진행하고 있다는데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졌다. 지난 9일 계룡대를 찾았다.
계룡대 노동조합은 2009년 5월1일 청와대에 "대한민국 계룡대 비정규직(용역)의 현실 과 호소"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 후 한 달 뒤인 6월에 정식 결성했다고 한다. 계룡대에는 200여 명이 전기·기계·시설 관리 등의 일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국방부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군인공제회에서 운영하는 공우ENC라는 용역업체에서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이다.
매년 1년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이고, 주된 업무가 보수 및 설비임에도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속해있어 1달(주 75시간 근무) 급여 수령액은 3교대 120만 원이 안되고, 5년이 넘은 기사의 월급과 한달된 기사의 월급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고용안정과 잘못된 임금체계를 정정해서 계약직 용역이라는 자신들의 현실을 함께 극복하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해 교섭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교섭이 제대로 안되었고, 노동조합에서는 출·퇴근 선전 집회를 진행했는데 이것이 빌미가 돼 14여 명이 해고됐다.
2009년 11월 5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어 복직되었지만, 한 달 후인 12월에 계약직이 계약만료를 이유로 김호경 지회장을 비롯하여 6명이 다시 해고됐다.
이 과정에서 계룡대 노동조합은 해고 당한 6명의 조합원 원직복직, 근무조건 개선, 노동조합 인정 등의 요구를 하며 지난 4월 26일부터 계룡대 2정문 앞에서 태풍 곤파스를 견디며 지금까지 150일 가깝게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노동조합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지난 5월 진정을 내고 계약만료로 잘린 6명의 조합원 복직을 위해 진정을 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6명 중 3명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니 다시 복직시키라는 결과를 내렸다.
하지만 노동조합 측은 물러설 수 없었다.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6명의 복직을 위해 진정을 냈다. 그런데 지난 9월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6명 중 단 1명만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했다. 나머지 5명은 계약이 만료됐으니 회사의 방침에 따라 회사에서 나가야한다는 것.
현재 해고된 6명의 조합원들은 대다수 부양가족 있는 40대의 가장들이란다. 그들은 1년 가까지 해고상태여서 추석을 앞두고 생계곤란의 상황에 까지 처해있다.
그나마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더위와 비로 많은 고생했지만 다행인 것은 이 과정에서 조합원이 처음 14명에서 18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가을, 그들은 해고로 인해 절망의 명절을 맞이하겠지만,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빼앗긴 직업과 권리를 되찾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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