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60일 정도 남은 이 시점. 수시로 인해 곳곳에서 들려오는 합격, 불합격소식과 실업계고등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의 취업소식으로 인해 이미 고3 교실은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되었다. 또한, 수시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3 학생들은 패닉 상태이며 수시에 응시하지 않는 학생들도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
수시 기간은 대학에 원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기쁜 시간이 아니다. 다들 고3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본 기간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많은 대학 중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찾아 선택하는 것과 그 대학을 합격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이 시점에 생각할 것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교실은 수시를 응시하는 학생과 응시하지 않는 학생으로 나뉜다. 수시를 응시하기로 마음먹은 학생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각 반에 배치된 수시 모집 요강을 본다. 수시 모집 요강은 얼마 전부터 학생들에겐 인기 폭발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대학들을 보며 종일 친구들끼리 어느 대학을 쓰는 것이 유리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또한, 아직 수시로 갈 대학을 정하지 않은 학생들은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상담을 하기 위해 순번을 정하는 등의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갈 대학을 확실히 정했더라도 수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또는 증빙 서류 등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은 자신 나름대로 그것들을 다 쓴 다음에 선생님께 퇴고를 부탁하는 등의 일들을 하며 하루를 지낸다. 그러한 상황이니 지금이 무더위에 찌들었던 여름 방학 때보다 공부가 더 안 되는 것 같다.
수시를 응시하지 않는 학생들은 수시 원서 접수기간인 요즘이 쥐약과 다름없다. 수시를 응시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굳게 먹고, 정시에 올인을 하려한다. 그러나 친구들이 수시이야기를 하고 또, 일찍 대학 합격 발표가 나는 곳이 있어서 벌써 수시로 대학 진학에 성공한 친구들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고 수능 공부가 잘 될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우리 학교의 첫 합격생이 나왔다. 겉으론 축하한다는 말을 했지만 속으론 학생들 모두가 불안해했다. 비로소 우리가 정말 고3의 끝에 와 있고, 곧 있으면 대학생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아.. 정말 벌써 고등학교 입학한지 3년이나 됐구나...' 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이렇게 합격생들이 생기니,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에 더욱 더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취업 얘기가 인문계 고교생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실업계 학생들은 하나 둘씩, 취업의 길로 나서고 있다. 그렇게 진로가 빨리 정해진 친구들은 먼저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고 자신의 앞길을 가늠할 수 있지만, 우리 인문계 학생들은 대학 이외에는 선택할 길이 별로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국, 영, 수 중심의 교과 학습뿐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우리들은 바로 취업을 하기도 어려우니, 인문계 학생들은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12년 동안 공부하고, 노력했던 것을 이제 남은 수시와 정시에 걸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고3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이제 몇 일 남지 않은 수시 기간에 모두들 올바른 선택을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