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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많이 제시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말하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많이 제시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말하고 있다. ⓒ 유성호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한다"는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여러 점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빈센트의 그림은 아니었고 네덜란드 화가 해리 게르츠의 작품 네 점과 조지아 오케피(Georgia O'Keffee)의 작품 한 점이었다. 

이 방의 주인은 전현희(47) 민주당 의원. 5년 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 빈센트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보고는 '스탕달 신드롬'을 경험한 후 미술에 빠졌다.

"게르츠의 작품은 심플해서 좋아요. 오케피의 작품은 색이 너무 아름답고요. 미술이라는 것은 보기에 어렵지 않고 사람들의 맘을 편하게 해주면 좋은 것 아닐까요. 예술의 역할이 그런 거죠."

전 의원이 생각하는 예술과 정치는 닮았다. 정치도 난해한 논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의 '맘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보니 미술에 빠진 그가 잘나가는 의료 전문 변호사를 그만두고 정치에 빠진 것은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의사에서 변호사로, 다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유

알려진 대로 전 의원은 치과의사에서 변호사로, 다시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새로운 일에 대한 욕심보다는 변호사로서 경험한 법의 한계가 그를 법을 만드는 자리로 이끌었다. 

"변호사를 하면서 혈우병과 에이즈 환자들 무료집단소송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국회를 쫓아다니면서 이런 법을 만들어 달라고 의원들에게 정말 많이 하소연 했지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민주당에 찾아가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 보통 정치권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고 정치권에 들어온 일반적인 사례와는 달랐다. 당내에 변변한 인맥도 없어 공천 사실도 언론을 통해서 들었다. 

18대 국회에 들어온 그는 왕성한 의정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18대 국회 토론회·공청회 개최 1위 의원', '국감 최우수의원' 좋은 평가도 뒤따랐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국회 보좌관들 사이에서 '전현희 의원실'은 일하기 힘든 곳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 만큼 보람 있는 일도 많았다.

"일한 만큼 보람 있는 국회의원, 매력적인 직업"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 ⓒ 유성호
"의정활동 초기에 희귀난치성 질환자 치료비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서 통과 됐어요. 환자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해서 이뤄낸 성과에 뭔가 반응이 왔을 때 보람이 큰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은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아요."

앞으로 의정활동의 초점도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보건의료, 출산육아 문제 등에 맞출 계획이다. 최근까지 당 원내대변인을 맡다가 7·28 재보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당의 입인 대변인 역할까지 하게 돼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전 의원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성으로 1인 다역을 멋지게 해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성실한 사람이 아름답다, 이게 제 좌우명입니다. 목표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더라고요. 정치인으로서도 성실한 사람으로,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많이 제시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국민들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커지게 하는 게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추석 연휴에도 당 업무와 봉사활동 등으로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다며 미안함을 전하던 전 의원. 인터뷰는 지난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다음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변호사 시절 안타까움이 정치로 이끌어"

- 치과의사에서 변호사로, 다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새로운 일에 도전을 즐기는 편인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나는 목표보다는 과정과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목표를 정해 놓고 가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하고 열심히 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 같다. 처음에 치과의사 다음에 변호사를 해야겠다고 목표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 치과의사를 하면서도 어렸을 때 꿈이었던 변호사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다 보니 꿈이 현실이 됐다.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이 되려고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다만 상황이 그렇게 나를 이끌었다. 변호사를 하면서 혈액질환이나 혈우병, 에이즈 환자들 무료집단소송을 많이 했다. 그런데 환자 가족들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국회에 쫓아다니면서 이런 법을 만들어 달라, 국정감사에서 이런 지적을 해서 제도를 바꿔달라고 의원들에게 정말 많이 하소연 했다. 그런데 잘 안되더라. 그러다보니 변호사로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건가.
"아니다. 내가 직접 공천 신청서를 당에 냈다. 당에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비례대표로 공천 받았다는 소식도 언론에 난 것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래서 내 공천을 두고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얼마나 열려있고 민주적으로 공천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웃음)"

- 민주당을 택한 이유는 뭔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입은 사람이다. 변호사할 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 내가 누리는 이런 혜택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 같은 거였다. 정치를 하더라도 가진 게 많은 사람들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 마저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은 나를 키워준 사회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를 하려고 맘을 먹고 당을 선택할 때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정당이 우선순위였다. 민주당이 여기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하기 힘든 측면도 있지만 최소한 그런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했다."

- 정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게 본인의 철학인가.
"정치를 권력이나 명예를 가지기 위해서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전혀 반대 의미다. 정치는 자신을 낮추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들을 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게 정치다. 그래서 정말 어려운 자리다. 어디를 가더라도 대접 받기보다 항상 대접을 하고 섬겨야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생각이라면 변호사를 계속 하는 게 아마 나았을 것이다."

"천재 아닌 후회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노력형"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 ⓒ 유성호

- 보통 사람은 하나 하기도 힘든 여러 전문직을 두루 거쳤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천재형인가 아니면 노력형인가.
"천재는 아닌 것 같다. 사실은 좀 어리바리 한 편이다.(웃음)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머리가 좋고 천재라서가 아니라 집중력 덕분이었던 것 같다. 뭔가를 할 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공부가 필요한 일이라고 하면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지금 하는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노력형이다."

- 정치권에 들어온 후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 있었던 일은?
"직접 어려운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실제 도움이 됐을 때다. 의정활동 초기에 희귀난치성 질환자 치료비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서 통과됐다. 환자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또 작년에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정부가 내놓은 예방접종 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해 결국 보건복지부에서 받아들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복지부에서는 오히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해 줘서 감사하다고 하더라. 일을 열심히 해서 이뤄낸 성과에 뭔가 반응이 왔을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은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다."

- '18대 국회 토론회, 공청회 개최 1위 의원', '국감 최우수의원'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제가 경험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 가능하면 각계 각층, 여러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현안에 대해 그들의 직접 경험에 대해 많이 들으려고 한다. 그래서 몸이 힘들더라도 토론회나 간담회 자리를 많이 만든다. 요즘엔 대변인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줄기는 했는데 한때는 거의 1주일에 한번 꼴로 토론회나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 의원실이 일을 정말 많이 하는 방으로 악명이 높다.(웃음) 힘들어 하는 보좌관들과 비서관들에게는 미안하다."

- 원내 대변인은 어떻게 맡게 됐나.
"제 출신 지역이 경상도인 점이 작용했던 것 같다. 사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봐도 전국정당에 가깝다. 하지만 여전히 호남 중심의 당이라는 이미지도 남아있다. 그래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대변인이 당의 얼굴이니만큼 이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좋겠다고 했다. 원내대변인을 하다가 지금은 당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변인을 맡고 있지만 당의 정책을 알리는 원내대변인 자리도 매력적이다. 민주당이 얼마나 좋은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 내는지 국민들에게 알리는 중요한 역할이라 어깨도 무겁다."

- 야당 대변인은 정부와 여당을 아프게 공격하는 역할도 중요한데 실제 해보니 어떤가.
"제 성격이 모질지를 못해서 쓴 소리를 잘 못한다. 하지만 공당의 대변인으로서의 업무는 개인적인 업무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잘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야당 대변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개인적인 성격 때문에 못한다거나 대충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단 공격과 비판을 하더라도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기보다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아픈 논평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 위해 재선 욕심 난다"

- 18대 국회의원 임기 중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나?
"상임위 활동을 보건복지위에서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자했던 게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였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이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아직도 정말 많이 아프거나 중환자가 되면 돈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보험급여가 되는 분야를 확대해서 본인 부담금을 줄이고 돈이 없어도 제대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게 제 소망이다.

또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다. 세 자녀 이상 가구 건강보험료 감면, 출산보육 용품 부가세 감면, 유야 무상 예방접종 등 출산과 육아에 드는 비용을 줄여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보지 못했다. 또 어르신들을 위해 용돈성 일자리가 아니라 지혜와 경륜을 살려 젊은이들보다 더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싶다.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최소한 힘은 보태고 싶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 ⓒ 유성호
- 최근 이명박 정부가 중산층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무상보육 정책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는 평가를 해줘야 한다. 정부 정책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근본적인 정책 전환 없이 시늉만 낸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 정부의 우선순위는 사람과 복지가 아니라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 있다. 수십 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느라 서민들의 삶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했던 무상보육과 같은 정책을 뒤늦게나마 하겠다고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은 너무 부족한 수준이다. 근본적인 인식과 행동의 전환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 당권 레이스가 한창인 민주당에서도 진보 논쟁이 활발하다. 민주당이 진보 노선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나.
"진보, 보수 이런 용어가 아니라 민주당이 실제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정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민생과 복지를 강조하고 당의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진보라면 그런 진보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 다음 달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맞출 계획인가.
"개인의 건강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개인정보가 마구잡이로 유출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철저히 점검을 해볼 계획이다. 또 평소에 식품의 안정성 문제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먹고사는 데 가장 중요하는 게 식품의 안전성인데 철저히 검증하고 싶다. 그리고 요즘 대북 인도적 쌀 지원 문제가 불거졌는데 적십자사와 정부의 의지가 어떤지 챙겨볼 생각이다."

- 앞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성실한 사람이 아름답다, 이게 제 좌우명이다.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목표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더라. 정치인으로서도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많이 제시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국민들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키우는 게 제가 정치하는 이유다. 얼굴만 알려지고 유명세로 잘나가는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

- 19대 총선 지역구 출마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앞에서 이야기한 국민들의 의료, 출산보육 문제들을 꼭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재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구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는데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는 아직까지 정하지 못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 추석 때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다른 분들과 같다. 가족들과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집안어른들에게 인사도 드리러 가야한다. 하지만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당 대변인으로서의 업무도 있고 추석 당일에는 복지회관에 봉사활동을 가야한다. 가족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 뿐이다."


#전현희#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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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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