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야당 당수가 아니다. 패배하는 대선 후보도 아니다. 내 꿈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수권정당의 대표이고 서민 대통령이다. 일신을 돌보지 않고 민주당 재건에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모든 것을 맡기겠다."
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19일 '무한책임'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당 대표로 당선돼 2012년 총선 전까지 당 지지율을 1위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사실상 자신의 대권 행보도 멈출 수 있단 뜻까지 내비쳤다.
손 고문 측 관계자들은 "전당대회에 임하는 결의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적극적인 해석을 경계했지만, 손 고문이 이날 여의도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구사한 '직설 화법'은 단순하게 읽히지 않았다.
그는 "2012년 대선은 총선 승리에 달려 있고 총선은 2011년 내년 한 해의 성과에 달려 있다"며 "대선을 위해 당을 관리하겠단 말을 이해하지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해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서부터 자신의 대권행보를 한다'고 비판하는 경쟁자들, 특히 정세균 전 대표를 향한 날선 반응이었다.
손 고문은 이어, "민주당에게 가장 위험한 생각은 2012년까지 관리체제로 가자는 것"이라며 "저 손학규는 당을 관리하겠다는 자는 민주당을 버리는 자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어느 누가 고통스러워하는 국민 앞에 '관리'란 말을 할 수 있나"고 일갈했다. 또 "관리체제야말로 야당의 암흑기, 즉 집권의지를 상실한 채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는 데 혈안이었던 과거 '진산체제'(70년대 유진산 신민당 총재)의 재판이라고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면 만년 야당으로 전락하고 민주진보진영의 대표성마저 외면받는다"며 "민주당이 변하려면 새로운 사람이 '키'를 잡아야 한다, 당 대표를 보면 과거가 아닌 미래가 떠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아울러, "저 손학규는 개인의 패배는 두려워하지 않지만 민주당의 죽음은 정말 두렵다"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이 없다면 국민에게 복무하는 손학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회사 관리인 아니라 당 대표 뽑는 자리"
'서민대통령'·'무한책임' 등 직설적으로 자신의 포부를 밝힌 그에게 "당 지지율을 1위로 올려놓지 못한다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우선 손 고문은 "지금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지금까지 무한책임의 자세로 정치를 해오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당 지지율 1등을 만들지 못한다면 또 다시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후 재차 이어진 질문에선 "당이 인정받지 못할 때 대선 후보가 어떻게 되는지는 경험하지 않았나"라며 "그런 당의 대권 후보를 왜 하냐"고 답했다. 당을 먼저 키운 뒤, 그 공을 바탕으로 힘 있는 대권 후보가 되겠단 뜻이었다.
자신의 꿈을 '서민대통령'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에 대해선 "이번 전당대회 목표를 민주당의 집권의지를 만천하에 선포하는 날이라고 규정했다"며 "서민대통령이란 표현은 진정한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손 고문은 "지난 전당대회에선 '잘 싸우는 야당', '선명 야당'이 화두였는데 이번 전당대회에선 '집권 민주당', '집권의지'란 말이 공식용어가 됐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집권에 대한 당원들의 여망을 불러일으켰다는 데 자부심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집권의지를 고양시킨 장본인인 자신이 새로운 당의 얼굴로 적합하단 평가였다.
"손 고문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권 메시지를 너무 강하게 제시한단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도 그는 "내각제인 영국도 총선 땐 노동당 당수와 보수당 당수 중 누가 총리감인지를 보고 투표한다"며 "전대가 당 대표를 뽑는 것이지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또 "정당 대표는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해서 배분하는 주식회사의 관리인이 아니다"라며 "정당 대표는 어디까지나 국민을 상대로 봉사하겠다고 해야 한다, 당의 혁신과 개혁이 기득권자들의 놀음이 아닌 만큼 집권의지를 잘 실천할 수 있는 이를 대표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끼가 주인인 곳에선 그만한 사람 밖에 부르지 못해"
손 고문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당내 대권 경쟁이 공정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당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과 자신은 대통령 감이 아니다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낫겠나,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그 능력과 의욕이 더 클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토끼가 주인인 곳에선 그만한 사람 밖에 부르지 못한다, 위기에 닥쳤을 때 승냥이라도 부르려다 오히려 잡아먹히게 될 것"이라며 "에베레스트가 유명한 까닭은 그만한 준봉(峻峯)들이 히말라야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크고 있는 이를 자꾸 눌러 도토리 경쟁을 하게 하려는 사고방식은 잘못됐다"며 "클 수 있는 이는 더 키우면서 함께 경쟁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함께 정세균·정동영 등 이른바 '빅3'가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2012년 공천 등을 두고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에 대해선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한 식구, 동지란 인식을 해야 한다"면서 "정치는 당내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정당인만큼 공천을 두고 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순전히 지분싸움, 담합이 아니라 민주당의 이미지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경쟁이 돼야 한다"며 "공천 경합의 격과 수준을 높인다면 총선 승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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