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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는 학교에 가는 경우가 드뭅니다. 기껏해야 학부모 자격으로 몇 십년만에 한번 찾아가는 정도일 겁니다.

출근하면서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경우를 제외하곤 학교 풍경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몇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바로 아침 등교시간과 매주 월요일 하는 애국조회일 겁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 학생인권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 학생인권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등교시간 교문은 언제나 살벌 합니다. 완장을 찬 선도부 학생들의 위압감, 교사는 작은 회초리 하나를 손에 잡고 뒷짐을 지고 근엄하게 학생들의 옷차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모습 말입니다. 애국조회도 마찬가집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 제창, 상장, 포상 전달식, 교장훈시로 이어지는 순서는 몇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애국조회 30분이면 20분은 학생들 열과 오와  정렬하는 시간에 다 허비합니다. 이때 쯤이면 학생주임 목에 핏대가 섭니다.

어쩌다 열받는 날이면 시범 케이스로 한 놈 불러내 줘 패버립니다. 이 정도 되면 운동장이 조용해집니다. 교장 선생님 나올 때가 다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수 백명의 학생들이 애국조회 하는 시간에 다른 것을 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수 백명의 에너지를 소모해 가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획일화된 질서, 개인의 사고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전체에 대한 복종 교육이 애국조회라고 봅니다. 교장선생님의 훈시가 이어질 때면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한계점에 도달합니다. 과연 그 훈시를 귀 담아 듣고 있는 학생이나 교사들이 몇이나 될까?

추운 날이나 더운 날 가릴 것 없이 비만 오지 않는다면 실시하는 애국조회는 폐지해야합니다. 영양가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든 애국조회를 퇴임 앞둔 교장 목 튀어주는 장점 말고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추기보다는 언제나 기성세대의 눈 높이에서 기준을 들이대는 훈시가 꼭 수 백명을 모아놓고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갑니다.

지난 17일 경기도 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추진한 학생인권조례가 경기도의회를 통과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되고 강제 야간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이 폐지됩니다.

두발과 복장은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고 소지품 검사도 학생 동의를 받아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 못지않게 애국조회 폐지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권위주의 산물의 하나인 애국조회는 학생과 교사 간의 소통을 가로막고 일방적인 의사 전달만 있을 뿐, 가장 중요한 학생은 빠져 있습니다. 꼭 하고 싶다면 교내 방송시스템을 이용한 전교생 조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통제와 강요에 의해 줄 세워진 학생 앞에 서야만이 교장의 권위가 서고 위계질서가 바로 선다는 정말 비교육적인 사고는 이제 버릴 때가 됐다는 겁니다. 이 시간에 차라리 아이들 잠이나 한 30분 푹 자게 해주는 제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blog.daum.net/gnccdm 경남민언련 블로그에도 포스팅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서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애국조례,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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