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꿈꾸는 행복한 삶은 '불편하지 않은 삶'이다. 로또 1등보다 2등을 노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음도 일확천금보다는 '속편하게 쓸 수 있는' 현실적인 돈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편한 것은 뭐든지 치워 버리고 싶은 마음. 그렇게 치워지는 많은 것들 속에 '인권'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도 함께 버려지고 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저서 <불편해도 괜찮아>(창비 펴냄)는 이런 현대인의 불편함들을 건드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자각하게 하는 책이다. 제목처럼 책을 읽는 내내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면 대중을 아우르는 책으로는 실격이 될 터인데, 김 교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뒤에 독자들의 주변과 삶 속에서 그 불편함들이 나타나게 된다. 저자 본인의 경험과 문제를 깨닫게 되는 과정들까지도 독자가 공유하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에, 독자는 저자가 '왜?'라고 묻는 곳에서 똑같이 묻게 되고, '아!'라고 깨닫게 되는 곳에서는 똑같이 깨닫게 된다. 하지만 책을 덮은 뒤 그 내용들이 독자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임을 자각하면서 숨어있던 '불편함'은 고개를 들게 되는 것이다.
책 읽는 동안에는 무릎을 치는 '재미'가, 덮은 뒤에는 '불편함'이
이 책에는 80개가 넘는 영화들이 소개된다. 갑자기 웬 영화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인권에 관한 날카로운 시각을 세운 영화들이 소개되거나, 반대로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영화들이 고발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저절로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말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결론을 짓는다. 지극히 단순하고도 당연해 보이는 명제지만,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그리고 자신의 경험들을 통해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고백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장에서 동성애자에 관한 자신의 의견들이 이성애자로서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자신도 불편해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와 관련된 영화들을 보며 남성이고 이성애자인 자신이 보기에 '베드신'의 유무에 따라, 그리고 '여성 간 혹은 남성 간의 사랑'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노출 시키고 독자와 함께 해결해 간다.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병역거부자의 인권 그리고 인종차별, 검열과 표현의 자유, 민족 학살에 이르기까지 인권에 관한 대부분의 영역을 다루는 <불편해도 괜찮아>. 읽는 동안에는 무릎을 탁 치는 재미가, 읽고 난 후에는 각자의 삶 속에 보이기 시작하는 인권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 앙금처럼 남는 이 책. 재미와 문제의식의 '불편한' 조화가 대중적으로도 환영받을 수 있는 인권도서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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