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다른 때보다 연휴가 훨씬 길었다. 추석이 수요일(22일)이어서 앞뒤로 화요일과 목요일도 휴일이었다. 때문에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월요일과 금요일을 재량휴업일로 정했고, 마침 추석 주 토요일이 '놀토'인지라, 일요일(19일)부터 그 다음 주 일요일(26일)까지 장장 8일이란 긴 기간동안 학교를 가지 않게 됐다.
모처럼 긴 연휴 덕분에 사람들은 모두들 들떠있었다. 그러나 우리 고3은 그럴 만한 입장이 되지 못했다. 연휴라 사람들은 가족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지만 고3 학생들은 대부분 독서실 또는 집에 콕! 박혀 있다. 수능이 50여 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석연휴 전, 교실에서 친구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같았다.
"추석기간 때 확실히 다 끝낼 것이야! 방학 때 못 했던 거 다~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여름방학 때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친구들은 이번 추석기간을 통해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9월까지는 개념정리를 확실히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9월 마지막 남은 2주는 절실하고도 긴장감이 넘치는 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떤 친구는 이번 추석 기간 때 친구들이 세운 계획표를 보고는 빡빡한 일정에, 모두 '실미도 작전'이라며 농담도 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우리의 역전극(!)이 이루어질 시간으로 인식되었다.
추석날 쉬는 독서실에 아쉬워하는 고3 학생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고등학생을 상대하는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 사이트에서도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어떤 인강 사이트에선 긴 연휴를 맞아 10일 동안만 들을 수 있는 '10일'짜리 맞춤 강좌를 올리고 추석연휴에도 고객문의센터를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강의 수가 많더라도 기간이 10일이기 때문에 그 기안 안에 학생들이 강의를 끝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결심을 한 학생들에게는 걱정거리가 있다. 추석연휴엔 TV에서 재밌는 프로그램을 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TV도 보지 않고, 식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기 위해 독서실을 향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추석연휴에도 독서실은 보통 때와 같이 자리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러나 독서실도 추석날은 쉴 수밖에 없다. 내가 다니는 독서실에선 학생들이 추석 당일날은 쉰다는 공고를 보고 "그나마 추석 당일 하루밖에 안 쉬니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했다. 독서실마다 다르지만 추석 당일 날 독서실이 쉬는 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독서실 휴무에 대해서 아쉬워했다. 그만큼 학생들은 시간 관리에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고3들에겐 이번 연휴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닌, 수능 공부를 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시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