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아지고 곧 가을이 온다. 입추가 지나고, 여름의 끝을 알렸건만 폭염은 사그라지지 않고 여전히 집중호우성 비가 변덕스럽게 내린다. 지구온난화로 가을은 소리없이 왔다 슬며시 사라지는 계절이 되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단풍은 제 색을 찾아 물들 것이며 조용히 낙엽을 떨어뜨릴 것이다.
슬슬 반팔 옷을 접어두고 긴 옷을 챙겨 입을 때쯤이면 온 세상은 울긋불긋 오색단풍으로 물들게 된다. 이때쯤이면 우린 도심을 벗어나 수채화로 그려진 자연을 찾게 되는데, 교통이 편리하면서 도심과 가까운 수목원이면 더 제격일 듯 하다.
물과 숲속을 주제로 한 '물향기수목원'이 경기도 근교에 있다.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거나 경부고속도로 오산IC로 나와 수원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5분 거리다. 물향기수목원은 예로부터 맑은 물이 흐르던 오산시 수청동 일원의 10만 평 부지에 조성돼 2006년에 문을 연 도립수목원이다. 물향기라는 이름에서 뭔가 특별함이 느껴지듯이 수목원은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물을 좋아하는 식물과 관련된 습지 생태원, 수생식물원, 호습성식물원과 20개의 주제원과 부대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덩굴성 식물들이 터널을 이룬 만경원과 쉼터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쉼터는 큰 나무들이 만든 그늘과 아름다운 꽃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음식을 먹거나 대화하기에 좋다. 하늘로 키를 키운 메타세콰이아와 작은 벤치가 어우러지는 광장 옆에 미로원과 토피어리원이 있다. 미로원은 서양측백나무가 미로를 만들어 연인이나 아이들이 미로게임을 하기에 좋다. 토피어리원에는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예술작품인양 인공적으로 보기 좋게 다듬은 여러 가지 동식물 모형들이 서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주관람로를 따라가면 예술인들의 작품과 노래에서 식물들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향토예술의나무원'이 나온다. 수목원에서 가장 멋진 산책길로 우리 고유의 소나무들이 길게 줄을 선 소나무산책로가 바로 옆에 있다. 수생식물원은 어떤 식물들이 물속, 물가, 물위에 사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만큼 넓다. 아이들은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수생식물이 물을 정화한다는 것을 배우고, 사진작가들은 여러 가지 수생식물의 특징을 카메라에 담는다.
수생식물원에서 바라보면 울긋불긋 붉은 색으로 단장한 단풍나무원이 산허리에서 고운 자태를 뽐낸다. 이곳의 단풍나무는 형태와 색이 다양해 품종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온대 중부 기후의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중부지역자생원, 사람들과 친근한 조류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관상조류원, 어떤 식물이 어떤 용도로 유용하게 쓰이는지를 알아보는 기능성식물원을 차례로 만난다. 빛을 받아 눈부신 물방울모양의 건물이 물향기의 물을 형상화한 물방울온실이다. 물방울온실에서는 부겐빌레아, 망고 등 아열대식물을 사계절 관찰한다.
물방울온실 위편으로는 습지생태원이 길게 이어져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습지가 생태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나무로 만든 길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식물과 곤충들을 관찰하다보면 수목원에 조성된 습지의 모습이 아름답다.
생태원 끝에 꼬마들이 뛰놀기 좋은 잔디마당이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게 아이들의 웃음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온 나윤(3세)이의 표정이 너무나도 귀엽다. 자녀의 재롱을 바라보는 부모의 흐뭇한 미소에도 행복이 넘친다. 2층 누각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앞으로는 계절별로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이 오색향연을 벌이고, 뒤편으로는 수목원마을 아파트가 가깝다.
늘 푸른 소나무의 기상과 소나무의 친척들을 알아보는 한국의 소나무원, 나비·장수풍뎅이·사슴벌레·잠자리·물방개 등 곤충들의 다양한 서식지와 생활모습을 살펴보는 곤충생태원을 지나면 물가·물속 등 물과 습기가 많은 곳에 사는 식물들이 심겨져있는 호습성식물원이다. 이곳이 수생식물원과 습지생태원에서 본 호습성식물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장소다. 관람로에서 만나는 물향기산림전시관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나뭇잎을 연상케 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숲은 늘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지며 풍요롭다.
물과 숲이 풍요로운 이 곳. 수목원을 찾아든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롭기만 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마음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사색의 계절인 가을…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울긋불긋 물든 낙엽길을 걷고 싶다면 물향기수목원으로 떠나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산사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①자가용 이용시
ㆍ경부고속도로 오산IC → IC 사거리 직진 → 원동천일 사거리 우회전 1번국도 → 오산육교 삼거리 좌회전 → 물향기수목원
ㆍ1번국도 수원방향에서 → 병점 → 세마 → 오산대역 앞에서 우회전 → 물향기수목원
ㆍ1번국도 평택방향에서 → 송탄 → 오산 → 오산육교 삼거리 좌회전 → 물향기수목원
②전철 이용시
ㆍ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 → 2번 출구로 나와 1번국도 건너면 물향기수목원
*Tip자료
①이용안내 : 공휴일 또는 연휴 다음날은 휴원, 입장료 1000원, 주차료 3000원
②전화 : 방문자센터 031)378-1261
③사이트 : 물향기수목원(http://mulhyanggi.gg.go.kr)
④참고사항 : 수목원 내에 매점, 식당, 자판기 등의 편의시설과 쓰레기통이 없으며 지정된 장소에서만 식사 가능
⑤주변 볼거리 : 독산성 세마대지, 궐리사, 금암동 지석묘군, UN군 초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