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마이뉴스 창간 10주년 기념 기획-르포기사 공모전> 심층취재(탐사보도) 분야 우수작입니다. [편집자말] |
20대의 탈정치화,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선거 때의 낮은 투표율은 2000년대 이후 늘 논란거리였다. 지식인 사회를 비롯해 시민사회까지 20대의 탈정치화를 소리높여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이런 20대들이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인 야당지지로 선거판세를 뒤흔들자 이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지금까지도 난무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이끈 소셜네트워크의 영향이라는 과학적(?) 분석에서 20대를 타겟으로한 정책들이 유효했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실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글 싣는 순서 |
① '제 밥그릇만 챙긴다'던 그들, 왜 움직였나 - 두 번의 촛불 뒤 높아진 정치적 효능감
② '유시민'일 때와 '유시민'이 아닐 때, 달랐다 - 20대 투표의 키워드는 인물과 이슈
③ 한나라당, 여자 마음 '쥐뿔'도 몰랐어요 - 무엇이 20대 여성을 움직였나 ④ 정말 트위터가 20대를 투표소로 불러왔을까 - 소셜네트워크 효과는 앞으로의 일 ⑤ 20대 정치 무관심? 독일·일본보다는 낫네 - 탈정치화 되어가는 세계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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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0대가 직접 20대의 정치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 최근 어떤 경향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분석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원장 손석춘)은 20대 회원들이 직접 20대들의 정치참여행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기획기사를 작성해보도록 했다. 총 8명의 20대들이 3개월간 발로 뛰며 작성한 이 기획기사는 20대들의 정치참여행태를 둘러싼 각종 담론들의 정합성을 각종 자료와 통계들로 검증해보고 새로운 해석과 분석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기자 말>[20대 프로젝트팀]성치훈, 변규강, 안재혁, 최성용, 구자은, 이다경, 김성주, 박용진20대는 무엇을 보고 표를 던질까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지은(가명·21)씨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였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기준으로 표를 던졌느냐는 질문에 선뜻 '정책이나 공약을 중요하게 보고 판단하였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이 맘에 들어서 해당 후보들을 지지하였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윽고 "8명이나 뽑다보니 하나 하나 기억을 하지는 못하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할 때 정책과 공약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우리가 선거철마다 듣는 '매니페스토' 운동도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흐름이다. 그렇다면 지난 지방선거에 20대는 어떤 기준으로 임하였을까?
<서울신문>이 지난 5월 23일에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후보를 선택할 때 공약과 정책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비율이 무려 48.8%로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바로 이러한 '여론'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과연 20대의 투표행위에서 정책과 공약이 최우선의 판단기준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대가 합리적이며 정책을 통해 후보를 판단한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실제 20대는 그 어떤 연령대보다 '인물과 이슈'에 민감한 투표행태를 보였다는 것이 이번 조사의 결과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차분히 살펴보기로 하자.
'유시민 효과'인물에 대한 20대의 반응도를 확인하는 데에 있어서 유시민이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가 없다. 20대 사이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가히 독보적이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 불릴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 해온 유시민은 이 외에도 저술가, 논객 등 대외적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그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유시민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는 상당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그가 출마한 각종 선거에서 20대로부터 얻은 압도적인 득표율을 통하여 이미 검증되었다. 그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진대제 후보가 20대로부터 받은 투표율은 25%였다. 반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유시민 후보의 투표율은 65%로, 4년 전 보다 거의 3배가 높다. 유시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20대의 높은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시민이 출마했던 그 이전의 선거에서도 이른바 유시민 효과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다음 표는 2008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선거구에 출마했던 유시민의 득표 결과다. 당시 유시민 후보는 자신의 본 지역구인 일산 고양시를 버리고 고향인 대구에서 선거전을 치르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약속대로 대구에 내려가 주호영 후보와 겨뤘지만 32.76%라는 비교적 큰 득표율 격차로 패배하였다(이 격차는 비 여권 후보 중 최소 격차다).
그러나 그가 얻은 득표율도 32.59%에 달했는데(이는 비 여권 득표율 중 최다 득표다. 홍지만, 권용범, 유재한 등은 한나라당 탈당 후보자 혹은 친박계열 후보자이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아니다), 대구에 출마한 비여권 후보 중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그가 유일했다. 또한 유시민 후보의 출마지역인 수성구의 20대 투표율이 타 지역의 투표율을 훨씬 상회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하여 비여권 인사의 득표율이 10% 안팎에 그치는 대구지역임에도 특정 후보, 즉 '인물'에 대한 20대의 선호투표로 인해 예상을 비껴가는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시민일 경우'와 '유시민이 아닐 경우' 20대 투표행태 차이더 명확한 검증을 위하여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수성구 거주 20대가 보인 투표행태와의 비교분석을 더하고자 한다.
다음의 표를 살펴보자. 2008년 총선에서 수성구는 20대 초반과 후반 투표율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역시 대구 수성구를 대상으로 총선이 있기 불과 몇 달 전에 있은 2007년 대선에서 맞붙은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을 살펴보s자.
<표 5>에서 보다시피 당시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은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을 압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현 여권세력의 강세가 뚜렷이 나타나는 지역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또한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을 2008년 당시 유시민 후보의 득표율과 비교해 보면, 대략 6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같은 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정동영 후보와 유시민 후보의 득표율 사이에도 역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유시민일 경우'와 '유시민이 아닐 경우' 20대가 보여준 투표행태의 차이는 유시민이라는 특정 인물이 가진 정치적 파급력에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에 따라 유연한 투표행태를 보이는 20대의 특성이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20대에게 있어서 유시민이 갖고 있는 정치적 파급력은 상당하다. 이는 곧 인물 자체에 대한 유권자의 민감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20대 역시 이념이나 정책변수보다는 해당 인물변수의 존재유무에 따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유연한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힌 박진선(가명·․26)씨는 "유시민 후보의 경우 뚜렷한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안티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20대들이 오히려 그의 개성 강한 행보를 지지하는 것 같다"면서,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지만, 그가 구축하고 있는 이미지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과 함께 또 하나의 축을 이룬 '이슈'
<표 8>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20대의 경우 한명숙 후보에 대한 투표율이 오세훈 후보의 투표율을 20% 이상 앞질렀다. 문제는 과연 20대가 어떤 변수를 기준으로 4년 전과 다른 투표행태를 보였느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선거의 경우 20대는 인물보다는 선거 전반을 지배했던 대형이슈들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6.2 지방선거에서는 4대강 사업이나 천안함과 같은 대형이슈들이 산재했으며, 이러한 이슈들이 복합적인 변수로 작용하며 20대들의 투표행위를 결정하는 주요한 동인이 되었다. 4년 전과는 달리 기성 정치인의 이미지로 각인된 오세훈 후보와 20대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한명숙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20대에게 이미지로 어필하지 못했다.
그러나 20대의 한명숙 후보에 대한 투표율이 오세훈 후보에 대한 투표율을 20% 이상 앞질렀던 것은 다름 아닌 '노풍'을 등에 입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추모열기와 더불어 서거과정을 다시금 연상케 하는 검찰수사의 중심에 서게 됨에 따라, 이에 반감을 가졌던 20대로부터 지지를 결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메니페스토 공약으로 제출했던 핵심공약 중 20대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로 20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약들의 실현가능성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이러한 정책들은 20대들에게 전혀 이슈화되지 않았다. 이는 20대들이 '정책'을 중요시 여긴다면서도 이러한 공약과 정책을 찾아보거나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6월 4일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안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20대는 남성의 13.3%, 여성의 32.5%가 4대강 사업을 꼽았으며, 천안함 사태의 경우 20대 남성이 21.7%, 20대 여성이 24.5%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즉 정책보다는 4대강 사업이나 천안함 사태와 같은 이슈가 20대들의 투표행위를 결정하는 요소였던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정권심판론과 정국안정론이라는 구도에서 심판론에 손을 들어주기 위한 상징적 이슈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며,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소통 부재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모습과 문제점들이 4대강 사업에 집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이라는 개별 이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라는 이슈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또한 20대가 처한 경제, 민생 문제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적으로 축적되어온 고용문제나 부동산 문제를 20대들은 아무런 안전망 없이 온몸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노동유연화' 기조 아래 20대들의 고용 및 민생문제를 단기적 처방으로 땜질했고, 이러한 정책기조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을 낳았다. 따라서 경제적 모순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20대들에게 있어, 그들이 취업유발계수라는 단어를 모를지라도 '4대강 사업'이 그들의 경제적 상황과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감으로 느꼈'기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천안함 사태의 경우, 이명박 정부는 '북풍몰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으나 이는 '역풍'으로 좌절되었다. 그리고 이 역풍의 주역은 20대였다. 이명박 정부는 '전쟁불사'까지 꺼내들면서 한반도 정세를 급랭시켰고, 이에 대해 많은 20대들이 전쟁불안을 느끼면서 천안함 사태를 걸고 북한을 공격하는 이명박 정부를 두고 과도한 북풍몰이라는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구축했던 '평화'라는 가치가 남한 사회의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의 개선과정을 목격하고 자라온 20대들에게 전쟁은 낯설고 불안한 것이 되었다. 게다가 20대 남성은 군입대를 해야 하는 연령이기에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20대는 강한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군미필인 대학생 배준서(가명·21)씨는 "일부러 전쟁분위기로 몰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전쟁이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군에 끌려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반공주의와 전쟁위기를 통해 보수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시도는 더 이상 탈냉전과 평화에 익숙한 20대에게 유효하지 않게 되었고, 20대들은 '역풍'의 주역이 되었다.
투표행태에 대한 문제제기 그 이상을 넘어20대의 투표행태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매니페스토, 이른바 정책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적인 인식과 실제 현실에서 드러나는 행태 간의 이율배반적인 괴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책선거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공개된 정책을 바탕으로 후보자들과 유권자들 간의 상호소통, 그리고 토론문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사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변화를 꾀하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정당과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각종 원색적이고 단순한 구호들을 선호하며, 이 과정에서 좋은 정책들에 대한 검증과정은 사라진다. 인물과 이슈가 선거에서 독점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반영하는 결과인 셈이다.
이번 조사가 단순히 20대의 이율배반적인 투표행태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추동하고 있는 한국정치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정책선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20대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정치의 태생적인 보수성의 문제로부터 출발해 고민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양대 정당구조 하에서 다양한 대안정책, 특히 20대들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20대는 결코 일방적으로 보수화되지 않았다. 우리 정치가 '20대로부터' 보수화 되어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