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 알몸에 가을꽃이 피어나고
붉은 아가리를 벌린 원형분화구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스코리아(송이)를 분화구 안에는 노란 가을꽃이 한들거렸다. 화산이 터에 피어나는 가을 야생화, 스코리아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생명체가 왜 그리도 애절할까. 그 가을꽃은 뻘건 알몸위에 피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분화구를 보고 '밥공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뻘건 아가리를 벌린 분화구를 '밥공기'라 말하기에는 너무나 처절했다. 그래서일까. 분화구 능선에 서니 아찔했다. 행여 떨어지면 죽을 것만 같은 느낌. 분화구의 깊은 바닥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그저 분화구 깊이에 와-하고 감탄사만 흘려보내야만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분화구
지난 9월 25일 오전 10시, 추석연휴가 끝나가는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산이수동 앞바다는 햇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송악산 아래에는 마라도로 떠나는 사람들과 부남코지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남코지 아래 해안절벽에 파도가 일었다.
드디어 송악산 봉우리에 오를 수 있었다. 붉은 화산쇄설물이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알오름은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송악산 봉우리에 오른 지 10분이 지났을까. 산방산과 한라산, 형제섬이 바다에 둥둥 떠 있으니 꼭 비행기를 탄 기분이다.
막 피어나는 억새가 송악산 능선에 가을을 물들였다. 한들거리는 억새 뒤로 아스라이 보이는 국토의 최남단 섬 마라도, 그리고 마라도의 이웃집인 가파도가 통째로 보인다.
직각을 이룬 제 2분화구 능선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준다.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붉은 화산쇄설물, 가파른 화산쇄설물을 딛고 두 사람이 올라간다.
" 올라오지 마세요. 무서워요"
송악산 제 2분화구 능선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이중분화구의 깊이... 붉은 스코리아에 태어나는 생명력
송악산은 단성화산이면서도 2개의 화구를 가지는 이중분화구로 분화구의 깊이가 깊다. 송악산의 분화구는 제1분화구와 제2분화구로, 규모가 큰 응회환 제1분화구는 직경이 약 500m, 둘레가 약 1.7km. 붉은 송이 사이 피어나는 억새와 띠, 꿀풀, 맥문동이 몸부림친다.
발을 헛디디면 금방이라도 분화구 안으로 떨어질 것 같은 위험성을 무릅쓰고 잠시, 뒤돌아본다. 또 다시 보이는 한라산과 산방산, 제주오름의 어느 정상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한라산이지만 송악산 제 1분화구 능선에서 바라 보는 한라산은 특별했다. 그리운 바다, 그리운 섬, 제주의 수호신인 한라산, 그리고 바다 가운데 오롯이 떠 있는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 송악산 능선을 걸어보면 두 번 놀란다.
제주의 진짜 기생화산체는 송악산이다
"이젠 내려갑시다!"
하산을 재촉하는 남편의 말이 야속했다.
산바람과 바닷바람에 흠뻑 취해 있으려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마라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가파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뻘간 아가리 이중화산체에 서 있으려니 이곳이 진짜 제주도가 아닌가 싶었다. 화산의 터, 기생화산의 원형, 송악산이야말로 제주의 진짜 오름이 아닌가 싶었다.
송악산 |
송악산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산 2번지 일대로 표고 104m, 비고 99m인 원형화구이다. 송악산은 일명 절울이오름으로 산방산, 용머리, 단산과 함께 지형적 측면에서 제주도의 형성사를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오름이다.
송악산은 이중식화산체로 이중분화구를 갖고 있다. 제1분화구는 응회환 분화구로 직경이 약 500m, 둘레가 약 1.7km. 제2분화구는 제1분화구내의 화구로 둘레가 약 400m, 깊이가 69m로 수직경사를 나타내고 있다.
송악산 식생은 일부지역의 곰솔 조림지를 제외하고는 삼림이 형성되지 않았으며, 토양이 건조하여 단순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방목 등 계속적이고 인위적인 간섭 등에 의하여 식물상이 빈약하다. 주요 식물은 사철쑥과 정상부의 적갈색 송이층 바위에는 부처손이 자생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광정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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