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부터 3주에 걸쳐 진행되는 2010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의도뿐 아니라 IT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IT업체 대표들이 줄줄이 불려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방통위 국감 증인 명단 화려... 참석 여부는 불투명
특히 오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열리는 방통위 국감 증인 명단에는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MNO 사장, 정일재 LGU+ 사장 등 이통3사 경영진을 비롯해 앤드류 세지윅 애플코리아 대표, 이원진 구글코리아 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명단에는 이명박 대통령 조카사위인 전종화씨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전씨는 제4이동통신사업을 준비 중인 코리아모바일인터넷(KMI) 주요 주주사인 씨모텍 부사장이었으나, 정부 사업 허가 과정에서 대통령 친인척 개입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사임했다.
전종화씨 증인 출석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9월 30일 "전씨가 KMI 출범 초기 내막을 잘 알고 있어서 증인으로 채택했다"면서도 "이명박 대통령 조카사위인 것도 증인 채택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정작 공종렬 KMI 대표는 21일 열리는 방통위 확인 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여야 협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쪽에서도 전씨 증인 채택에 별다른 반대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든 증인이 실제 출석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10월 방통위 국감에도 '아이폰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해 앤드류 세지윅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으나 해외 출장을 내세워 출석하지 않았다.
올해는 세지윅 대표뿐 아니라 박정훈 애플코리아 본부장도 아이폰 A/S 문제로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8월 경찰 압수수색까지 받았던 '스트리트뷰' 사생활 침해 논란 때문에 증인으로 채택된 구글코리아 관계자 역시 9월 29일 "국감 증인 출석 통지를 받았으나 출장 일정 등이 잡혀 있어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CEO급 증인을 채택하더라도 당사자들은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빠지거나 실무자급이 대리 출석하는 경우가 잦다. 국감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 실제 고발이나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 이름값 하는 증인을 부르고 보는 관행이 매년 입방아에 오르곤 했다.
010 번호통합, 아이폰 리퍼 제도 등 논란 예상
그렇다고 증인 명단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앞으로 진행될 국감 현안과 각 의원들의 관심 사항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서다.
11일 방통위 국감에선 010번호통합 문제와 스마트폰 A/S 문제 등이 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달 15일 2018년까지 가입자 식별번호(01X)를 010으로 완전 통합하기로 하고 3년간 한시적으로 01X 가입자의 3G 번호이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제통합을 반대해온 01X 사용자들과 시민단체로부터 이용자 편익보다는 통신 사업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01X 가입자 3G 이동을 완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010 강제통합에 줄곧 반대해온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도 증인으로 채택해 방통위, 사업자들과 설전을 예고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350만 명을 돌파하면서 최근 A/S 문제도 국감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아이폰, 블랙베리 등 외산 스마트폰들의 A/S 민원이 쏟아지자 방통위에서 최근 이동전화 A/S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 아이폰 고장 시 수리 대신 재생산품으로 교환해 주는 '리퍼비시' 제도가 도마에 오르자 KT와 애플은 뒤늦게 지난달 부분 수리 제도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A/S 문제는 방통위 국감에 앞서 오는 5일 정무위원회에서 먼저 거론된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는 '아이폰 불공정약관' 문제로 박정훈 애플코리아 본부장과 나석균 KT 개인고객부문 본부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방통위 국감은 KT 국감? 스마트샷-정액제 환불 등 '뭇매' 예상
이통3사 대표들과 관련해서는 010 번호통합 문제와 스마트폰 보안 대책 및 A/S 지원 문제 외에 이른바 '기지국 수사'로 불리는 통신 사실 확인 자료 경찰 제공 문제가 거론될 예정이다.
KT는 여기에 선거홍보 문자 서비스인 '스마트샷' 문제와 유선전화 정액요금제 환불 문제가 추가됐다.
KT는 지난 6.2지방선거 당시를 통해 특정 후보들을 위해 자사 고객들에게 선거 홍보 문자메시지를 사전 동의 없이 발송한 문제도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선 방통위에서 지난 6~7월 현장조사를 거쳐 현재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논의하고 있다. '스마트샷'과 관련해선 KT 협력사인 한민규 애드엔텔 대표도 함께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KT는 과거 정액요금제, 더블프리요금제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사례가 적발돼 피해자들에게 과다 청구된 요금을 환불해주고 있다. 최근 유선 사용량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1인당 손해 금액이 수십 만 원에 달해 시민단체에서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환불 과정에서 KT와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 이번 국감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에서 01X 3G 이동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 역시 내년 2G 서비스를 중단하는 KT를 배려했다는 지적이 있고, 스마트폰 A/S 문제도 결국 아이폰을 판매하는 KT를 겨냥한 것이어서 방통위 국감은 이래저래 'KT 국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