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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9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9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5일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다. 공포가 되면 학생인권조례는 효력을 발휘한다. 아직 학교별 학칙 개정과 구체적인 시행령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학생 체벌과 두발규제 등은 '불법'이 된다.

그러나 경기도 수원 A고등학교 교장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쓸 데 없는 짓"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를 생각하면 끊었던 담배가 다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익명을 보장한다고 하자 일명 '몽둥이 찜질의 추억'을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이 학교가 어떻게 명문이 된지 압니까? 간단해요. 아이들 새벽에 불러서 밤늦게 보냈어요. 아침에 지각하는 아이들 교문에서 몇 대 패고, 교실에서 담임이 또 패고, 공부시간에 졸면 또 패고…. 사실 90년대 후반까지 다 그렇게 해서 대학 보냈어요. 학부모들도 일단 대학에만 보내면 아이들 때리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죠. 솔직히, 안 때리면 학교 교육이 가능하겠어요? 안 때리고, 두발 자율화해서 대학 진학률 떨어지면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 패 주세요!' 할 겁니다. 한 번 두고 보세요."

"학생인권조례 시행하면 대학은 누가 보내나!"

이처럼 일선 학교장들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 안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일이다. 특히 학교장들의 불만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높았다. 이들은 "아이들을 규제하지 않으면 대학 진학률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수원·용인·성남(분당) 등 경기도에서 비교적 큰 도시들의 고등학교 교장 10명을 만났다. 구체적으로는 수원 5명, 용인 3명, 성남 2명이다.

학교장들은 대부분 기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원시의 한 교장은 "기자가 찾아오면 '우리 학교에서 뭔 사고가 터졌나'하는 걱정이 덜컥 든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만난 10명의 교장들은 모두 익명과 학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성남의 한 교장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로 상급(교육청) 기관을 비판하는 건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수원시는 인구 100만이 넘는 큰 도시다. 고교의 경우 구도시(장안구, 팔당구)의 '전통 명문'과 신도시(영통구)의 '신흥 명문' 대결이 치열하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교장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비판했다.

구도시의 교장들은 "명문을 유지하기 위해" 신도시의 교장들은 "신흥 명문이 되기 위해" 학생들 규제하는 '몽둥이'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도심의 A학교 교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2010년 1월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2010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종합 공청회'에서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례 제정에 대한 토론자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2010년 1월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2010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종합 공청회'에서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례 제정에 대한 토론자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보시죠? 요즘 '소는 누가 키우냐'는 말이 유행인데, 아이들 안 때리고, 자율학습 선택 보장하고, 머리 기르게 하면 도대체 대학은 누가 보냅니까? 인권? 좋죠! 그걸 누가 모릅니까? 3년 정도 참고 대학가서 인권 누리고 살면 되죠. 굳이 지금 하겠다고 왜 이 '난리'를 치는지…. 우리 학교 '똥통' 되면 동문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구도시의 B고교 교장은 "신도시 학교의 추격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학생인권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김상곤 교육감의 뜻은 잘 알겠지만 대학 진학률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고교 교장들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토로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요즘도 학부모들은 '패서라도 좋은 대학 보내달라'고 요청해요. 몇몇 학부모들은요, 학교 찾아와서 '학생인권조례 거부하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이죠."

"몽둥이, 가위, 야간 자율학습은 사교육 줄이는 핵심 3요소!"

성남의 C고교 교장은 "학생들 때리는 몽둥이, 머리 짧게 하는 가위, 야간 자율학습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3대 핵심"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야간 자율학습 시키는 고교야말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애국 행위를 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 당장 사교육비가 폭증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C고교 학생들은 모두 머리가 짧다. 남학생들은 대부분 스포츠형이고, 여학생들은 단발이다. 밤 10시까지 학교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야간자율을 하지 않고 집에 가려면 "부모님이 아프다", "몸이 아프다", "학원에 가야한다" 등의 확실한 증거를 대야한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운동장에서 마음대로 뛰어 놀 수도 없다. "많이 뛰면 피곤해서 공부를 못한다"는 논리가 이 학교에서는 '진리'다.

C고교 교장은 "더도 말고 딱 3년만 학생인권조례 해보면 교육청이 '헛된 일'을 했구나 하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사교육비 늘어나고 대학 진학률 떨어지면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찾아가 데모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인의 D고교 교장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에서만큼은 학생인권조례를 탄력적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사실 초등학생들은 사랑으로 가르쳐야죠. 게다가 그 작은 아이들 '때릴 곳'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좀 달라져요. 그때부터 아이들 반항심이 커지거든요.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아이들이 거의 성인이잖아요? 솔직히 좀 위협적이고, 특히 여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무서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로 해서 안 되면 어떻게 합니까?"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7월 1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교육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대 주민직선 경기교육감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7월 1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교육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대 주민직선 경기교육감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 교장에게 물었다.

- 말로 해서 안 되면 정말 어떻게 합니까?
"둘 중 하나죠. 체벌을 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죠."

- 전학 보내는 건 사실 퇴학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문제아'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사실 그 학생들은 따로 교육을 해야 해요. 문제아 한두 명이 학교 분위기 망치면 어떻게 합니까? 명문고를 지향하는 학교에 문제아가 있으면 걔도 참 고독할 겁니다. 같은 성향의 아이들끼리 모여 있으면 재밌고 좀 낫지 않겠어요? 난 솔직히 그게 교육적이라고 봅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5일 공포... 현장 안착이 관건

실제 용인에는 "명문을 지향하는 학교"에서 전학 보내는 아이들을 받아주는 고교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학교에서는 체벌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생들을 방치하는 건 아니다. 이 학교의 교장은 "학생들을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며 "우리도 쉽지 않지만 아이들 인격을 존중하고 대화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5일 진행되는 학생인권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을 교육청에서 하지 않는다. 수원시 청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한다. 입시를 앞둔 고교에서도 학생인권을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경기도교육청의 핵심 관계자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가장 어려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일선 학교를 강압적으로 지도·감독하지 않고 대화와 설득으로 학생인권조례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서울·전남·전북·광주 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몽둥이'와 '가위'가 아닌 자율과 책임의 선순환이 대한민국 학교에 정착될 수 있을까? 어쨌든 학생인권조례를 태운 배는 대한민국 경기도에서 10월 5일 출항한다.


#학생인권조례#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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