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은 가을빛이다. 산자락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풀벌레 소리 가득한 산골 들녘의 다랑이 논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이따금씩 갈바람이 길가의 코스모스를 흔들고 지나간다. 가냘픈 몸매로 하늘거리는 꽃잎이 아름답다.
수만리2구다. 마을 초입의 공동빨래터에는 인기척도 없다. 아낙이 놓고 간 빨래방망이와 바가지만이 동그마니 놓여있다. 마을에도 인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마을을 한 바퀴 휘돌아보고 다랑이 논으로 향했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빛 일렁임에 반해.
논두렁에는 빨간 나팔꽃이 멋진 자태를 자랑한다. 메밀꽃은 흐드러졌다. 논 가장자리와 둑에는 고마리의 하얀색과 보라색 꽃이 활짝 피었다. 논두렁을 따라 걷는 길, 자꾸만 멧비둘기가 날아오른다. 들녘은 온통 귀뚜라미와 풀벌레소리로 가득하다.
갈바람이 스쳐가는 황금들녘은 정말 아름답다. 어느 화가가 다랑이 논에다 황금빛 채색을 했을까.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여름 내내 부지런한 농부가 땀방울로 일궈낸 곡식의 낟알은 알알이 잘도 영글었다.
논두렁사이 길을 마냥 걸어간다. '구구꾸꾸~' 멧비둘기 울음소리만이 공허한 가을하늘에 울려 퍼진다. 산골의 들녘과 마을은 결실의 풍요로움을 가득 안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을 한가득 품었다.
어느 초가을 날 화순 안양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 수만리의 풍경이다. 언뜻언뜻 물들어가는 단풍잎 사이로 길은 치닫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구불구불 이어진다. 들녘 노란 빛깔의 벼이삭에는 가을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