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앞장서온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정권퇴진 운동을 선언했다. 종교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사업중단 요구를 정부가 무시해 온 결과라는 것이 4대 종단의 주장이다. 기도회와 오체투지, 4대강 순례, 종교인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현했던 종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최종 경고인 셈이다.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은 6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같은 자리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4대 종단 성직자 단식 촛불기도회'를 진행해 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70여 명의 종교인들은 '강은 우리의 생명', '4대강 개발사업 중단하라'는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자리에 앉은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흘 동안 노상에서 단식하며 노숙까지 해온 종교인들이지만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았다.
"4대강 사업, 강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 선언문 발표에 앞서 들꽃향린교회 김병호 목사는 "정부는 종교인들의 공사중단 요구를 무시하고, 국민의 68%가 반대하는 여론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왔다"며 "명백한 민주주의의 훼손이며 이 정부가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정부인지 의심해야 할 상황"이라고 선언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종교인들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는 4대강 토건 사업은 강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은 생명에 대한 폭력이며, 생명을 기르고 보살피는 종교에 대한 모독이고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쳐나갈 것"과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공직자들을 다음 선거에서 심판할 것"을 경고했다.
이어 "종교는 생명을 살리고 보전하기 위해 개발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자연이 공생하는 길을 추구해야 한다"며 "종교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고 4대강 토건사업을 저지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내용은 천주교를 제외한 다른 종단들이 종단차원의 반대 뜻을 표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각 종단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는 지난 3월 최고 의결기구인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방침을 결정했지만 다른 종단은 의견 정리를 위해 토론 중이거나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불교계가 '화쟁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있고, 이를 통해 불교계가 종단차원으로 4대강 사업 반대 방침을 확정한다면 종교인들의 정권퇴진 압박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인들은 이후 '납세 거부운동', '시민불복종운동' 등 국민저항운동을 전개하며 정권퇴진운동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종교인들은 이날 오후 8시에 열리는 국민촛불기도회를 끝으로 사흘 동안 진행된 단식기도회를 정리하고 각 종단별 행동에 돌입한다.
[전문] 4대강 개발사업에 대한 4대강 종단 성직자들의 선언 |
다음은 4대 종단에서 발표한 선언문의 전문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우리 4대 종단 성직자들은 4대강 개발 저지를 위해 대한문 앞에서 3일간 단식기도를 올렸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이 나라를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고 믿으며 생명은 저마다 자유로이 숨을 쉬로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자연의 평화 없이 인간의 평화 없고 인간의 평화 없이 자연의 평화 없다고 믿는다.
지난 100년 동안, 서양기계문명에 중독된 인류가 저지른 가장 큰 범죄행위는 자연파괴였다. 자연 속에서 정당한 몫을 누리던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뿐 아니라 인류가 진리의 길을 찾고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던 영감과 신비의 원천인 자연은 훼손됐다.
강은 자연만물의 근원이며 인류문명의 발상지요, 모든 생명에게 생명의 기운을 나누어 주는 공공자산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는 4대강 토건사업은 강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4대강 토건사업은 생명에 대한 폭력이며, 생명을 기르고 보살피는 종교에 대한 모독이고 도전이다.
우리는 모든 생명의 이름으로 지금 당장 4대강 토건사업을 중단할 것을 명령한다. 이는 하늘의 명령이며 이 땅에서 생명을 이어갈 우리 후손의 명령이고, 신음하고 탄식하는 뭇 생명의 명령이다.
하나. 우리는 기업, 선출직 공무원, 언론, 종교에게 요구한다.
4대강 토건사업에 참여하는 건설회사의 모든 분양, 임대 등 이용을 거부할 것이다. 참여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사업영역을 공개해 불매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국회의원 시도의원, 광역 및 지방자치 단체장 등을 포함한 모든 선출직 공직자 중 4대강 토건 사업에 찬성한 공직자들에게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철저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경고한다. 국회는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국회검증특위를 구성하라
시대정론의 본분을 망각한 채 4대강 토건사업에 대하여 정부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홍보하기를 계속하는 몇몇 언론에 대하여 시청자와 독자로서 국민과 함께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종교는 가장 높은 가르침으로 보편적 가치를 가지며 인류와 더불어 자연의 해방과 구원을 이끈다. 아울러 종교는 그 시대를 정화하고 시대가 나아갈 진리의 길을 보여준다. 종교는 생명을 살리고 보전하기 위해 개발이 아닌 보전의 길을 걸어야 하며 인간과 더불어 자연이 공생하는 길을 추구해야 한다. 종교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고 4대강 토건사업을 저지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하나.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우리는 4대강 100일 순례, 오체투지, 종단기도회, 토론회, 종단 수장 기자회견, 성직자 서명 등으로 4대강 토건사업의 중단을 촉구하였지만 이명박 정부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70%의 국민의 뜻과 시대적 요청을 무시하고 법과 절차를 우회하면서 4대강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주인인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시대를 농락하는 것이요,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아울러 홍보자료와 계획안 또한 거짓투성이로 밝혀졌고, 사실을 왜곡하고 자료를 은폐시켜 국민을 속였다. 시민사회원로들이 제안한 국민투표안도 거절했다. 계속해서 이명박 정부가 범국민대책기구 구성을 거부하고 생명의 절규를 거절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납세 거부운동, 시민불복종운동 등 국민저항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국민에게 호소한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이적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고 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피와 땀과 열정으로 이룩된 것임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가한다. 그렇지만 그 부작용도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축적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경제제일주의가 인류와 지구생태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들만의 물질적 욕망만 충족하려 한다면 우리 다음 세대는 생명활동을 지속할 수없는 황폐화 된 땅에서 허덕일 것이다.
우리는 경제 성장이란 미명하에 우리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자연을 훼손하고, 그 후손들의 몫을 앞당겨 지금 모두 소모하고, 훼손된 자연과 소진된 자원의 부담만 후손에게 남겨 주는 잘못된 경제개발에 저항해야 한다. 요행으로 지금 당장 재앙을 피한다 하여도 우리 자손들은 우리가 요행히 피한 몫의 재앙까지 겪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가치체계의 수립을 모색하고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가 절실하며 우리는 그 길을 생명평화적 세계관에서 본다. 인류는 자연과 소통을 통해 공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국민은 사회 정의를 외면하고 국민 모두의 재산인 4대강을 사유화하게 될 개발사업에 단호하게 반대할 것을 호소한다.
강가에 울타리가 쳐지기 전에 막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소명이다. 우리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에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2010년 10월 6일 4대강 개발 저지 4대종단 성직자 단식촛불기도회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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