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늦여름 포도나무 타고 올라간 그물에는 호박곶이가 널려 있고고추잠자리는 빨랫줄 장대를 맴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재가덥다며 책보를 마루에 벗어 던지더니 받아온 옥수수 빵을 손에쥐어주고는 방앗간 앞 도랑으로 멱 감으러 가잔다.발등에는 여름내 따가운 볕이 만들어준 고무신 자국이 선명하니아재 손을 잡고 신작로 길 나서는데 그러잖아 바짝 마른 흙길에아재의 깜장 고무신 끌 적마다 흙먼지 풀풀 일어난다. 아마도 가을걷이 끝나고 추석 때 얻어 신을 새 고무신 생각에 신작로흙길 먼지 일으키며 질질 끌고 가는 아재다.수초도 가득한 좁은 도랑에서 한참을 놀다 덜덜 떨며 나와 햇볕에몸을 말리는데 아재 얼굴 노래지더니 도랑 속으로 다시 뛰어든다.아재의 깜장 고무신 한 짝이 도랑물에 떠내려갔다.음흉한 아재는 집에 돌아와 저녁도 안 먹고 자는 체를 한다.그러나 잠시 후 할머니 손에는 낮에 잃어버리고 남은 나머지 한짝의 깜장 고무신이 들려 있었고 그 고무신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아재의 뺨을 몇 번이고 오간다. 아재의 팔짝팔짝 뛰는 소리와 함께고무신의 짝짝 경쾌한 소리가 잠든 조카의 귀에 꿈결처럼 들려온다.다음날 저녁 댓돌 위에는 못 보던 깜장 고무신이 나란히 놓여있다.호롱불 불빛 아래 한 짝의 깜장 고무신과 아재의 조그만 뺨이 빚어내는 칸타타의 음률 속에 어제 온종일 신작로 바닥을 질질 끌고다닌 새 고무신을 향한 아재의 수고로움은 그렇게 해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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