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레임덕'이 떴다. 이에 몇몇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을지도 모르겠다. '설마 정치권에 무슨 난리가 난거야?'하고 리모컨으로 TV 뉴스를 급히 켜 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야단법석을 떨 만 했다. <지도자 집권 말기의 권력 누수 현상>를 의미하는 정치용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떴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 '레임덕'이 뜬 이유는 현실 정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관련 검색어의 근원지는 예상 밖의 곳이었다. 바로 SBS 수목 드라마 <대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장본인은 피랍된 후 죽은 남편의 장례식에서, 그리고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서 무기력한 국가에 대해 울분의 사자후를 내뿜은 서혜림(고현정)이었다.
극 중, 서혜림은 국가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급기야 대통령이 보낸 조화마저 짓밟아 버린다. 장례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그녀의 과격행위 모습은 각 방송사를 통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결국 소동의 주동자였던 서혜림은 이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다 괘씸죄에 걸려 방송국에서 잘리고 검찰 조사까지 받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가슴 먹먹한 울분을 토해낸 <대물> 서혜림의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덕분에 서혜림의 사자후와 함께 등장한 정치용어 '레임덕'도 덩달아 떴다. 극 중에서, 민우당의 핵심 정치인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운운하는 상황을 보고 시청자들이 인터넷으로 관련 검색어를 찾아본 것이다.
사실, '레임덕'이라는 용어는 각 정권 말기에 종종 화두가 됐던 정치용어지만, 이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레임덕'은 정치에 무관심했던 드라마 시청자들이 나타낸 관심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인터넷을 하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레임덕'이란 단어를 검색했고, 그런 이유로 관련 단어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게 된 것이니 말이다.
동 시간대 시청률 1위(21.2%.7일.TNS)를 기록하고, 극 중 나온 정치 용어까지 검색어 1위에 오른 <대물>, 일련의 사실은 <대물>이 정치 무관심 층들의 정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앞으로 전개될 <대물>의 주요 내용 역시 '정치에 관한 호기심'을 활활 타오르게 할 휘발성 잔뜩 머금고 있어 주목된다.
고현정의 사자후, 시청자들의 정치 호기심 깨울까?
그 중심에 서혜림(고현정)이 있다. 극 중, 사자후 한방으로 '레임덕'을 검색어 1위에 올린 그녀는 앞으로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 되어 시청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정치사에서 소재를 얻은 사건은 훌륭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대물>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줄거리, '대중국 굴욕외교를 빌미로 한 대통령 탄핵' 내용을 보면 우리 정치사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전직 대통령 탄핵사건'이 떠오른다. 수십 만이 거리로 뛰쳐 나왔던 그 사건은 시민들에게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알게 해줬었다. 드라마의 첫 회 주요 줄거리였던, 대한민국 국민의 피랍 사건 역시 전 정권에서 실제 발생했던 일이다. 이 사건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국민들의 가슴 속에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채기를 낸 채 남아 있다.
<대물>은 우리 정치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서혜림의 이야기로 탈바꿈 시킨다. 인질 피랍은 그녀의 남편이 겪은 상처로, 그리고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이 될 그녀가 겪어야 될 시련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대물>은 현실 정치의 재구성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드라마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특별한 정치 무대인 것이다.
<대물>에서 서혜림의 사자후는 강대국에 말 못하고, 강자한테 말 못하는 대한민국 현실에 날리는 강펀치인 셈이다. 남편의 장례식에 조문 온 정부 인사들을 향한 서혜림(고현정)의 울분은 그렇기에 힘을 지닌다.
'국민을 위하라'는 특별한 외침은 권력의 정점 대통령마저 '레임덕' 소릴 듣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외침에 시청자들이 열광한다. 정치무관심에서 벗어나 '레임덕'을 검색하고, 또 다른 정치용어를 찾아나선다.
문득 궁금하다. '국민을 위하라'라고 외치는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서혜림의 사자후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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