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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덕 규범과 법·제도로 규제되지 않는 유일한 것이 '성매매(性賣買)'이다. 의도적으로 다스리려 하면 할수록 부작용이 더 커지는 것이 역사적 사례이다. 기존의 '윤락행위방지법'으로는 '만연된' 성매매 실태를 방지할 수 없다고 하여, 2004년 9월 실시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역시 그러한 경우이다.

 영화 <미아리텍사스>의 한 장면
영화 <미아리텍사스>의 한 장면 ⓒ 팀영화사 영화사

이 법에 의거해 성매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차원에서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 천호동, 청량리 588, 영등포 용산 등의 사창가가 폐쇄되었다. 이어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여관, 티켓다방 등의 업소별로 행해지는 성매매에 대해 강력한 단속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가 취해진 이후 성매매가 줄어들기는커녕 성매매 영역이 주택가와 오피스텔로 또는 해외로까지 확산되면서 단속이 더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인터넷과 위성방송과 케이블 TV라는 매체 환경의 변화로 성매매를 촉발하는 포르노 문화를 누구나 접촉할 수 있게끔 되었다.

드디어는 우리나라의 2009년 포르노 그래피 소비금액이 세계 1위라는 결과까지 나왔다(영국 BBC 방송에서 발행하는 <포커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의 동남아 곰쓸개즙 등의 정력제 관광과 섹스관광은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캄보디아에서는 그 나라의 NGO가 한국인을 겨냥해서 아동 성매매 근절 광고문귀를 영어와 한글로 게재할 정도이다.

 태국의 시민단체가 '아동 성매매'를 경고하는 문구를  한국어로 게재함
태국의 시민단체가 '아동 성매매'를 경고하는 문구를 한국어로 게재함 ⓒ

지금 한국사회는 전방위적으로 온통 성매매를 부추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실태를 보면,

① 먼저 전 지구적 차원에서 광고를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섹시함을 최대한 선정적으로 드러내는 풍토가 일반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는 '누가 더 섹시하냐'를 나타낸 사진 및 영상물과 포르노그래피가 널려 있다.

② 우리나라는 영미 서구의 개방된 성문화와 달리, 간통죄를 죄악시 여기는 데다 전통적으로 성문화가 억압되어 있는 편이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금기시되던 불륜이 사회적으로 신드롬 현상으로 번져나갔다. 불륜을 다룬 (막장) 드라마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불륜이 사회적 화두나 쟁점이 되고 있는 성문화를 지닌 나라이다.

 불륜이 사회적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음을  잘 나타낸 드라마
불륜이 사회적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음을 잘 나타낸 드라마 ⓒ SBS

③ 유럽비뇨기과학회가 2006년 전 세계 27개국 25∼74세 남자 6291명과 여자 627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더 나은 섹스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성생활에 매우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 남자는 9%, 여자는 7%로 최하위이다.

 한국인의 부부 성만족도는 조사국가중 최저이다.
한국인의 부부 성만족도는 조사국가중 최저이다. ⓒ 유럽비뇨기과학회

④ 낯뜨거운 내용의 성매매 광고용 전단지와 명암이 출퇴근길 거리를 도배하고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손잡이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음란전단지 2000만 장을 뿌리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2명이 구속된 광주 건으로 보아, 전국적인 규모의 전단지 살포는 수억장에 달한다고 본다. 오피스텔이 성매매 장소로 이용되면서, (성매매) 소자본 창업에 유용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살포되고 있는 성매매 관련 전단지
전국적으로 살포되고 있는 성매매 관련 전단지 ⓒ 이달원

⑤ 홍정욱 국회의원이 외교통상위 2010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한국여성 해외 성매매 취업알선 사이트가 성행하여, 해외 성매매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가 수 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동남아 해외여행사는 한국남성을 위한 섹스관광 견적서까지 제공하며 한국남성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그리고 성매매를 겨냥한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는 속칭 '에스코트 서비스'(남자와 동행하며 성매매하는 형태) '인콜'(찾아오는 손님을 상대로 하는 성매매) '아웃콜'(출장 성매매) 등 다양한 유형의 해외 성매매 업소의 구인과 구직정보 등이 상세히 게재되어 있다.

 인터넷상으로 글로벌하게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 구인구직 사이트
인터넷상으로 글로벌하게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 구인구직 사이트 ⓒ

 미국에서 한국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구인 광고 사이트
미국에서 한국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구인 광고 사이트 ⓒ

⑥ 우리나라가 성폭력과 성매매 등 성범죄에 노출된 청소년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 의뢰를 받아 2000~08년 성폭력과 강제추행, 성매매, 성매매 알선 및 강요 등 4개 성범죄 추세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성폭력 피해자의 40.3%가 16세 이상이었으며, 7~13세 31.6%, 14~15세 24.8%, 6세 이하 3.2% 등이다. 또한 최근 10년간 일반범죄는 20% 증가한데 비해 성폭력사건이 76%나 증가하였다. 특히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도 2009년 말 기준 7,782건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2006년에 비해 2623건이나 증가하였고, 미성년자 가해자도 2006년 1811명에서 2008년에는 2717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주택가 추차 차량의 손잡이에 끼워놓은 성매매 광고용 명암
주택가 추차 차량의 손잡이에 끼워놓은 성매매 광고용 명암 ⓒ 이달원
⑦ 우리나라는 1982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룸살롱·요정 등 유흥주점의 세금(개별소비세 10%)을 깎아 주는 제도가 있는 나라이다(1982~2010).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일본의 기생관광 또는 섹스관광의 대상국가였다.

당시 한국 주재 일본인과 한국 출장이 잦은 일본인들은 한국 여성을 현지처로 두었다. 섹스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면세 혜택을 주는 제도를 수치스러워한 기획재정부의 유일한 여성 과장인 김경희 환경에너지 세제과장이 이 문제를 제기하여 내년부터 폐지된다고 한다.

⑧ 유엔개발계획(UNDP)과 영국의 경제정보평가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100여개 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9년 여성권한척도(GEM)'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서 우리나라는 61위와 66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12위이다.

⑨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0년의 48.8%에서 거의 변동 없이 50% 내외를 지속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나 임금, 승진, 출산후 복귀 등에 있어 남성과의 격차가 매우 심하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다. 또한 패자(탈락자)나 사회적 약자에 배려문화나 정책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 보니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 나라가 되었다. 사회경제적 지위로 보아 여성은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층이다.

즉 ⑧과 ⑨는 우리나라가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여건과 기반이 매우 취약한 나라라는 뜻이다. 이것이 사회환경의 변화, 우리나라 남성의 이중적인 성문화 의식과 행태가 맞물려 위의 ①~⑦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성문화가 중진국이 되도록 이렇게까지 범람하기 되기까지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다. 단순히 어느 한 측면만을 부각시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장님 코끼리만지기'식이다. 성매매 문제를 여성가족부가 맡도록 하는 발상부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시절 진보정권이 주축이 되어 '도덕성'을 표방하며 만들어낸 '성매매' 관련법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며 단세포적인 대책임이 드러났다. 물론 현재의 보수우파정권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및 국내 환경의 변화로 고시를 비롯한 시험제도에 있어서는 여성의 진출이 남성을 앞서는 경우가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남성중심의 문화와 방식은 매우 고질적이라 개선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런 남성 중심의 사회 환경은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근로시간이 길음에도 생산성은 가장 떨어지는 주요 요인이기도하다.

그런 점에서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과제를 해결하는 집단의 능력, 즉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에 있어서, 머리가 좋은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집단보다는 여성이 많이 참여하는 집단이 상황 판단과 문제 해결 능력이 더 높다(사이언스지 2010년)'는 연구결과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 관련 법제도 사회문화, 성문화 등에 대한 문제인식 과 개선 대책없이 단순히 경제성장만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간다는 생각이야말로 천박하기 그지없다.


#범람의 성문화,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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