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8일 오후 4시 52분]
"대표님이 원체 잘하셔서…, 민주당도 서광이 비칩니다." (이재오 특임장관)
"민주당이 잘해야 하지만 앞서서 정부·여당이 잘해야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언중유골(言中有骨)'은 8일에도 계속됐다. 어제(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상생이라는 것이 서로 짝짜꿍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까칠하게 반응했던 손 대표는 이날 대표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MB정부 '실세' 이재오 특임장관을 만나서도 직설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여당과 선명한 대립각 세우기에 노력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오전 10시 반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 장관을 맞이한 손 대표는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고 여당이 그를 뒷받침한다"면서 "그런데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하면 우리가 (정권을) 뺏어오겠다"고 선전포고했다.
그는 "이번에 손학규를 민주당의 당대표로 뽑아 준 것은 '민주당이 한 번 해봐라, 의지를 갖고 해봐라'는 뜻"이라며 "정부의 핵심에 계신 분 면전에서 이런 얘기하기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 갖고는 안 되겠으니 민주당이 해봐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손 대표를 만나 예의 '90도 인사'를 한 이 장관은 "정부가 야당을 존중하고, 제1야당의 대표를 존중하는 게 정책을 잘하는 것 중의 하나이니깐 대표의 뜻과 민주당의 뜻을 항상 존중하고 노력하겠다"며 일단 고개를 숙였다.
손 대표도 "특임장관께서 경륜이 풍부하시다, 우리는 같은 한일회담 반대, 6.3세대다, (이 장관이) 6.3동지회 회장도 하셨고 '민족통일연합(민통련)'도 주도하셨고…"라고 좋은 말을 건넸지만, 날카로운 말이 또 이어졌다.
그는 이 장관에게 "우리가 지금쯤이면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다시 얘기 안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민주주의 얘기를 해야 한다"며 "죄송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이 '독선' 이런 표현을 많이 쓰는 게 정부가 국민에게 군림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손 대표는 "국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데 특권과 반칙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구체적인 정책을 잘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가치를 다시 한 번 확립하는 것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서 다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의 말을 듣던 이 장관은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이명박 정부만 꼭 그렇다는 게 아니다, 손 대표의 우려는 어느 정권에나 다 있는 것 같다"고 불편한 감정을 살짝 드러냈다.
이 장관은 또 "정부에 들어가 봤더니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부패와 불공정 이런 게 사회 곳곳에서 남아있고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더 남아있다"며 "정치권과 공직사회에서 '공정사회' 실천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1야당 손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거듭 협조를 구했다.
"우리가 집권하면 4대강사업 어떻게 하려고"... "집권하기 전 공사 끝낼 것"
두 사람의 '신경전'은 기자들이 모두 나간 뒤 좀 더 본격화됐다. 4대강 사업과 한-EU FTA가 주된 화제였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고받는 농담에서 '가시'가 느껴졌다.
"4대강 사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진척이 빨라 지금 중단하기 곤란하다"는 이 장관에게 손 대표가 "이런 식으로 공사 강행하다가 우리가 집권했을 땐 어떻게 하겠느냐"고 되묻자, 이 장관은 "(민주당이)집권하기 전에 공사 끝낼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이후 손 대표가 "야당과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국회 내 4대강 검증특위를 설치하는 것에 특임장관이 협조해달라"고 진지하게 요청했지만 이 장관은 "여·야 원내대표가 잘하고 있는 만큼 특위 관련 부분은 전적으로 원내에 맡기는 게 낫겠다"며 고사했다.
손 대표가 "지난 6일 체결된 한-EU FTA가 국회 내 보고나 여론 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 "야당에서 한- 미 FTA의 '투자간 국가간 제소 문제' 등 독소조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면적 재협상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장관은 4대강 국회검증 특위 구성 협조 요청을 고사한 것처럼 '이해는 하나,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날 당내 관련 특위 구성 방침을 밝힌 한-EU FTA에 대해 "관세환급율이 기존 22%에서 5% 낮춰지는 등 대폭 양보한 것 같다"며 "한-EU FTA로 인한 국내 피해대책을 지금이라도 세우고 국회 내에서 여론수렴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이 장관의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정부에서는 야당이 비판적 시각으로 반대하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야당도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다만 그는 "여러 정부 정책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한다"며 "특임장관도 협조할 수 있는 일은 일정 부분 돕겠다"고 덧붙였다.
'친노'와는 화해 행보... 이재정 참여당 대표, "연합정치의 책임 있는 역할 기대"
한편, 손 대표는 뒤이어 만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에겐 '노무현 가치'를 강조하며 '친노'와의 화해를 재차 시도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뜻은 2012년 정권교체이고 그것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공유하는 가치이고 목표 아니겠느냐"며 "특히 참여당과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뜻과 정신,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당인만큼 같이 경쟁하겠지만 목표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손 대표는 "지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가 6.2 지방선거 전체 단일화, 연합정치의 기본이 됐다"며 "그것만큼은 우리가 자부심을 갖고 계속 발전시켜야 할 정치의 자세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에 "손 대표는 민주당의 대표만이 아니다"며 "그동안 공조해온 야5당 각 대표와 함께 연대·연합정치의 한 가운데 서서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덕담했다. 그는 이어, 지난 6일 손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일을 언급하며 "여러 가지로 고맙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공유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괜히 영산강 얘기해서 구설수도 올랐다"며 손 대표께서 우리당, 다른 야당과 긴밀한 연결을 하며 (4대강 사업 저지에)앞장서주길 부탁한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손 대표가 지난 6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영산강 살리기는 4대강 사업과 다른 수질개선 차원에서 지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점을 꼬집은 것.
손 대표는 이에 "4대강사업 전면중단을 요구하면서 그 대안적 차원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입장은 변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남북관계에 대해 좀 더 확실한 기준을 가져달라"는 이 대표의 요구에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공개적으로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경기지사 당시 벼농사 시범사업 100만 평 등을 직접 실행했다"며 민주당의 적극적 역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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