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부과액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세금 추징액은 크게 늘었다.
이같은 내용은 8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소속 전병헌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서병수, 이한구 의원(한나라당) 등에 제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중소기업 수는 지난 2008년에 비해 67.4% 증가했다. 반면에 대기업 세무조사의 경우는 17.7% 감소한 것으로 돼 있다. 중부지방국세청도 마찬가지여서, 작년 중소 세무조사 증가율은 49.4%로,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증가율 20.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 의원은 "서울과 중부청이 자신들의 세원 확보 실적을 쌓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중소기업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금융위기로 세무조사 유예한다면서, 중소기업에 조사 집중?이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증가하면서, 이들 업체들에게 추징된 금액도 크게 늘었다. 서병수 의원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의 경우 세무조사 전체 부과세액 가운데 300억 미만 중소기업에 부과된 세액이 지난 2008년 27.9%에서 작년엔 32.5%로 올랐다.
또 중부지방국세청의 경우 중소법인 부과세액은 2008년 41.6%였지만, 작년엔 조사 추징액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7%를 차지했다.
서병수 의원은 "지방국세청 세무조사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국세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 2008년과 2009년 중소법인 세무조사를 유예한다고 밝혀왔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세무조사가 쉬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 역시 국세청 자료를 통해, 연 5000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과세액은 매년 줄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7년 이들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과액은 3조9362억 원에서 2008년엔 2조6590억 원으로 무려 1조3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줄었다. 또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추징액 역시 지난 2008년 3019억 원에서 작년엔 1261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전 의원은 "이는 사실상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고소득자와 대기업 봐주기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대해 조홍희 청장 답변 거부하자, 한때 국감 중단되기도
이와 함께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 소재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열린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감현장에서는 야당의원들이 조홍희 청장에 대해 질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한때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강래 민주당 의원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를 맡았던 조 청장에게 관련 내용을 묻자 조 청장이 답변을 거부한 것.
이에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 때문에 국정감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국세청이 기업이나 개인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금융거래조회 등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서울, 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세청은 지난 2005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1만2083건의 금융거래 계좌추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청은 4600건이었고, 중부청은 4239건이었다. 이들 두 곳 지방국세청에서 전체 계좌추적의 73%인 8839건을 진행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 2년 동안 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조사 대상 과세기관을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청과 중부청이 지난 2년 동안 세무조사를 벌인 업체는 모두 5997개. 이들 가운데 1497개 업체에 대해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71%인 1059개 업체에 대해선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했다.
또 서울청과 중부청이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1982개 업체를 대상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하면서, 조사대상 과세기간보다 확대에서 조회(585개)하거나, 조사국장 승인없이 금융거래정보를 조회(48개)한 사례도 드러났다. 서울청과 중부청이 이들 업체에 대해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모두 3만9237건이나 됐다.
이혜훈 의원은 "국세청에서 이처럼 관련 규정을 어겨가면서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국민들이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