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 낙동간 구간에서 발생한 준설토 처리를 위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국토해양부 관계자와 LH공사 간부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국토해양부 공무원이 "필요 시 오염토를 해양에 투기하겠다"고 말해 파문이 예상된다.
11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국토해양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LH공사에 수차례 압력을 넣어 4대강 사업 낙동강 준설토를 수용할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내 명지지구와 대구 국가산업단지의 토지보상시기를 앞당기도록 앞력을 넣은 것이다.
보류된 개발사업, 국토부 만나자 다시 추진
국토부는 LH공사와 협의를 거쳐 부산 명지지구에 1121만㎥,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600만㎥의 준설토를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LH공사도 준설토를 수용함으로써 명지지구에 1300억 원,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600억 원가량의 사업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준설토 반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재정난에 시달린 LH공사는 414개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조정을 실시하면서 신규 사업의 경우 보상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20일, 국토해양부와 협의한 낙동강 준설토 처리도 잠정 보류됐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나흘 뒤인 11월 24일과 12월 7일 LH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명지지구 사업추진에 변동이 생기면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우려된다"며 명지지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LH공사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보상시기 연기를 철회하지 않자, 국토해양부는 12월 28일 LH공사와 부산시의 관계자를 불러 2010년 3월부터 준설토를 받도록 압박했다. 결국 LH는 보상시기를 앞당겼고 보상작업에 착수했다. 해당지역의 준설토는 5월 27일부터 반입되고 있다.
대구 국가산업단지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준설토 반입이 진행됐다. LH공사가 "올해 하반기부터 보상에 들어가 11월 이후에야 준설토 반입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6일 LH공사와 대구시의 관계자를 불러 또다시 압박했다. 결국 해당지역에서는 지난 9월부터 준설토가 반입되고 있다.
강기정 의원은 "국토해양부가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LH공사의 재정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명지지구사업은 2003년 이후 높은 조성원가(3.3㎡당 360만원) 때문에 기업유치 등이 불확실했고,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개발 사업의 성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준설토를 반입하면서 3.3㎡당 20만원, 총 사업비 1300억 원의 절감 효과가 발생하지만 해당사업은 보상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LH공사의 보상금만 쏟아 부은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 "압력 행사한 사실 없다"한편, 강 의원이 입수한 국토부 회의록에 따르면 국토부 김아무개 서기관은 지난해 12월 28일 LH공사 및 부산시 관계자와 명지지구 준설토 문제를 논의한 회의에서 "오염토는 국토부가 책임지고 처리하겠다. 필요하면 해양 투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해양환경관리법에는 해양에 투기할 수 있는 폐기물의 종류에서 오염준설토가 빠져 있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4대강 사업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이 오염준설토를 해양 투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도 충격적이다"라며 "발언 경위와 국토해양부가 해양 투기를 위해 검토한 내용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오염 준설토도 '해양배출처리기준'에 적정한 경우에는 배출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또 LH공사에 대한 준설토 처리 관련 압박에 대해 "4대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명지지구, 대구산업단지 등에 활용하기 위해 LH공사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결코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