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생태텃밭 강사회원 20여명은 충북 진천군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박기수 농민(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부의장)의 초청으로 1박2일 농촌체험교육을 다녀왔다.
인근의 맹동수박과 함께 진천수박도 유명하다고 한다. 수박은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강제농법(농민의 표현)으로 봄과 가을에 이모작으로 재배하며, 봄수박은 주로 타원형으로 생긴 수박을 재배하고, 가을수박은 동그랗게 생긴 것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끝물이라고 한다.
회원들은 인근의 농가로 분산되어 농사일을 거들었다. 넓게 펼쳐진 논에는 수확을 앞둔 황금색 벼이삭이 저물어가는 저녁 노을과 겹쳐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최저가격으로는 1가마(80kg)에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쌀값 때문에 농민들은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高)비용 농사로 인해 농가마다 빚더미에 눌려있는 것이 지금의 농촌 현실이었다.
트랙터, 관리기와 같이 고비용 농업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농기계 몇 대를 구입하려면 2억원은 필요하단다. 시설재배를 하는 비닐하우스도 한동(폭 5m, 길이 100m 정도)을 짓는데 1천만원 정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농업을 시작한 농민들 대부분이 농협의 융자빚을 안고 있단다. 그러나 빚을 갚기 위해서는 갈수록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현실의 굴레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채솟값 폭등에 대해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라져버린 농지와 농민들이 생산했던 농산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채솟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박 부의장은 "4대강 공사가 가격폭등의 한 축"이라며 울분에 찬 심정으로 대책없는 정부의
농업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농산물 유통 과정 문제도 심각하여 총체적인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에서 풀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고 했다. 올해도 서울에서 농민대회를 한다면서 오죽 답답했으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목소리를 내겠냐며 도시 사람들이 좀 불편하더라도 어려운 농촌사정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비싼 채솟값을 탓할 때 그것들을 생산해내는 농민들의 한숨을 계속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농민들과 도시 서민들 모두에게 돌아올 뿐이다. 이번 채솟값 폭등을 계기로 서로가 상생하는 방법으로 먼저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