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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12일 오후 2시 40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장이 지난 대선 직후 이백순 신한은행장에게 현금 3억원을 준비시켜, 정권 실세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은 국회 정무위원회 신건 민주당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의 국감에 앞서 내놓은 자료를 통해서다. 신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도 "라 회장이 가, 차명계좌 1000여개를 통해 최소 5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운영해왔다"면서 "측근인 이백순 행장이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정권 실세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라 회장 비서실에서 3억 만들어 남산자유총연맹 주차장서 건네"
 
 신건 민주당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신건 민주당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신 의원이 이날 공개한 라 회장의 비자금 제공 의혹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우선 라 회장의 비자금 관리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맡아왔다는 것이 신 의원의 주장이다. 이 행장은 비서실장 시절부터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했고, 이번 비자금 제공 역시 이 행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이 행장은 지난 대선 직후 2008년 1월께 라 회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비서실 직원에게 현금 3억원을 준비시켰다"면서 "당시 비서실장인 박모씨와 송모 차장이 신한은행 남대문 지점에서 3억원을 3개의 가방에 담아서 다음날 새벽 6시께 남산 자유총연맹 주차장에서 이백순 행장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이 행장은 이 돈을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대선 축하금으로 현 정부 최고위층이나 최측근에게 전달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쪽은 "만약 이 돈이 정관계에 전달이 됐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죄에 해당하며, 개인이 착복했다면 횡령죄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신 의원은 이백순 행장이 작년 2월 신한은행이 증자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실권 주식이 발생했으며, 이 행장이 재일교포 김모씨 등 10여명에게 7만주를 배당하고 5억원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금감원은 이같은 의혹 등에 철저히 조사해서 이백순 행장에게도 합당한 징계처분과 형사고발을 해야한다"면서 "그래야만 금감원이 특정인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창 원장, "권력실세 비자금 제공은 전혀 아는 바 없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12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가·차명 계좌가 1000개가 넘는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한 뒤 목을 축이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12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가·차명 계좌가 1000개가 넘는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한 뒤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신 의원에 앞서 이날 금융감독원 오전 질의에 나선 조영택 민주당 의원도 라 회장의 비자금 정치권 제공 의혹에 대해 따져 물었다. 조 의원은 "라 회장의 비자금 가운데 현금 3억원이 정권 실세에게 전달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정권실세 비자금 제공에 대해선)제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당 의원들은 금감원이 작년에 신한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라 회장의 차명계좌 등 금융실명제 위반 사실을 확인해놓고도, 이를 사실상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작년 5월 금감원은 신한은행 종합검사에서 라 회장 지시로 실명제를 위반했다는 확인서까지 받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영택 의원은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을 상대로 "신한은행 4개 영업점 직원 20여명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은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주 본부장은 "당시 검사에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한 것은 아니고, 태광실업과 신한은행간 부당대출 전반에 대한 조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 여부를 확인했는가'라고 재차 묻자, "(차명계좌가) 일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는데, 당시 검찰에서 수사중이었고, (계좌) 원본이 검찰에 압류돼 있어 확인할수 없었다"고 주 본부장은 답했다. 그는 이어 "(당시 검사반원으로부터) 검사 종료후 태광실업과 신한은행 간 자금거래를 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검사할수 없었다고 보고 받았다"면서 "이를 담당 국장과 본부장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어제 금융위 국감에서 진동수 위원장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 관리에 대해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도 "금융당국이 박연차 사건이 터졌을 때와 작년 정기검사때 제대로 검사를 진행했다면 이번처럼 사태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금감원의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의 금감원 직무유기에 집중적으로 따져 묻자, 김종창 감독원장도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장은 "작년 5월 정기검사가 끝난 후에 차명계좌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잘 볼수 없었다는 보고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실명제법에는 구체적으로 인적자료가 있어야 자료를 요구할수 있는데, 그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검사를 할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정감사#정무위원회#신건#라응찬#신한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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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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