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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안학교 다니는 둘째 딸이 어느날 제게 자퇴를 하겠답니다.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휴학으로 합의를 보고 집에서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딸이 학교를 휴학하면서 제 꼬라지를 확연히 보고 있습니다. 교양의 'ㄱ'자는 온데간데 없고 불같이 화를 버럭버럭 냅니다. 휴학을 못하게 말리고 말리다 안 되면서 제 마음에서 못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래 니가 공부를 하면 얼마나 하나보자'라는 마음이요. 딸의 휴학 이유는 공식적으로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딸과 자꾸 싸운다니까 심리상담 공부를 했던 한 엄마가 제게 대뜸 "아이를 안 믿죠?"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기숙사로 내려가서 자주 안 볼 때는 오히려 제가 교양이 넘치는 엄마였습니다. 대안학교에 오래 몸 담았다고, 불교 공부를 몇 년 했다고 주변 사람들이 제게 자녀문제로 상담을 해옵니다. 그럼 제가 고상하고 차분하게 말해줍니다. '아이를 믿으라고. 부모가 안 믿는 자녀를 누구 믿어주겠냐고요'

당신은 아이를 안 믿죠?

그랬던 제가 역으로 '아이를 안 믿죠?'라는 말을 들었으니 얼마나 쪽팔렸겠습니까. 요즘 제가 너무 마음 공부를 게을리 했구나 싶어 제 경우에 맞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찾아보았습니다. 중 3 아들이 혼냈더니 집에도 안 들어 온다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왜 이 아들이 속을 썩이는지. 

[질문]
제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인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하던 운동을 그만두고는 아버지가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부모로서 고민도 많이 한 끝에 전문가와 상담해서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보았습니다. 한동안 잘 지내다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고를 선택해서 가기로 결정했는데, 어제 아이가 너무 늦게까지 놀고 와서 제가 혼을 냈더니 집에 안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아이를 찾아왔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학교도 자신이 선택하도록 도와줬는데도 어제 그렇게 가출을 하니 남편이 아이를 많이 때리고 혼을 냈습니다. 때리고 나서 남편도 많이 힘들어 하고 저도 힘이 듭니다. 제가 어떻게 아이를 대해주면 좋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답변] 

수행의 길과 세상 이치의 길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수행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 이치의 길입니다. 세상 이치를 우선 말하자면, 아이와 아빠, 아이와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 아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냥 "네 마음을 말해봐라." 이래서는 아이가 마음에 있는 말을 안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말을 하면 엄마 아빠가 분명히 반대하거나 화를 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거예요. 화를 내봐도. 달래보아도 절대로 말을 안 합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엄마 아빠를 겪어봤잖아요. 그러니 엄마 아빠가 안 좋아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볼 때에는 아이가 반항하고 방황하는 진정한 원인이 뭔지를 부모가 모르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기 마음이 오락가락하는데 전문 상담사와 상담하고 결정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라는 거예요. 이러고도 싶고 저러고도 싶은 중에 전문가와 얘기하다 보니 이래야겠다 결론을 내렸는데, 그래놓고 보니까 다른 마음이 드는 거예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아이의 왔다갔다하는 그 마음을 다 이해해야 된다는 거예요. 

아이의 말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이해가 된다.
아이 문제를 풀려면 아이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는 지금 부모에 대한 반발심으로만 방황하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뭔가 인생의 방황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부모가 그것에 대한 이해가 안 되니 화가 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폭행을 하거나 도둑질을 한다면 이건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야단치지 말고 일단 아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부모가 아이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강력하게 야단을 치니 아이는 마음에서 승복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 반발이 더 커지고 상처가 되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이 자꾸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를 이해해야 하는데, 아이를 이해하려면 아이의 말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되지 그냥 이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아이를 고치려 말고 남편의 마음부터 이해하는 기도를 해라.
이제 두 번째 수행의 길은 뭐냐? 내가 남편한테 참회 기도를 해야 됩니다.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좋습니다. 아이는 그냥 놔두세요. 상담을 해서 아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도 결국 아이를 고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는 그냥 놔놓고, 내가 절을 하면서, "제가 당신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당신 마음을 이해하겠습니다." 이렇게 남편에게 참회 기도를 해보세요. 그러면 지금 아이의 그런 행동이 내가 남편에게 해온 식과 똑같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현재 아이의 저런 방황이나 이중성이 결국은 내가 그 아이를 가졌을 때나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에게 가졌던 것과 거의 같은 심리 상태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참회를 깊이 하면 할수록 아이를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참회를 해서 내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소통이 아주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지면,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 수행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면 지금 아이 문제는 논하지 말고 남편한테 깊이 참회 기도를 하세요. 또 세속적 방법으로 하려면, 아이의 깊은 내면의 여러 가지 갈등, 심리적 갈등을 이해하고 거기에 따르는 처방을 내리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

108배 4개월 한 사람과 7년 한 사람의 차이?

아이를 못믿는 것 아니냐고 묻는 한 엄마가 자기와 같이 심리상담 공부를 한 엄마의 예를 듭니다. 그 엄마가 상당히 똑똑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앞뒤 틀린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엄마여서 그 엄마와 있으면 왠지 말은 너무 맞는데 가슴으로 동의는 잘 안 됐었답니다. 그런데 몇개월만에 만났는데 이 엄마가 완전 느낌이 달라졌답니다. 

말을 하는데 왠지 가슴에서 나오는 말같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엄마에게 요즘 뭐 하느냐고 물었더니 매일 108배를 한다고 하더랍니다. 그것도 법륜스님 법문을 들으면서요. 스님이 하라는데로 108배 정진을 한 지 4개월 되었는데도 그 엄마는 확연히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며 제게 "언니는 몇 년 다녔지?"라고 한방 먹입니다.

아. 진짜 4개월밖에 안 된 그 엄마, 법륜스님 법을 만나준 것이 고맙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나와 비교되니 쪽팔리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헌데 또 생각해보니 저도 처음 스님 법문 듣고, 깨달음의 장에 다녀와서 엄청 좋아져서 남편한테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졌냐'고 핀잔을 들었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마음 성적은 "A"

날씨에도 흐림과 맑음이 있듯이 제 마음도 흐림과 맑음이 있겠지요. 그래도 오늘 아침 아침상을 차리면서 다 안차려졌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딸한테 '내가 지 종이야?'라는 마음이 확 올라왔지만 잘 지켜봤습니다. 한 번을 참으니 기분좋게 농담하며 밥을 먹게 되었고, 또 한 번 올라오는 일도 있었는데 잘 넘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의 성적은 "A"입니다.  

제가 정했습니다. 딸에게 내 감정에 못이겨서 화를 한번 낼 때마다 21배씩 하기로요. 법륜스님께 여쭈면 분명 108배를 하라고 하실테니까 여쭙지는 않고 제 스스로 적당히 정했습니다. 매일 108배 하는 것도 솔직히 하기 싫은 날이 많은데 '화' 한번에 21배면 세죠^^ 아마 절하기 싫어서라도 화를 좀 덜내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끝까지 여러분이나 저나 마음 성적이 좋기를 바라봅니다^^
참 다음주부터 법륜스님의 가을강좌가 전국에서 열립니다. 여러분은 한번 듣고도 깨달음의 경지로 나가실 수도 있으니 시간내셔서 들어보세요~

 법륜스님가을강좌
법륜스님가을강좌 ⓒ 권영숙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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